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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Jan 14. 2021

프랑스 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낯설던 시댁이 편안해진 만큼...

갑자기 꽂혀서 슈를 구웠다. 저녁에 구워놓고 속에 크림은 아침에서야 채웠다. 자서방이 좋아하는 초코크림으로 자주 만들어 먹었으니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는 노란 크림, 크렘 파티시에로 채웠다.  

자서방은 출근하고 혼자서 아메리카노와 함께 크림 슈를 먹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너무 맛있다고 혼자 여러 번 감탄했다. 내가 만든 슈로 아침을 먹을 줄이야...




혼자 먹기 아까워서 몇 개는 시부모님께 갖다 드리기 위해 통에 담고 있는데 마침 시어머니께서 빠떼를 가져가라며 잠시 들르라고 하셨다.      





바로 가겠다고 말씀드리고 슈크림과 함께 냉장고에 있던 오리고기도 하나 챙겼다. 

우리 자서방의 최애 메뉴, 수비드 오리스테이크. 시부모님께서도 맛을 봤으면 좋겠다며 자서방이 하나 남겨뒀던 것이다. 이미 수비드로 24시간을 익힌 상태기 때문에 먹기 전에 뜨거운 물에 30분 정도 담가뒀다가 바로 먹으면 된다. 




시댁에는 차고 문 공사가 한창이었다. 


낯선 사람들이 이틀째 찾아오니 오늘도 이스탄불을 만날 수가 없었다. 어디로 꽁꽁 숨었니...

이 한겨울에도 장미꽃이 살아있다. 


이 크리스마스 당일 오후에 찍은 사진이다. 이곳의 겨울이 얼마나 안 추운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기온이 영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고 대체로 영상 1-3도 정도에 머무는 것 같다. 덕분에 눈이 오더라도 금방 다 녹아버린다. 



다이닝룸 페인팅 공사 때문에 잠시 치워졌던 캡슐 티 머신이 제자리를 되찾았다. 

시어머니와 녹차를 한잔씩 뽑아서 벽난로 앞에 앉았다. 시아버지께서는 차고 문 교체 때문에 바쁘셨고 우리끼리 내가 만들어온 슈를 맛보았다. 



시어머니 옆에 얌전하게 앉아있던 모웬. 

나랑 눈이 마주치자 자세(?)를 잡고서 궁디 팡팡을 당당히 요구했다. 시동생이 지내는 동안 매일 잘 놀아줘서 시동생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거라고 시어머니께서 안타까우신 듯 말씀하셨다. 



자! 이리 와!! 

내가 부르자마자 쪼르르 달려오는 모웬 

으... 모웬은 최고다! 물론 무스카델이 없을 때...



모웬도 겨울이면 털이 풍성해진다. 호기심 가득한 뒤통수가 꼭 아기같이 사랑스럽다.       


차를 마시며 자서방이 간밤에 방귀 뀐 소동 등을 말씀드리며 같이 웃다가 곧 일어났다. 



시어머니께서 블랑제리에서 사 오신 빠떼를 나눠주셨다. 빵속에 들어있어서 뭔가 다른 이름이 있을줄 알았더니 이것도 그냥 빠떼라고 하셨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큐브 치즈도 주셨다. 마늘맛 치즈인데 바게트랑 먹으면 약간 마늘빵을 먹는 듯한 맛도 난다. (사실 내가 개인적으로 이걸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작은 빵조각 위에 꿀을 살짝 같이 얹어서 먹는 것이다.)



한두 개만 달라고 했는데 집에 와보니 8개나 주셨다. 



저녁에 우리 부부는 와인과 함께 빠떼와 푸아그라등등을 먹었다. 

푸아그라는 크리스마스와 연휴 기간이 지나면 프로모션이 있을 거라고 자서방이 말했는데 과연 그랬다. 덕분에 난생처음으로 푸아그라를 사 보았다. 내가 푸아그라를 사다니...  



샐러드와 빵 그리고 와인까지 모두가 찰떡궁합이었다. 어제 먹고 남은 감자구이도 마저 클리어하고... 

저 빠떼는 시어머니의 홈메이드 빠떼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와인과 어우러져서 기분 좋은 저녁 식사가 되어 주었다. 



그리고 시어머니께서 주신 큐브 치즈 치즈도 옥수수빵에 얹어서 하나 먹었다. 


처음에 프랑스에 왔을 때 하나같이 낯설기만 하던 프랑스 음식들. 그렇게 낯설던 시댁도 이제는 친정처럼 편하게 드나들게 되었다. 신기한 프랑스 음식들도 서서히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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