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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Apr 10. 2021

시어머니와 동네 공원을 산책했다.

"날씨가 좋으니 우리 산책나갈까?"

2021년 3월 27일


날씨가 화창하니 시어머니께서 산책을 가자고 하셨다. 

"너희 집 바로 뒤에 공원이 있거든. 날씨가 좋으니 우리 오늘 거기 산책 다녀올까?" 

"이 동네에 공원이 있다고요? 네! 가요, 우리!" 

"그럼 신호등 앞에서 만나자.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마." 

분명 집을 나올 때는 하늘이 새파랬는데 구름이 끼다가 다시 화창했다가 하늘이 변덕을 부리고 있었다.  



바로 집 뒤에 있다고 하셨는데 자꾸자꾸 만 걸어가시더니 혼잣말처럼 말씀하셨다. 

"어디에 있는지 나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 말에 내가 먼저 웃었고 시어머니께서도 따라 웃으셨다. 



꽤 한참 빙빙 돌아서 공원을 찾았을 때 시어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거봐, 가깝지?" 

그 말에 나는 또 깔깔 웃었다.

"분명 더 가까운 길이 있겠지요?" 


"그럼 그럼. 호호호~"



아주 작은 공원이었는데 온통 꽃밭이었다. 작은 꽃들이 엄청 많이 피어있어서 정말 로맨틱했다. 



히아신스만 가득 피어있는 곳이 있었는데 꽃향기가 진동을 하고 있었다. 



물고기들도 많았다. 여름에는 분수도 있나 보다. 



      

그러다 마주친 잘생긴 고양이 한 마리! 


시어머니께서 멘쿤이냐고 물어보니 주인아주머니께서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라고 하셨다. 



그분과 우리 시어머니는 휴대폰을 꺼내서 서로의 고양이를 자랑하기 바쁘셨다. 분명 처음 만난 사인데 두 분 다 엄청 살갑게 대화하셨다. 



외모도 훌륭하지만 성격도 굉장히 순했다.  

고양이가 목줄을 하고 있는 것도 신기한데 저리 미동도 없이 늠름하게 앉아서 바람을 감상하는 듯한 표정이라니...



"저 사진 찍어도 돼요?"

내가 주인아주머니께 여쭤보니 아주머니께서는 오히려 더 좋아하시며 맘껏 찍으라고 하셨다. 

"사진만 찍거라, 고양이는 데려가면 안 된다."

우리 시어머니의 농담을 들으신 주인아주머니는 말씀하셨다. 

"이 고양이를 데려가려면 나도 데려가야 한답니다. 우리는 떨어질 수 없거든요." 



저 위에 발랄한 강아지와 함께 또 다른 아주머니가 지나가셨는데, 이 앞을 지나친 후에서야 이 아이가 강아지가 아니라 고양이었냐며 놀라시며 다시 돌아오셔서 보고 가셨다.



"너희, 집 살 거면 이거 사면 되겠네. 무스카델이 좋아하겠어..." 

아... 이런 샤또는 살 돈이 없답니다...

"좀 전에 들었니? 저 고양이를 데려가고 싶으면 저 주인 여자도 같이 데리고 살아야 한다니... 난... 싫다..."

그 말씀에 또 나는 혼자 막 웃었다. 잠깐 그 장면을 상상까지 했다. 우리 시어머니는 말투가 재미있으시다. 



날씨가 풀리면 이 공원에는 꽃이 더 많이 피겠지. 혼자 바람 쐬러 종종 와도 좋을 것 같다. 올 때 빙빙 돌아와서 그렇지 다시 보니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 맞았다. 

시어머니와 둘이 걸으면서 자서방 흉을 좀 많이 봤는데 자서방은 귀가 좀 간지러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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