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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용 Apr 18. 2021

친정인 듯 시댁인 듯 친정 같은 시댁

나라면 나중에며느리에게 이렇게 까지잘해줄 수 있을까...

2021년 4월 14일


"오늘 오전에 보타닉에 가서 무스카델을 위해 캣그라스를 더 사 왔단다. 너 편할 때 가지러 오렴." 

우리 고양이 무스카델을 위해 이미 캣그라스 화분을 하나를 사주셨는데 오전에 가셔서 또 사 오셨단다. 에고고... 

마침 여쭤볼 것도 있어서 시댁으로 바로 달려갔다. 



시댁에서는 시부모님 뿐 아니라 모웬도 나를 반겨주었다. 나를 보자마자 습관처럼 엉덩이부터 내미는 모웬- 

한번 두드려주면 끝이 없기 때문에 모웬의 엉덩이는 그냥 못 본척하는 게 때로는 낫다. 



"이런 우편물을 받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몰라서요... 자서방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요금을 내라는 고지서 같은 것이 집으로 왔는데 어디로, 무엇을 위해서 지불을 하는 건지를 잘 모르겠어서 시부모님께 여쭤보았다. 

시아버지께서는 요금을 내는 게 맞다고 하셨고, 또한 요금을 지불한 후 해당 서류는 Sécurité sociale에 보내야 한다고 하셨다. 내가 병원에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지불했던 것은 진료비였고, 추가 검사에 대해서 결제가 안되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시어머니께서는, 이것은 요금 고지서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지불은 할 필요가  없고 나중에 고지서가 나오면 그때 내면 되는 거라며 시아버지께 반박하셨다. 

시아버지께서 계속 설명을 하고 계실 때 나는 멍- 한 표정으로 (잘 못 알아들어서) 앉아있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의 말을 자르시며 짧고 명료하게 나에게 말씀하셨다. 

"자, 여기 사인하고 복사해서 사본은 보관하고, 이건 Sécurité sociale에 우편으로 보내거라. 일단 다른 건 몰라도 돼." 

아하~ 

그래도 시어머니께서는 내가 못 미더우셨던지 그 자리에서 나에게 서류에 사인을 하게 하신 후 서류 사진을 한 장 찍고 우표가 붙은 봉투를 가져오셔서 그 안에 동봉하신 후 거침없이 봉투에 주소를 쓰셨다. 



"오와... 주소도 다 외우고 계신 거예요?"

"자, 너 집에 가는 길에 우체통에 넣고 가거라. 그럼 다 끝이야." 

시아버지께서는 시어머니께 또 무언가를 추가로 설명하고 계셨는데 그런 시아버지께 시어머니께서는 핀잔을 주셨다. 

"얘한테 직접 설명하지 왜 맨날 나한테 얘기한대요~??" 

시아버지께서는 머쓱하신 표정으로 허허 웃으셨고 내가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왜냐면 제가 자꾸 못 알아들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항상 다시 설명해 주시는 거잖아요." 

시어머니께서는 시아버지의 말씀을 쉬운 프랑스어로 평소처럼 나에게 다시 설명해 주셨다. 

"내일 네 컴퓨터를 가지고 오너라. 미셸이 carte vitale 사이트에 회원 가입하는 걸 도와주겠대. 아무래도 니 남편이 해주는 것보다 미셸이 더 설명을 잘해 줄 거야. 거기에 가입하면 너의 진료기록이나 결제내역, 환급내역 등등 한눈에 볼 수가 있게 되니 아주 편리하지. 그리고 내일 올 때는 모든 병원 관련 서류를 다 가져오너라. 환급 불가한 내역들 좀 내가 체크해 보려고..." 

최근에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러 다녔더니 결제 내역이 꽤 있었다. 그런데 자서방이 바빠서 잘 챙겨주지 못할까 봐 시부모님께서 이렇게나 신경을 쓰시는 것이다. 

나라면 나중에 며느리에게 이렇게 까지 해 줄 수 있을까... 


물론 나는 지금 시부모님께서 주시는 사랑과 관심을 너무나도 당연한 듯이 냠냠 다 받아먹고 있다. 


나는 내 집처럼 익숙하게 내가 마실 차를 직접 준비했다.  

옆에 붙어 있던 모웬은 엉덩이가 아니면 배라도 만져달란다.

그리고는 시누이처럼 내 가방을 뒤져보고 있었다. 


시어머니께서 장바구니에 이런저런 선물을 또 담아주셨다. 


이건 내가 최근 새로이 꽂힌 치즈다. 

입이 심심할 때 하나씩 까먹곤 하는데, 이걸 먹으면서 느끼게 되었다. 내가 실은 치즈를 좋아하나 보다고... (난 치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시어머니께서 내가 좋아할 것 같다며 다양하게 체험을 시켜주셔서 좋아하는 치즈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화장실 청소하는 세제까지 사주셨다. 락스 성분이 있어서 옷이나 눈 그리고 무스카델에게 닿지 않게 조심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그리고 귤은 한 알만 달라고 했는데 한 봉지를 통째로 주셨다. 



무스카델을 위해 새로 사 오신 캣그라스-

정확히 무슨 종류인지는 모르겠다. 시어머니께서 옥수수 같다고 하셨는데 그건 아닌 거 같아요 ㅎㅎ 밀인 것 같기도 하고...


시어머니께서 캣닢도 뜯어오셔서는 사이사이에 심어주셨다. 무스카델도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니까~ 




눈독 들이고 있던 모웬이 캣 그라스를 바닥에 내려놓자마자 정신없이 캣그라스를 쫄쫄 빨기 시작했다. 무스카델이랑 간접 뽀뽀하겠네... 하지만 니들은 동성동본인데...  




화분이 두 개라 하나는 모웬 주고 가겠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께서는 모웬과 이스탄불은 정원이 있기 때문에 화분은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시댁에는 내일 다시 돌아가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체통에 우편물을 넣었다. 


우체통이 노란색이다!



새 캣그라스를 발견한 무스카델.

매우 뚱한 표정이지만 아마도 기쁜 얼굴일 것이다... 아닌가...?



모웬이랑 간접 뽀뽀했지롱~ 얼레리 꼴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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