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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상블리안 Nov 23. 2022

음악≤인생

#13 영화 ‘소울’로 살펴보는 예술가의 삶

음악으로 영화보기 #13
글 조세핀 (앙상블리안 칼럼니스트)


영화 소울 포스터(출처=네이버 영화)

 

 연주는 전망이 없어


  영화 소울(Soul, 2020)의 주인공 조 가드너는 중학교 밴드 음악 강사 자리에 정규직 채용을 제의받는다. 하지만 막상 그의 표정은 떨떠름하다. 그는 평생 재즈 연주자를 꿈꿔왔기 때문이다. 막상 그 소식을 들은 조의 어머니는 드디어 음악으로 ‘진짜 직업’을 가지게 됐다며 기뻐한다. 왜냐하면 정규직은 연금과 보험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연주에 미련을 갖는 아들에게 오히려 차갑게 이렇게 말한다. 

  “연주는 전망이 없어.”

  이 대사를 들을 때 어찌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그녀의 말이 틀려서가 아니다. 일정한 수입을 갖지 못하고 들쑥날쑥한 생계를 이어나가는 내 주위의 수많은 프리랜서 음악가 친구들이 떠올랐다. 만일 그들 중 누군가 음악교사 정규직에 채용된다면 그 경쟁률을 어떻게 뚫었냐며 존경심을 담아 축하해 줄 것이 분명하다. 친구의 오랜 꿈이 교육자가 아닌 연주자였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음악은 음악대로, 돈은 돈대로 따로 따져야 한다. 예술 안에서는 꿈과 직업이 일치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은 것이다. 


영화 소울 스틸컷(출처=네이버 영화)

  집착, 예술 또는 중독


  물론 많은 사람들이 모두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꿈이라는 것도 사실 불변의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고 맞추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유독 예술가에겐 예술로서 자아를 표현하는 일이 직업을 넘어선 평생의 과제가 된다. 심지어 업보가 되기도 한다. 조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였는지 그의 대사를 통해 살펴보자. 그는 제자에게 자아를 잃는 것, 즉 ‘몰입’은 좋은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영혼들을 구하는 히피 ‘Moon-wind’에 따르면, 영혼이 길을 잃는 것은 집착이 심해졌을 때이다. 그런데 이 집착이 잘 이루어지면 무아지경에 빠지며 예술이 되고, 이 집착이 잘못 되면 길을 잃고 중독이 된다. 즉 ‘집착’은 때로 예술이 되기도, 중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조는 집착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연주자이다. 그는 실력이 있지만 기회를 잡지 못한 불운의 예술가로 그려진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존경하던 음악가 도로테아 윌리엄스와 큰 무대에 서며 꿈을 이룬다. 이루어버렸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무대 위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멋지게 몰입에 성공하며 재즈 음악가로서 성공적인 연주를 마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짧은 잠깐의 찰나로 끝난다. 연주를 끝난 후 허무한 일상으로 돌아온 조는 그가 쫓던 꿈이 어딘가 잘못되었음을 깨닫는다. 


영화 소울 스틸컷(출처=네이버 영화)

  나머지 삶을 채우는 방법


  하루에 주어진 24시간 중 16시간을 모두 꿈을 이룬 상태로 살아갈 수는 없다. 꿈을 이루는 것은 찰나의 순간이다. 영화 ‘소울’은 잠깐의 반짝이는 순간 그 자체가 Spark, 즉 영감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예술과 중독이 한 끗 차이이듯이, 영감 자체가 삶의 목표나 의미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삶은 ‘감각’이다. 감각할 수 있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과 같다. 영혼22가 웃음, 어린이, 바람, 공기, 햇빛, 꽃잎, 변화하고 일렁이는 그림자 등을 섬세하게 감각하던 모습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가 몰랐던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어린 시절을 거치며 자연스레 알게 되었던 것, 그러나 잠시 잊게 된 것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것이다. 

  영혼들을 안내하는 고차원의 존재인 ‘Jerry’는 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줄곧 영감을 주는 존재이지만, 이번엔 당신을 통해 영감을 받았어요.” 

  조는 늘 교육자보단 예술가가 되고 싶었고, 현실과 타협하여 교육계에 있는 자신을 부끄러워했다. 심지어 명연주자 도로시아 역시 오디션을 보는 중 중학교 밴드선생이 왔다며 밴드의 수준이 내려갔다고 말하기도 한다. 음악계에서 무대에 전념하지 않고 교육에 함께 종사하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하지만 조는 그가 가진 예술성 그 자체로 타인에게 교감이 된다. 그는 영혼22를 성공적으로 인간계에 태어나게 만들었고, 제리와 테리에게 영감을 주었으며, 끝이 날 뻔했던 본인의 생에 다시 기회를 얻는다. 악기의 연주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서, 그의 삶 자체가 예술로서 큰 본보기가 되었다. 사실 그는 예술가인 동시에 엄청난 교육자로도 성공한 것이다. 예술가와 교육자의 경계를 뚜렷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훌륭한 예술가는 그의 행적만으로도 주위의 불특정 다수에게 모두 좋은 교육자가 된다.


영화 소울 스틸컷(출처=네이버 영화)

  음악과 인생


  삶의 매 순간을 즐기는 것에는 물론 예술도 포함이 된다. 특히 음악을 통해 모든 음을 즐기고 소중히 여기는 정신을 배우면, 나아가 인생의 매 초, 매 분을 그렇게 여길 수 있게 된다. 음악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태도를 배우면 그것이 삶에도 적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악은 인생에 포함이 되기도, 인생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일상에 지치는 순간이 있다면 재즈 음악을 듣거나 가벼운 산책을 나가보기를 권한다. 모든 것을 충실히 감각할 수 있도록.



음악문화기업 앙상블리안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하우스콘서트홀을 기반으로 문턱이 낮은 음악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바쁘고 급한 현대사회에 잠시 느긋하고 온전한 시간을 선사하는 콘텐츠들로 여러분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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