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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상블리안 Aug 15. 2024

(사람)人상블리안 | 피아니스트 조연희

[(사람)人상블리안]

"함께 연주하는 사람들 = 앙상블리안" 의 새 프로젝트 <人상블리안>

<人상블리안>은 여러 예술인들의 소식과 생각을 접하고 나눌 수 있는 인터뷰 프로젝트로, 서로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상호 교류하며 영향을 끼쳐 나갈 수 있는 음악가의 새로운 온라인 네트워킹의 장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꽃 피는 지난 4월, 피아니스트 조연희를 만나 음악에 대한 그의 생각과 현재의 활동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가식없이 솔직한, 피아니스트 조연희의 이야기를 함께 만나보시죠.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여 현재 박사 과정을 공부 중에 있고,

음악문화기업 ‘앙상블리안’에서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조연희라고 합니다.


‘앙상블리안’은 어떤 곳인가요?

사람 사이 편안하면서도 유대적 관계를 추구하면서도 굉장히 액티브하고 새로운, 기존에 없는 공연들을 만들어가는 공연기획사입니다. 음악을 매개로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응하고 다시금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중에서 저희 기획사에 소속된 아티스트들을 관리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음악 작품이 있다면? 

하나는 슈만의 ‘어린이 정경’ 중 7번 곡 트로이메라이를 꼽아보고 싶은데요, 어릴 적 사춘기를 찐-하게 겪어온 입장에서 당시 피아노를 계속 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저의 꿈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줬던 곡입니다. 트로이메라이(Träumerei)는 ‘꿈’, ‘공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저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욕구와 열정이 굉장히 강했었거든요. 이 곡을 들으며 당시 위로를 많이 얻었던 것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저의 석사과정의 졸업 연주곡이었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Op. 109, No. 30입니다. 이 작품을 공부하고 연주하면서 음악에 깊이 몰입하는 방법을 배웠어요. 작품에 담겨있는 내면의 소리, 초월한 듯한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작품을 통해서 베토벤의 음악을 깊이 공부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굉장히 좋아하는 곡입니다.



공부 자체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

네 맞아요. 저는 주변 지인들에게 학교 도서관에 내 자리 하나만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해요. 그냥 누워서 잘 자리만 있다면 좋겠어요. 집과 학교를 오가는 이동시간이 너무나 아깝거든요. 학교에 기거하며 책 읽고 밥 먹고 연습하는 것도 소소한 꿈 중 하나일 수 있겠네요. (웃음)


연습뿐만 아니라 책 읽는 것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읽은 것 중 인상 깊었던 책이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책은 미하엘 엔데의 ‘네버엔딩 스토리’인데요, 상상력과 묘사가 굉장히 섬세한 작품으로 제목 그대로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계속되는 내용이에요. 액자식 구성으로 이야기 속의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이어지거든요. 어릴적 화장실도 안 가고 밥도 안 먹고 3일 밤새우며 읽었던 기억이 있네요.


열정적이시고 몰입력이 뛰어나신 분 같은데, 본인이 생각하시는 음악가가 아닌 나의 모습은?

저는 욕심이 매우 많은 사람인데 그에 비해 역량이 부족한 때가 있어서 뜻대로 안되니 제 자신에게 화가 나는 때가 종종 있어요. 또 말씀 주신 몰입력이 대단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 하나에만 올인해서 시간이나 에너지를 잘 분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좋은 동료와 조력자와 함께라면 좋은 장점인 것 같다. 예술가로서 어떤 예술가로 남고 싶으신지?

저는 흔히 말하는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가식적인 것을 잘 못하는 편이고 있는 그대로 진실어린 관계를 맺는 편인데요, 사실 음악을 할 때도 진심을 다해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가식 없이 투명한, 음악에 진실된 예술가로 기억되면 좋겠네요.


가식이 없이 진실된 예술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자세나 마음가짐이 있을까요?

속이거나 포장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무대를 완벽히 준비하지 못했을 때 정말 하기 싫지만 마주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그것을 피하거나 포장하기 보다 날 것 그대로도 마주하는 작업을 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실수는 감출 수 없으니 많이 해보고 잘 해보고, 인정하고 발전하자는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네요.


말씀하신 내용은 예비예술인들이나 음악가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음악을 할 때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요즘 영감을 얻으려 많이 노력 중인데요, 저는 아무래도 자연이 영감의 원천인 것 같아요. 연습실도 일부러 자연 풍경이 보이는 곳으로 잡기도 하고요, 산책하면서 여러 소리나 느낌 그리고 냄새 등이 아이디어가 될 때가 많습니다. 또, 말하는 듯한 표현이나 노래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일부러 성악곡이나 오페라를 찾아서 듣는 편입니다. 특히 쉼표를 노래할 때 성악가들의 레치타티보를 참고하니 노래 라인이 생기면서 도움이 많이 됩니다. 음악 외의 시간에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는 일부러 자연이 있는 곳을 찾아 나가는 편이에요. 초록색도 좋아합니다.



예술가로서 사회를 살아가는 법, 사회 속의 음악 또는 음악과 사회의 관계는 어떤 걸까요?

비단 클래식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은 의식주와 같습니다. 음악은 일상 속에 항상 있죠. 공원에서 산책하며 듣는 새소리도 음악이 될 수 있고, 강아지의 달리는 소리, 졸졸 물소리, 극단적이긴 하지만 유튜브를 봐도 광고를 봐도 항상 음악이 함께하잖아요. 우리나라는 특히 K-POP이 세계적으로 강하기도 하고요. 음악과 사회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인지를 못하는 것뿐인 것 같아요.


예술가 사회를 살아가면서 어려웠던 점, 음악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등이 있었나요?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음악을 할 때 필수불가결한 것이 돈이죠. 저는 딱히 돈이 있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서인지 경제적인 어려움이 늘 있었어요. 나의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운데 콩쿨이나 오디션 지원, 그리고 공부를 해나가는 모든 과정에 돈이 많이 들더라고요. 음악을 할 때 돈을 쓰기는 매우 써야 하는데  음악으로는 고정적인 수입을 내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돈 많은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요. 음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을 깐깐하고 보수적이다, 자기들 프라이드가 강해서 고집이 세고 예민하다 라는 시선을 조금 경험했던 것 같아요. 또 역시나 돈 많아야 할 수 있는 것이 라는 인식도 있었고요. 최근 받았던 시선은 솔직히 음악이라는 것이 딱히 사회 경제에 도움을 주는 직업이 아니다보니 일반 사람들 입장이나 옛날 어른들 입장에서는 딴따라 라든가 놀고먹는다 라는 부정적인 시선도 왕왕 경험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음악가들에게 필요한 자질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최근에 “폴리매스” 라는 단어를 접하고 그 단어에 꽂혀있어요. 어릴 때는 ‘피아노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것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 보니 이것저것 기웃거리며 시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선 개인적 경험으로 음악가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자질은 기계를 다룰 줄 아는 것이 필수가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앙상블리안에서 일을 하면서부터인데요, 공연 현장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도 모두 컴퓨터로 하고, 공연 이후의 문서작업이나 아카이빙 등도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면 할 수 없겠더라고요. 나름 초등학교 때 워드프로세서 3급 자격증도 땄는데, 음악가들이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쓸 수 있는 경험도 적더라고요. 또 요즘은 SNS에서 자신을 홍보하는 시대이니까, 기본적인 서류 작성에 필요한 기술들과 기계 사용법은 배워두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음악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주세요.

주위 사람들에게 항상 말하기로는, 할머니가 되어서도 여전히 피아노를 치고 있고 싶다거나 오래오래 계속 공부하고 연주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럴 수 있는 직업을 떠올렸을 때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직업은 교수직, 강사 같은 보여졌을 때 좋은 직업인데요. 공부하면서 연주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길을 앞으로도 찾아나갈 예정입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음악가들에게는 세상을 넓게 바라보고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는 열린 마음과 시선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가식없는 마음과 진심어린 시선으로 세상을 대하는 피아니스트 조연희와의 인터뷰였습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을 그를 응원하며.

<人상블리안> 은 계속됩니다.





조연희  |   joyeony@ensemblian.com

성신여자대학교 음악대학 박사과정에서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를 사사하며 차세대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조연희는 삼익문화재단 재능나눔아티스트 선정을 비롯, 더스트라움 교수추천 우수신인 선정 연주, 2021 성신피아노소사이어티 정기연주회 등을 통해 젊은 연주자로서의 가능성을 엿보였다. 특별히 성신여자대학교 석사과정 재학 중 실기우수 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던 그는 에스토니아 탈린국립음대 콩쿠르 1위를 비롯, 영산음악콩쿠르, JS전국음악콩쿠르, 아트드림 음악콩쿠르에서 입상하며 실력을 입증하였다. 또한 2022 일신홀에서 열린 첫 독주회에서 월드비전을 통해 나눔을 선사하기도 했던 조연희는 매체를 통해 ‘내일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로 소개되며 많은 이들에게 마음을 울리는 연주자로서의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재 성신 피아노 소사이어티, 그레이스 앙상블, 트리오 H, 성신 피아노 앙상블의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Interviewer_이주미

jmlee@ensemblian.com


Editor_김수민

sminkim@ensembl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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