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있는 튜브는 수영을 위한 것
바야흐로 2018년 6월. 버킷리스트를 더 이상 리스트만으로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인터넷 서핑을 하던 중 트라이애슬론 즉, 철인3종경기에 관련한 영상을 보게되었다. 해가 지날 수록 줄어드는 기억력 탓에 각각 몇 km이고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잊어 트라이애슬론을 검색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 자전거 - 달리기 를 쉬지않고 연달아 진행하는 경기이다. 어렸을 때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보고 나도 저런 버킷리스트를 적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적어 내려갔다. 히말라야 산맥 등산하기, 스카이다이빙, 세계일주... 버킷리스트를 적어내려가면서 느낀 것은 이걸 다해보면 후회가 없겠다, 흔히들 말하는 여한이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그 만큼 어렵고도 쉽게 실행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 목록 중 한줄을 차지하고 있는 항목이 바로 트라이애슬론이었다.
검색을 한김에 우연히 어떤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었는데 거기에 써있던 글이 서두에 적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 도전하기로 했다는 짤막한 문구였다. 그리고 대한철인3종협회에 접속했다.
대한철인3종협회에는 전국에서 개최되는 트라이애슬론 경기 참가신청을 받는 곳이다. 적당한 날짜를 찾아보니 9월 30일 세종에 있었다.
나는 운동을 군대에서는 열심히 했고 전역한 이후에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적당한 체격에 적당한 튜브를 항상 몸에 끼고있는 일반인이다. 수영은 어렸을 때 아기스포츠단을 통해 뜨는 방법은 알았고 군대에서 익혔다. 자전거는 흔히들 말하는 철티비를 타고 있었고 달리기는 어느정도 달리다보면 무릎이 아파 걷는 정도였다.
세종 철인3종 대회 세부내용들을 읽기 시작했다. 시작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바로 참가자격이었다.
첫번째 선수등록은 쉽게 할 수 있다.
두번째 경기내내 스포츠맨쉽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세번째 도로교통법은 지킬 수 있고, 대회규정 및 규칙은 이따가 읽어보고, 대회임원의 지시는 따를 수 있다.
네번째 3시간 30분 제한시간 이내에 완주 가능할...까?
사실상 마지막 MTB 하이브리드에 빨간색으로 하이라이팅이 되어있지만 내 눈에는 3시간 30분이라는 항목이 포커싱되어 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 공돌이는 계산에 돌입했다. 총시간 3시간 30분, 수영 1.5km - 자전거 40km - 달리기 10km. 대회규정 및 규칙을 보니 수영은 50분 이내에 들어와야한다고 한다. 저건 바꿀 수 없는 변수이다. 그렇다면 자전거와 달리기에 쓸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40분, 헬스장에서 보통 10km/h로 놓고 달리니까 달리기 1시간에 자전거 1시간 40분. 계산 끝났다.
바로 나의 철티비를 이끌고 하천으로 갔다. 40km를 1시간 40분 내로 주파해야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40km는 채우지도 못했고 시간도 2시간을 오버했다. 40km를 타본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내가 얼마나 탔는지 km를 재고 자전거를 타본적이 없다.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 이후에 잠깐 생각이 나다가 안나다가를 반복하다가 특이점에 도달해 수영복을 들고 수영장에 갔다. 그리고 50m 30랩 50분을 목표로 수영을 시작했다.
결과는 준수했다. 어렸을 때 아기스포츠단을 열심히 다녔던 나에게 감사하며 자신감을 채우고 그 날 선수등록과 참가신청을 완료했다.
시간을 보면 수영을 마친 것이 오후 2시인데 오후 5시에 참가신청을 했다. 내가 상당한 기분파라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남은 것은 달리기 테스트다. 10km를 처음으로 달려봤다.
1시간 2분이 걸렸다. 얼추 맞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전거를 해결해야했다. 집근처 사이클매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예산 내에서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로드바이크를 구입했다. 물론 그 매장에선 가장 저렴한 축에 속했다. 그리고 그 자전거로 첫 라이딩을 했다.
출발이 순조로웠다. 이래서 로드바이크 타는구나 하는 생각을 바로 했다. 그리고 1시간 35분이 걸렸다. 첫 기록이 수영 49분 / 자전거 1시간 35분 / 달리기 1시간 2분 그러니까 3시간 30분 내로 완주가 가능했다. 진짜 문제는 이것들을 이어서 해야한다는 것. 저 기록은 다른날 한 운동씩 했던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경기에서와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연습을 시작했다.
연습은 시간이 날 때마다 했는데 너무 힘들면 쉬고 좀 나아지면 다시 반복했다. 핑계지만 자전거를 타고나서 달리기를 하려고 할 때마다 다른 일이 생겼다. 그래서 전환하는 연습을 하지 못했다. 경기 전날까지만 해도 내일의 나에게 모든걸 맡긴다는 일념이었다.
수영은 보온복을 꼭 입어야한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찾고 찾아 가장 저렴한 수트를 구매했다. 그리고 뭔가 민망해서 수영장에는 한번도 입고가지 못했고 경기 당일에 처음으로 물을 적셔봤다.
경기 전날 자전거 검차를 받기 위해 세종을 향했다. 왜인지 나만 빼고 모두 해본 느낌이었다. 스탭에게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고 도움을 요청하니 그 분들도 자원봉사자셔서 잘 모른다고 하셨다. 그렇게 관계자분을 찾아 이것저것 여쭤봤다. 친절하셨던 관계자분은 수영 수트와 자주 마찰이 있는 부분에 바세린을 바르라는 꼼꼼한 개인적인 조언도 주셨다. 그렇게 검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일찍 잠에 들려고 노력했다. 계속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잠을 잘 못이루고 알람이 울렸다.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유산소 운동을 하기 전에 밥을 먹으면 배가 아파 잘 뛰지 못할까봐 밥을 먹지 않고 집을 나섰다. 세종에 도착해서 자전거복 위에 수영수트를 입었다. 연습수영시간이라고 주최측에서 알렸다. 처음으로 세종 호수공원에서 수영을 해봤다. 수트때문인지 몸이 잘 뜨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준비체조를 다같이 하고 수영기록 순서대로 입수하기 시작했다.
나는 담수에서 수영을 해본 기록이 없기 때문에 맨 뒤에서 출발했다. 9시 17분에 입수를 했다. 중간에 평형을 하시는 분께 복부를 맞고 물을 한모금 들이킨 다음 1,874m를 수영했다. 인원이 많다보니 인코스로 돌지 못한 탓인지 처음 야외수영이라는 탭을 클릭당한 애플워치의 오차탓인지 더 많이 수영했다. 그래도 50분 안에 들어왔다.
다음은 자전거다. 수영 수트를 벗다가 쥐가 날 뻔했다. 다행히 위기를 넘기고 운동화를 신고 자전거 타기를 시작했다. 수영을 한 다음인지 허벅지가 뻐근했다. 평소에 다니던 속도로 다니지 못했다. 평균 27km/h로 달려야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 그러지 못했다. 불안감이 엄습했다. 코스를 진행하다보니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었다. 점차 자전거가 끝나가는데 멀리서 누군가 완주했다는 소리가 크게 울려퍼졌다. 그렇게 영겁의 시간이 지나고 들어왔다. 1시간 27분이 걸렸다. 사실 당시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린지는 모르고 11시 30분까지 자전거를 마쳐야한다는 규정 때문에 지각한 나를 저지하지 않는 주최측에 감사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달리기였다. 내 허벅지가 말을 듣지 않았다. 중간중간 비치된 파스도 발라가며 허벅지를 달랬다. 허벅지가 조금 나아지자 햄스트링이 문제다. 결국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완주를 했다.
달리기는 1시간 13분이 걸렸다. 거의 마지막으로 들어갔다. 완주메달을 목에 걸었다. 3시간 30분을 초과했지만 메달을 받아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끝나고 마시는 콜라가 일품이었다. 콜라가 펩시였는데, 앞으로 펩시만 마셔야지 하는 생각을 갖고있었다. 밥을 안먹어서 그런지 배가 너무 고팠다 주최측에서는 맛있는 제육볶음까지 제공했다. 그리고 그렇게 버킷리스트에서 한 줄을 지웠다.
이걸 얻으려고 그 고생을 했나 하는 허탈감과 함께 끝냈다는 쾌감도 얻었다. 모든 비용을 다 합하니 100만원 내외였다. 버킷리스트에 철인3종경기가 있으시다면 꼭 도전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