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자세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다.
책에서 본 짧은 한 문장은 내 마음속에서 아주 거대한 파도가 되었다. 말을 잘하는 것에만 몰두해 있던 나에게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내가 그동안 편협한 생각에만 갇혀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또렷한 목소리로 청중 앞에서 말을 하는 연사(演士)들이 너무 멋있어 보였다. 특히 유수한 말솜씨와 지적인 모습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닮고 싶었다. 막연히 말을 잘하게 되면 매력적인 사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면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말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나서서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아는 것을 뽐내고 싶었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끝에 느낀 바는 말이 많을수록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말이 많은 것은 뛰어난 말솜씨와는 전혀 별개의 것이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으면 그 사람의 마음이 들리는 것 같다. 화난 목소리에서 서운한 마음이 느껴지고, 무뚝뚝한 말투에서 은근한 배려가 담겨있다. 반대로 친절한 단어 속에서 시퍼런 미움이 숨어있기도 하다. 이처럼 말이란 단어와 문장을 넘어 그 안에 상대방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가만히 귀 기울여 들으면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헤아려지게 된다.
경청하려고 노력하면서 묘한 변화가 생겼다. 대화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조금씩 호감을 얻게 되었다는 것이다. 잘 들어줬을 뿐인데 상대가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해주고 대화가 즐겁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마음을 얻고 싶어서 말을 많이 할 때는 그러지 못했지만 오히려 말을 줄이니 한결 수월해졌다.
말을 잘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으면 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음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