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에서
# 가을에는 고민이 함께 온다
분명 추석 때까지만 해도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틀었는데, 10월이 되자마자 더위가 싹 물러나고 서늘해지기 시작했다. 옷차림도 반팔, 반바지에서 긴팔, 긴바지로 한순간 바뀌었다. 가을이 온 거다.
가을의 시작과 함께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지면 고민이 많아진다. 2024년,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나는 올해를 잘 보냈나?'라는 깊은 성찰과 '남은 3개월만큼은 알차게 보내야지'라는 마지막 다짐이 서로 복잡하고 미묘하게 섞여 밀려온다. 이런 것이 가을 탄다고 하는 걸까? 차라리 추워지는 11월이 되면 '한두 달 남은 거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라는 단념으로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질 텐데...
올해 한 해는 유독 내게 큰 일들이 많았다. 3년 간 다닌 회사를 퇴사했고 1월에 이직을 했다. 희망찼던 이직은 내게 인생의 큰 쓴맛을 주는 퇴사로 돌아왔다. 퇴사를 하고는 스페인-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왔다. 스페인-이탈리아는 막연히 가보고 싶었던 여행지였는데, 갑자기 올해 다녀오게 될 줄은 전혀 몰랐다. 뜻하지 않게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급 달성(?)하게 됐다. 그리고 다른 것을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는 도전해보고 싶었던 일이라 지금이 아니면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말이다.
지난 9개월을 돌이켜 보고, 앞으로 남은 3개월을 그려보는 지금의 가을이 나를 복잡하게 만든다.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24년도가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는 모순된 감정이 자꾸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