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 여행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건축 공부를 결심했다. 쉽고 재밌고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찾다가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했는데 내가 원했던 책이었다. 특히 유럽은 유명한 성당들이 정말 많은데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감흥도 없고 지루하기만 하기에, 이번 여행에서는 눈에 가득 담고 몸으로 느껴 보고 싶었다. 알고 보면 기둥 하나도 다르게 보이니깐 말이다. 시간이 나면 짬짬이 읽고, 도시 간 움직이는 기차 또는 비행기에서도 읽었다. 덕분에 두 배는 더 즐거운 유럽 여행이 되었다.
#성당 중앙부 아래의 지하 예배당(Crypt)
유럽 성당을 들어가 보면 중앙에 제대와 성상(聖像)이 있고 그 아래 교회 지하 예배당(Crypt)이 있는 경우가 있다. 성당 건축 초창기에는 성당 외부에 별도로 위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세로 접어들면서 지하 예배당이 내부로 들어오게 되었고, 성인의 유해 및 성물을 안치한 공간으로 인해 성당의 경건함이 더욱 강화되었다. 그래서 실제로 가우디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지하실에는 안토니 가우디가 안치되어 있고, 또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지하실에는 성인 베드로의 유해라고 하는 시신이 안치되어 있다. 지하 예배당이 생김으로써 순례자들의 방문이 빈번해졌으며, 감상할 수 있게 됨으로써 방문 경험의 직접성이 보다 높아졌다고 한다.
잘 몰랐을 때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쳤겠지만 한번 더 관심을 갖게 보게 되고, 성인들의 안치되었다는 사실에 조금 더 성당의 분위기가 경견해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피렌체를 구경하면 도심에 뽀얗고 예쁜 성당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신기하게 보고 있으면 아기자기한 것 같으면서 웅장하게 느껴진다. 성당 완공하기까지 약 140여 년이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여러 요인들 중에서 가장 큰 요인은 두오모라 불리는 반구의 성당 지붕의 완성이었다. 성당의 나머지 부분은 완성을 해놓고도 두오모를 완성시킬 기술력이 없었서 몇십 년간 방치되었다고 한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볕이 들면 볕이 드는 대로 그렇게 말이다. 나였으면 우선 뚜껑부터 덮자! 하고 덮어 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피렌체는
공모전도 하고 건축가도 여러 번도 바꿔 가면서 두오모를 완공시켰다. 정말 그 의지가 대단하다. 그중에서 재밌는 이야기도 하나 있는데, 건축가 브루넬레스키는 피렌체 두오모 완성을 위해 로마로 여행을 떠나 판테온을 공부 및 연구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알고 성당 내부와 두오모 내부 투어를 하면은 힘들지만 그래도 재미가 있다. 피렌체의 두오모는 이중 돔으로 되어 있어서 그 내부 공간을 걷는 투어가 있는데, 그 틈 사이를 통과하면서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해 봤다.
이탈리아 피렌체 대성당
#기둥의 숨겨진 기능
성당 내부를 보면 중앙 쪽으로 예배단과 예배 의자들이 놓여 있고 양측에는 건물 기둥들이 즐비해 있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기둥이지만 여기에도 이유가 숨어 있다. 순례자가 성당 예식에 지장을 주지 않고 교회당을 둘러볼 수 있도록 바깥쪽 동선을 만든 것이다. 또한 순례자나 신자들이 중앙 예배단에서 이뤄지는 예식과 별도로 기도나 묵상을 할 수 있게도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단순히 성당을 지탱하는 목적 외에 성당 내부의 동선을 만들어 줌으로써 방문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순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확실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전에는 무의미했던 기둥 하나도 이번에는 색다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