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대학교 전공 수업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구입했던 책이었다. 읽지는 않고 오래 방치해 두었다가 지난달 책장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청소년 교육 수준으로 나온 책이라 나하고는 맞지 않아서 그냥 버릴까 했지만, 적어도 읽어는 보고 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얇아서 이틀 만에 전부 읽었지만, 내용은 꽤 알차다. 민주주의 의미와 한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더욱이 독후감을 쓰고 있는 이 시점이 되어서야 이 책의 의미가 다시금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민주주의적 절차, 또는 민주주의적 방식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나는 당연히 '다수결의 원칙'이 떠오른다. 그게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에서는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최선이 아닌, 최후의 방법이라고 한다. 좀 신기하지 않은가?
민주주의적 절차로서 다수결의 원칙을 우선시한다면 소수의 의견은 항상 묵살된 채 다수의 횡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토론과 대화, 대화와 타협을 우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이야기다. 더욱이 사람도 많고,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힐수록 원만히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주의 가치를 위해서는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충분한 대화가 수반된 이후에 최후의 방법으로서 다수결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대화와 토론의 과정을 생략한 다수결은 수의 지배가 되지만, 대화와 토론을 거친 다수결은 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는 현실적인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거야. p.27
어려서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이견이 많아 한 가지로 결정하기 쉽지 않을 때 다수결로 정하자는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 방법이 최선이 아닌 최후의 방법으로서 고민되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반추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프랑스 군인들의 애국심이라고 말한다. 당시 프랑스는 혁명을 통해서 신분제도가 무너졌고, 모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었기 때문에 프랑스 군인들은 전쟁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달랐다고 한다. 애국심을 갖고 싸우는 군대와 그렇지 않은 군대와의 싸움은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우리의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가치가 투철한 애국심의 뿌리가 된다.
애국심의 뿌리가 되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근래 정치적 상황을 통해서 체감하고 있다. 계엄령 사태가 촉발한 시위는 전국적 단위로 확산되었으며 그로 인해 탄핵안 가결의 성과를 보여주었다. 어려운 결정을 이끌어 낸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감동을 받았다. 모든 국민들의 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큰 목소리를 내었다. 그 목소리에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향한 깊은 애국심이 느껴진다. 더욱이 시위 현장에서 본 모두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누려온 민주주의 가치가 결코 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며 수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다시금 깨달았다.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 사회를 위해 개인이 헌신하고 희생해야 할 의무인 것처럼 생각하면 곤란해. 바로 우리 각자의 생명과 재산과 안전을, 그리고 존엄성과 권리를 지키기 위해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거야. p.188
위의 문장을 읽으면서 민주주의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것이 단순히 사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우리를 위해서라는 말이 와닿는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바로 당신과 나, 우리를 위한 것이다. 그렇기에 추운 날씨에서도 시위를 하고 있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살아 있음을 느끼며, 오늘날 민주주의가 수호되고 있는 위대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