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배운 두 가지 교훈

by 포양
'닥치고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잘해줄 때 잘하자'


제대한 지 어느덧 근 10년이다. 이제는 군번조차 가물가물하지만, 군 생활을 통해 배운 두 가지 교훈만큼은 아직도 또렷하다. 선임들에게 들은 수많은 말 중에도 위의 두 문장은 내게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군대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이 교훈들은 나를 지켜주는 삶의 전략이 되었다.



#첫째, 닥치고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닥치다'는 말이 다소 거칠게 들리지만, 이 표현만큼 실감 나는 단어도 없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절반은 간다는 말, 그것은 단순한 사실을 넘어 진리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군 생활이 꼬이는 사람들을 보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원인은 ‘말’ 때문이다. 하지 말아야 될 말을 내뱉어 간부나 선임, 또는 동기들한테 미움을 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자신이 내뱉은 말이 문제가 될 줄 알면서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 말아야 될 말''해도 괜찮은 말'의 경계를 구분하지 못해서 실수를 하게 된다.


내가 복무하던 부대에 말을 재치 있게 하는 선임이 있었다. 덕분에 그 선임은 몇몇 간부하고 재밌게 잘 지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 우리 부대의 막내 하사가 저녁 점호 때 병사들한테 앞으로는 적당히 거리를 두겠다는 통보(?)를 했다. 알고 보니, 그 선임이 장난을 친다고 땅에 떨어진 과자를 주워서, 같이 걸어가는 막내 하사한테 "이거 드시겠습니까?"하고 농담을 한 것이다. 평소 같이 장난을 치던 막내 하사가 제대로 열이 받은 것이다. 그날 이후, 그 재치 있는 선임은 한동안 꽤나 고생을 했다. 말 한마디 때문에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것이다.


군 생활 중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면, 말이 많은 사람일수록 실수가 잦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말이 많으면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도 커진다. 더불어서, 말로 웃기는 사람일수록 과한 농담으로 무례를 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괜한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면 '닥치고 있으면 절반이라도 간다'는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물론 하지 말아야 될 말과 해도 될 말을 완벽하게 분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과 모든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말이라도 상대방에게 어떻게 해석될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말을 아끼는 편이 훨씬 현명하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생활에서도 말이 문제다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곳을 뽑으라면 단연 직장이 1순위다. 직장만큼 '말' 때문에 상처받고, '말 한마디'에 곤란해지는 곳도 없는 것 같다.


지시된 업무가 제때 되지 않거나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때, 불필요한 말은 삼가는 것이 낫다. '죄송합니다. 확인해서 수정하겠습니다' 바로 이 두 마디면 수습이 될 문제인데 수많은 핑계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사례를 정말 많이 본다. 물론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억울한 부분을 해소하겠다고 불필요한 말들로 상사를 더 열받게 만들 필요는 없다. 그 짧은 순간, 변명은 자제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이다.


물론 모든 오해를 묵인하라는 뜻은 아니다. 상황이 정리된 뒤에는 억울한 부분을 차분히 해명할 필요도 있다. 다만 타이밍과 방식이 중요하다. 문제 상황에서는 ‘닥치고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는 교훈을 떠올려야 한다. 불필요한 말은 변명이 되고, 변명은 때로 화근이 된다.

(물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둘째, 잘해줄 때 잘하자


훈련소 시절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너네 잘해줄 때 잘해라." 단순한 말이지만 모든 대인관계를 관통하는 명언이다.


군대에서 자신과 잘 맞는 선임을 만나면 생활이 한결 편해지고 재밌는 부분도 많다. 그러면 선임이 잘 챙겨주고 서로 편하게 대하게 된다. 그렇게 친해질수록 많이들 선임의 배려를 당연하게 여긴다. 말을 편하게 하라 했더니 어느새 맞먹는 후임이 되고, 맛있는 것을 자주 사줬더니 선임을 지갑처럼 대하는 후임도 있다. 결국, 관계가 틀어지면 그때부터는 고난 시작이다. 선임하고 꼬인 관계를 풀지 못하면, 그 선임 전역할 때까지 고생하는 방법 밖에 없다. “잘해줄 때 잘하라”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다.



#모든 관계에서 잘하자


이 교훈은 군대뿐 아니라 모든 관계에 통한다. 친구, 연인, 직장 동료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잘해주면 오만해지는 사람들이 꼭! 반드시! 무조건! 있다. 그리고 정말 많다. 그런 사람치고 주변에 좋은 사람 남아 있는 것을 제대로 못 봤다. 비슷한 애들끼리 앞에서는 같이 다니지만 뒤에서는 서로 욕한다. 학교에서도 그랬고, 직장에서도 많이 봤다.


누군가 본인에게 잘해주고 호의를 베푼다면 당연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 호의를 권리로 착각해서, 소중한 인연은 잃어버리고 나서 뒤늦게 깨닫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그때는 상황을 돌이키고 싶어도 예전처럼 되돌아가지 않는다.


이런 얘기를 하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애초에 잘해줄 필요가 없다"라고 말한다. 상처받은 그 마음도 충분히 이해 간다. 그럼에도 나는 잘해줄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상대방에게 잘해줄 때 그 사람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잘해줄수록 교만해지는지, 아니면 진심으로 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인지 판별할 수 있다. 좋은 사람이라면 관계를 잘 가꾸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과감히 끊어내면 된다. 누군가 '왜 그 사람하고 잘 안 지내?'라고 묻는다면 대답해 줘라.


"무례하고 오만한 사람이라 더 이상 안 보기로 했어"



#삶의 전략으로서


21개월 간의 군생활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보았다. 그 경험이 내게 가르쳐 준 두 가지 교훈은 내 삶의 지침이 되었다. 닥치고 있었더니 정말 절반은 갈 수 있었고, 잘해줄 때 잘하니 건강관 대인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두 가지 교훈이 내가 사회 속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안전하게 처신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이 글을 누군가에게 권하려는 마음에 쓴 것은 아니다. 말로 한 실수가 있거나 소중한 인연을 놓쳤던 경험이 있다면 이 두 문장을 마음속에 한 번쯤 새겨보길 바란다.



"닥치고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잘해줄 때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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