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

by 포양

어제 엄마와 함께 외출을 하면서 한층 따뜻해진 날씨를 느꼈다. 부드러워진 바람이 봄을 알렸지만, 앙상한 나뭇가지는 아직 겨울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잎 하나 없는 겨울나무를 볼 때면 엄마의 말이 떠오른다. 아무런 대비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그때, 하루하루가 막막했다. 주변에서는 다들 승진도 하고 결혼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나만 멈춰버린 시간에 서있는 것 같아서 초조하기만 했다. 엄마는 위축된 나를 다독이며 어디선가 본 글귀를 들려주셨다.


"사람들은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면서 지난 계절의 풍성함을 잃어버렸다고 슬퍼하지만, 정작 추운 겨울을 버티고 있는 나무는 앞으로 다가올 봄의 아름다움을 기대하고 있다"


엄마는 내가 겨울나무 같다고 하셨다. 30대 중반에 직장을 그만두고 다시 공부하는 모습이 남들 눈엔 볼품없어 보이겠지만, 내 안에서는 푸른 잎을 낼 봄을 준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원하는 곳에서 공부할 내 모습을 기대하라고 하셨다.


엄마의 격려는 버팀목이 되었다. 백수로 지내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면, 엄마의 말처럼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목표한 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새로운 도전을 할 나를 그렸다.


그리고 작년 가을,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원하는 학교와 전공으로 진학했다. 가을 학기를 무사히 마치고 지금은 곧 시작될 봄학기를 준비하고 있다.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힘들어지겠지만 새로운 도전들이 기대된다. 지금이 내겐 봄과 같다.



잎을 모두 떨군 앙상한 가지에서 이제는 돋아날 새순의 희망을 본다. 앞으로 수많은 겨울을 지나겠지만, 그만큼의 봄이 찾아올 것임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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