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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양 Oct 19. 2020

공감 연습하기

# 감정의 부재


   책 「아몬드」의 주인공은 감정을 못 느낀다.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가기 위해 즐거움, 기쁨, 슬픔 등 감정을 연습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인공이 감정을 연습했다면, 나는 공감을 연습했다.



   초등학교 수련회 마지막 밤, 캠프파이어를 하기 위해 모두가 둥글게 둘러앉았다. 초에 종이컵을 끼우고 불을 켰다. 어두운 밤 촛불만 흔들리는 시간, 교관들은 뻔한 레퍼토리로 부모님 이야기를 꺼냈다. "매일 아침 우리를 위해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 그리고 우리가 아플 때면 걱정해주시는 어머니의 손길..." 이런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금방 울음바다가 되었다. 훌쩍거리며 우는 아이, 꺽꺽 우는 아이... 다양한 울음소리가 섞였다. 하지만 난 그 분위기가 전혀 공감되지 않았다. 이게 숨이 넘어갈 듯이 울 일인가 싶었다. 그런 분위기가 싫어서 일부러 친구한테 말을 걸다가 조교 선생님한테 끌려 나와서 격리됐다. 자리가 마무리될 때까지 30분을 혼자 있었다. 그땐, 속으로 난 강한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하나도 슬프지 않다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슬프지 않았던 것은 내가 강해서가 아니라, 빈 깡통처럼 속이 텅 비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거나, 그 정도까지의 깊이가 없었던 것이다. 담아 놓은 것이 없기에 흘려보낼 것이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 공감 연습하기

 

   공감능력의 부족의 가장 큰 문제는 관계 유지다. 특히 애정 깊은 관계가 어렵다.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없기에 늘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아보았다. 물론 오랜 시간에 걸쳐 감정적인 교류를 쌓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간접 경험을 통해 공감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1. 소설책 읽기

2. 영화 감상

3. 연애 프로그램 보기



   첫째, 소설 읽기는 경험의 폭을 넓히는 방법이다.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를 읽는 수준을 넘어, 등장인물의 인생에 푹 빠지는 것이다. 인물의 배경, 가치관, 성격, 감정 등 모든 요소를 하나하나 음미하는 것이다. 다양한 인물의 감정을 상상하고 느껴보는 것은 작품 속에서 다른 인생을 살아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러면서 이해의 폭을 조금씩 넓혀 가는 것이다.


   둘째, 영화 감상은 감정의 표현을 배우는 방법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상상의 나래를 아무리 펼쳐도 인물의 표정, 목소리, 억양 등 디테일하게 그려낼 수 없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질 때의 표정, 수많은 실패를 딛고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의 눈물... 다양한 상황에서 배우들의 감정 표현을 보면서 배우게 된다.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떻게 호흡을 하는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 말이다.

그러면서 하나의 감정에도 참으로 다양한 표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셋째, 연애 프로그램 보기는 공감의 스킬을 배우는 방법이다. 우연히 하트시그널 2를 보게 되었다. 출연자들의 행동을 쭉 보면서 느낀 것은 공감에도 기술이 있다는 것이다. 건네는 말투, 바라보는 시선, 작은 제스처에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묻어 나온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진짜 속상하겠다"라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것, 다쳤을 때는 "괜찮냐"는 말과 함께 반창고를 가져다주는 행동, 이런 언행을 통해서 상대방이 내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이처럼 상대의 온도를 맞춘 공감 방법을 배운다.



# 공감 연습의 결과

 

   이 외에도 여행을 통해 경험의 폭을 넓히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이처럼 공감능력이라는 것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연습을 통해서 충분히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공감 연습을 꾸준히 해오면서 느낀 것은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항상 대화가 끊어지고 경직되었던 분위기에서 지금은 편하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되었다. 그러므로, 공감능력의 중요성을 배우며, 꾸준한 연습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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