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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엔티제 Aug 16. 2021

사람들이 우리집 부자냐고 물어보던데?

군종병의 하루

 "너희 집 뭐 있구나?"

 "너희 집 어디 연줄 있구나?"


 동생이 군대에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소 가깝게 지내던 오빠들이 내게 했던 말이다. 날 오랫동안 봐왔기 때문에 내가 특별히 돈도 없고 연줄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무슨 소리야. 무슨 연줄이 있어?"

 "동생 사단 군종병이라며. 이건 그냥 될 수 있는 게 아니야. 누구 있지?"


 군대에 대해 무지한 나로서는 사단 군종병이 도대체 뭐길래, 다들 이런 질문을 하나 싶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도대체 군종병이 뭔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나: 예전에, 주변 사람들이 너 사단 군종병 됐다니까 다들 연줄 있냐고 물어보더라? 그거 그렇게 대단한 거야?

동생: 사단 군종병은 엄청 소수고,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꽤 많아. 그래서 다들 사단 군종병이라고 하면, 그런 질문을 많이 하더라. 근데 생각보다 일이 굉장히 많고, 모든 업무를 혼자 담당하기 때문에 책임질 일도 많아. 사단 군종병이 아프거나, 일을 못하면 살림 운영이 잘 안 되지.

 

나: 어떻게 하면 사단 군종병이 될 수 있어?

동생: 우린 원래 계속 교회를 다녔으니까, 훈련병일 때 당연히 교회에 갔어. 대표기도 하고 싶은 사람 손 들어보라고 했는데, 아무도 안 들더라고. 그래서 내가 손들고 대표기도를 했어. 어려운 일도 아니니까.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이 몇 번 있어서 기도를 더 했거든. 그러니까 어느 날, 담당관이 오더니 혹시, 군종병 업무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아마 대표기도를 했다는 것을 굉장히 좋게 보셨던 것 같아.

 사실, 보통 입대 전에 사단 군종병 하고 싶다고 신청을 하는데, 난 신청하지 않고 입소했어. 그리고 그때 군종병이 필요한 시기도 아니었어. 그러다 내부 상황 때문에 기존 군종병 대신 다른 사람을 뽑아야 하는 상황이었대. 그래서 훈련병 중에 선발 절차를 걸쳐서 선발하기로 했었나 봐. 근데 그때는 군종병이라는 게 생소해서 그냥 조용히 얘기 듣다가 돌아왔지.


나: 그럼 어쩌다가 결국 지원해서 군종병이 된 거야?

동생: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부대로 배치를 받는데, 그전에 사단급에서 본인들이 원하는 사람들 대상으로 면접을 봐. 그다음 인력 차출하고, 나머지 인력들을 예하 대대에 보내줘. 내 주변 사람들은 다들 사단에 남고 싶어 했어. 그냥 우리끼리 하는 말이었는데, 사단에 남는 건 '뉴욕에 남는다' 뭐 이런 의미였어. 


나: 군대가 다 같은 군대 아니야?

동생: 아니야. 정말 달라. 사단은 편의점도 좋다고 하고, 훈련병일 때 지나가다 보면 뭔가 더 좋은 곳 같아 보였거든. 심지어 아름다워 보이기도 했어.

 사단에 남고 싶어서, 면접 제안이 있었던 군종부 면접에 참여한 거야. 근데 가보니까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인 거야. 면접도 보고, 면접 통과한 인원들 대상으로는 무슨 프로그램으로 추첨을 돌려. 그리고 거기에서 통과하면 또 마지막엔 2명이서 50% 확률로 추첨해. 그걸 다 뚫고 내가 군종병이 된 거야.

 

나: 그렇게 군종병이 되면 무슨 일을 해?

동생: 딱 정의하기가 힘들어. 그냥 교회와 관련된 모든 일과 행사를 운영해. 정말 전구 갈기, 주보 만들기, PPT 작성, 청소, 눈 치우기 이런 것 모두. 교회 살림을 하는 거야. 

 그리고 군종부 소속으로 하는 행사들도 지원하고. 이때는 기독교 관련 행사만 지원하는 게 아니라 불교, 천주교처럼 다른 종교 행사도 지원해. 크리스마스나 부활절에도 크게 행사가 열리고. 비전캠프라는 것도 운영하고.

 

나: 비전캠프가 뭐야?

동생: 군종병 업무 중에 하나가, 군인을 심리적으로 케어하는 게 있어. 비전캠프는 사단 내에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군인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캠프인데, 10명 내외의 인원이 2박 3일 정도 교회에서 같이 지내.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고, 요즘 유행하는 MBTI도 같이 하고, 목욕탕도 가고 소통도 해. 

 비전캠프에 오고 싶다고 다 올 수 있는 게 아니고, 정말 심리적으로 어려움 겪는 군인들이 오는 거거든. 그래서 캠프에 있으면서 뭔가 마음이 안정되면 본인이 힘들었던 것들 이야기 한 다음에 조치를 취해주기도 하고 그래.

 내가 어쨌든 캠프 진행 중에 참가자들을 통솔해야 하니까 가까이서 같이 있는데, 가끔은 정말 이렇게까지 마음이 힘든데 어떻게 군대에 왔을까, 싶은 친구도 있었어.


나: 군종병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

동생: 정말 군대 얘기는 하면 끝이 없는 것 같아. 내가 있던 곳에선 세례인이 많은 게 업무 실적 중에 하나였어. 그래서 기독교, 천주교 세례인이 몇 명이었는지 막대그래프로 그려 놨어.

 근데 기존 인원은 제한적이니까, 신교대에서 들어오는 훈련병들이 엄청 큰 실적이거든. 근데 그 훈련병을 통솔하는 게 조교들이니까 조교들이랑 군종병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한데, 처음에 조교들이 날 좋아하지 않았어.

 들어보니까 전통적으로 내 선임들이랑 늘 사이가 안 좋았더라고. 그래서 처음엔 나도 그냥 서먹하게 지내야 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먹을 것도 챙겨주고 노력을 했어.

 그러니까, 조교들도 신병들한테 교회 행사 안내도 더 적극적으로 해줬지. 

 "오늘은 교회에서 이런 행사가 있다." 이러면서. 그러니까 사람이 점점 늘더라고. 


나: 조교들이 진짜 대단한 일을 해줬네. 고마웠겠다.

동생: 조교들과의 관계는 진짜 중요해. 훈련병들이 수백 명이니까, 교회에서 음식을 먹거나 하면 엄청 더러워져. 근데 나는 훈련병들한테 음식을 치우거나 뒷정리를 해달 라거나 하기가 좀 어렵거든. 그래서 음식 흘릴 때마다 엄청 신경 쓰여도 그냥 보고만 있어. 근데 그때, 조교들이 "지금 땅바닥에 옥수수가 떨어졌다." 이렇게 한 마디 하면, 신병들이 옥수수도 줍고, 거의 청소를 해줘. 

 

나: 그럼 군에서 재미있었던 일은 뭐야?

동생:  기본적으로 재미있고 싸움도 많았거든. 유학파들이 많아서 그런지 다들 너무 솔직하고 개방적이고 영어로 싸우기도 하고 그러더라고. 교회일을 하면서 거기서 만난 집사님들이 나를 좋아해 주셔서 맛있는 것도 많이 얻어먹었고. 그리고 보통 군대에서는 혼자 잘 이동을 못하는데 나는 업무가 혼자 하는 것들이라서 혼자 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기억에 남는 건 어쨌든 내가 1년 반 동안 매일 새벽 예배를 드렸다는 거야.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설교를 많이 들어서인지 마음을 움직이는 설교가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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