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로 상대방을 판단하는 세상
낯선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의 관심사를 묻기보다 mbti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일반화된 것 같다.
2020년부터 대한민국에서 가히 ‘열풍’이라 불릴 법 했던 mbti, 특히나 mz세대에서 더욱 유행하고 있다. 문뜩, 왜 급속도로 그렇게 유명해졌을까? 의문이 들었다.
내 나름대로의 생각은 대한민국의 청소년의 유년기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요즘 누구라도 자신의 취향과 취미,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사람 몇이나 있을까?
우리나라의 청년들 중 다수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6가지의 성격 중 하나로 자신의 성격을 정의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쉽고 간결하게’ 확인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인 mbti가 뜨겁게 부상하게 된 것이라 추측한다.
그게 아니라면 왜 전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mbti가 뜨겁지 않을까? 가장 가까운 중국, 일본에서도 mbti는 회자되지 않는다.
자신이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취향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내가 선택장애라서 네가 정해줘” 복잡하거나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야 할 때가 아닌데도 자랑스럽게 상대방에게 자신의 선택권을 위임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미안하지만 선택장애는 결코 자랑이 될 수 없다. ‘선택장애’는 다른 말로 ‘취향 없음’이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방어기제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입식 교육, 우리들은 어렸을 때부터 정답만을 말해야 하는 사회에서 자랐다. 초중고 교육은 획일화된 사상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유년기 생각의 뿌리는 어느 정도 다 비슷하다. 튀는 행동은 하면 안 되는 것, 공부해서 대학에 꼭 가야 하는 것, 직장은 평생 다녀야 하는 것. 이렇게 우리 무의식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mbti는 과학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몇 있다. 하지만 mbti는 비과학적 검사다. 이것은 자칫하면 큰 위험이 된다. 포러효과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설문 조사에서는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 선택지를 고르는 경향이 있다. “infp는 소심해”라고 말하는 것은 “혈액형 b형은 싸가지 없어”와 다를 것 없다.
물론, 어색한 사람과 대화의 포문을 열어야 할 때나 상황을 유하게 풀어야 할 때 mbti는 너무나도 좋은 토픽이 된다.
하지만 일부 과몰입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상대방의 mbti로 상대방 전체를 지나치게 확신해 버린다는 것이다. 쟤는 estp라서 나랑 맞지 않을 거야! 쟤는 istp라서 이기적일 거야! 쟤는 entj라서 재수 없을 거야!(찔린 거 아님)
80억이 넘는 인구를 단 16개의 성격으로 나눈다는 것은 사실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스스로를 16가지에 가두고 싶어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정답을 말해야 하는 청소년기를 겪었지만 지금 당장 자신이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내가 잘하는 일, 못 하는 일은 무엇인지 등 자신에게 질문 함으로써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mbti는 재미 삼아 할 수 있는 대화주제! 딱 거기까지만 사용하자.
우리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있는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당신은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