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공부 설계도
봄이 비집고 들어오는 곳에서 겨울이 최후의 몸부림을 치는
2022년 03월 23일 (수요일)의 기록
안녕하세요. 예술경영,공연연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통받고 있는 수험생을 위한 친절한예도쌤 칼럼입니다.
특히 창작의 고통에 빠져있는 연출·기획전공 학생들을 위한
단 하나의 필승법을 소개합니다. 그것은 독서입니다.
평소에도 연출·기획 전공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는 말을 아주 많이 하는데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연출가는 곧 이야기꾼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꾼은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어야지
큰 돈을 벌거나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이번 22학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전공, 중앙대학교 연출기획전공 합격생들은
고등학교 3년 동안 80에서 1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연출·기획 전공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빅4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노트르담드 파리>, <미스사이공>(오페라 ‘나비부인’ 모티프) 모두 기존에 있던 이야기를 무대화 한 작품입니다.
최근 역삼 LG아트센터의 마지막 공연을 장식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하데스와 페르세포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하데스는 오르페우스에게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결국 뒤를 돌아보게 되고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성경 속 ‘소돔과 고모라’ 이야기로도 나타나 있습니다. 타락한 악의 도시였던 소돔과 고모라를 신은 파괴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아브라함이 만약 그곳에서 열명의 의인을 찾을 수 있다면 도시를 파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의인은 열 명이 되지 않았고, 신은 사람으로 변장한 천사를 보내 소돔에 살고 있던 아브라함의 조카 롯과 그의 가족에게 ‘뒤를 돌아보지 말고’ 도시를 떠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롯의 아내는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소금기둥’으로 변하게 됩니다.
여러분은 이제 ‘인간은 왜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했는데 뒤를 돌아보는가?’에 대해서 고민하면 됩니다. 그리고 현대에서 하데스의 지옥, 소돔과 고모라는 어디이고 누가 오르페우스이고 에우리디케인지, 누가 아브라함이고 누가 롯인지 고민하면 됩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창작 사업인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창작산실)은 매년 새로운 작품과 연출·기획자들의 등용문이 되는 곳입니다.
2019년 창작산실에 당선된 25편의 작품 가운데 17편이 고사(故事_오래된 일) 또는 고전이 있는 작품이었을 만큼 기존의 이야기는 새로운 창작의 근원이 되고 있습니다.
2021년 ’월간 한국연극 베스트7‘에 선정된 <붉은낙엽>과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역시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연극이었습니다.
올해 9월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강 작가의 베스트 셀러 <채식주의자>가 관객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 많이 올라오는 이유에는 '좋은 희곡의 부재'라는 이유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과 새롭게 창작되는 좋은 신간 희곡들이 함께 공존하는 연극 무대의 균형 또한 매우 중요한 만큼 극작가와 연출가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거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지원사업과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하루는 연출전공 졸업을 앞둔 학생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이제 뭔가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못 찾겠어요”
우리가 흔히들 학교는 실험실이라는 말을 합니다. 공연예술가들에게 있어서 학교는 말 그대로 실습을 할 수 있는 실험실입니다. 단. 재료는 여러분이 들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대학은 여러분들에게 '앞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는 연출·기획자가 되어라' 라고 이야기 해주지 않습니다. 여러분들이 예술가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여러분들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이 바로 '독서를 통한 이야기 수집'입니다.
간단히 이야기하겠습니다.
뮤지컬 연출·기획을 꿈꾸는 학생은 뮤지컬화 될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찾으세요.
연극 연출·기획을 꿈꾸는 학생은 지금 세상의 부조리함에 맞설 이야기를 찾으세요.
독일의 극작가 겸 연출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는 것이 연극의 시작'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알베르 까뮈 역시 끊임 없이 언덕 위로 돌을 굴려 올리는 '시지프스'의 비유를 통해 인간은 부조리함에 끊임없이 반항하고 그 무거운 돌을 다시 굴려 올릴 수 있다는 것에 긍지와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독서는 세상의 모순과 부조리를 인식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연출·기획자로서 그것에 반항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축복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아직 입시를 준비하는 단계인 여러분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연출·기획전공 대학교에서는 스토리텔링 = '여러분이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고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입니다.
얼만큼 플롯이 짜임새 있게 구조에 잘 맞는 이야기를 썼느냐도 중요하겠지만, 다루는 주제가 얼마나 진지하고 세상에 대한 고민을 통해서 나온 이야기 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은 서투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생각‘을 했느냐입니다.
22학번 중앙대학교 연출기획전공에 합격한 학생은 고등학교 3년간 100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22학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출전공에 합격한 학생은 주어진 소재로
‘혜화역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에 대한 이야기를 은유하는 스토리를 썼습니다.
이야기는 불현 듯 떠오르는게 아닙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파생된 결과물입니다. 책은 지식을 전달받고 그것을 여러분 스스로가 뇌와 가슴에 새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매체입니다.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지는 다음 글에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의 운명을 개선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
-B. 브레히트-
꾸준함은 반드시 특별함을 만듭니다.
2022년 03월 23일 (수요일) 기록 친절한예도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