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연출입시 희곡분석 가이드 1편_제목과 작가분석

연출공부 설계도


반갑습니다. 예술경영,공연연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통받고 있는 수험생을 위한

친절한예도쌤 칼럼입니다.



2022년 04월 20일 고통과 해결점

희곡과 친해지길 바래

희곡분석 가이드 1편



“가장 재미있게 읽은 희곡이 뭐예요?”


연출전공 면접에서 100%에 가까운 확률로 나오는 질문입니다.

또 학교별로 희곡을 출제하고 희곡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평가합니다.

그만큼 희곡이 연출전공 입시에서 중요하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많은 학생이 희곡이 낯설고 친하지 않다보니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희곡이 교과 과정에서도 많이 다뤄지지 않기 때문에 더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그래서 <희곡과 친해지길 바래> 희곡분석 가이드를 3편에 걸쳐 가져보려 합니다.


희곡분석 가이드 1편 : 제목의 의미 / 작가 분석

희곡분석 가이드 2편 : 등장인물 분석 / 자료조사의 중요성

희곡분석 가이드 3편 : 동시대적 해석 / 연출컨셉 정하기


*지정희곡 출제 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연출기획전공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연출전공

서울예술대학교 연극전공


*당일 희곡관련 문제 출제 대학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연극연출전공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연극연출전공

중부대학교 연극영화과 연출기획전공



1. 제목의 의미 파악하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광고를 처음 보았을 때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무엇일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결국 그 답을 찾기 위해서 영화관까지 발길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기생충>은 단순히 기택(송강호)가족과 문광(이정은)부부가 동익(이선균)네 저택에 기생하고 있어서 지어진 것은 아닙니다. 동익네 가족 역시 딸과 아들을 교육하기 위해서 과외를 받아야 하고 집안일을 위해서 가정부와 운전 기사를 들입니다. 결국 마지막 장면에서 숙주이자 기생충이었던 동익이 죽자 기택은 지하실에서 새로운 숙주에 기생하게 됩니다. 결국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사회와 타인에게 기생해서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상징화 한 탁월한 제목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는 많은 작품을 ‘제목’을 보고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제목의 의미를 파악하는 순간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희곡에서 제목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인데요, 희곡에서 작품의 제목이 정해지는 형태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등장인물의 이름이 작품의 제목인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그리스 비극 작품인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안티고네>를 비롯해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 맥베스, 오셀로, 리어왕)과 <줄리어스 시저>, <리처드3세>와 같은 정치극들이 그러합니다.


(*<뜻대로 하세요>, <말괄량이 길들이기>, <십이야>, <베니스의 상인> 등의 셰익스피어의 '희극 작품'은 '심리'보다는 작품 전반의 '상황'이나 배경이 작품의 제목이 되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인물의 이름이 제목인 경우에는 주인공 인물의 개인적인 상황이나 심리가 작품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특히 <햄릿>은 다른 비극 작품들에 비해 가장 햄릿이라는 주인공 중심적인 이야기이며 햄릿의 심리와 행동이 가장 부각되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햄릿>의 제목이 만약 <어느 덴마크 왕자의 복수> 였다면 지금과 같은 고전의 명작이 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더러 주인공이 아닌 다른 인물의 이름이 제목인 경우도 있습니다. <아가멤논>과 <줄리어스 시저>와 같은 작품들은 실제로 작품의 제목이 되는 두 인물이 주인공이 아닌 저 두 인물을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브루터스'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작품의 뿌리는 '아가멤논 집안에 내려진 저주'와 '시저의 독재'에 있기 때문에 두 인물을 중심으로 한 제목을 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과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A Doll's House)>



현대로 올수록 복합적이고 상징적으로 희곡의 제목들이 정해지고 있습니다. 사실주의 희곡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은 왜 <노라>가 아닌 <인형의 집>이었을까요? 그 이유는 아마 노라가 처해있는 상황이 노라 개인의 상황이라기 보다는 당시 유럽뿐만 아니라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유를 억압받고 있는 모든 ‘인형의 집’에 있던 여성을 대표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단순히 세일즈맨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 윌리 로먼이 죽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어진 제목이 아닙니다. ‘세일즈맨’으로 대표되는 당시 미국 ‘아메리칸 드림’의 대표적인 직업군을 가지고 있던 ‘윌리 로먼’의 죽음을 통해서 실패한 아메리칸 드림과 한 미국 가정의 사회적 비극을 보여줍니다. 이런 세일즈맨의 죽음은 곧 ‘아메리칸 드림의 죽음’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문학 작품인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는 ‘위대한 미국’으로 해석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제목과 전혀 상반되는 위대하지 ‘않은’ 주인공 개츠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모순을 반어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희곡분석 점검 Quiz

1. 헨릭 입센의 <유령>에서 유령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2.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3. 안토니오 부에로 바예호의 <타오르는 어둠 속에서>의 제목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작가분석의 중요성


작가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과 삶을 분석하고 이해한다면 작품을 5배 더 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시기인 B.C 5세기 경의 그리스 아테네는 민주주의가 태동하고 정착되어가던 시기였습니다. 비극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도 하고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시민들, 즉 인간들의 의사결정권이 더 중요해짐에따라 신탁을 등한시 하는 태도에 대해서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1564년은 영국이 종교개혁 이후 종교적 과도기를 겪고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1616년 셰익스피어가 사망한 후 2년 뒤 유럽에서는 최대 규모의 종교 전쟁인 ‘30년 전쟁'(1618~1648)이 발발하게 됩니다. 이러한 종교적 격변은 그의 작품 <햄릿>에서 기독교 정신보다 인간의 정신이 더 중시되는 ‘인본주의’적 작품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햄릿은 복수의 대상인 삼촌 클로디어스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이미 회개기도를 마친 클로디어스가 천당에 갈 것을 감안해 복수를 지연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수 지연은 추후에 더 큰 비극을 가져오게 됩니다. 이러한 작품의 전개는 당시 셰익스피어가 종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줍니다.


안톤 체홉이 태어난 1860년부터 그가 사망한 1904년까지의 러시아 역시 농노해방, 봉건제도의 붕괴 등 사회적으로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상은 그의 가장 유명한 4대 장막에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벚꽃동산>에서 농노의 아들이지만 성공한 사업가인 로빠힌이 몰락한 브루주아 집안의 벚꽃동산 영토를 사들이는 상황은 당시 몰락하고 있던 러시아 귀족과 자본을 갖춘 신흥 브루주아(쁘띠브루주아)계급의 역전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또 다른 그의 대표작인 <세자매>에서의 이리나는 ‘모두가 일을 하게 될거에요’라며 귀족이 몰락하고 모두가 노동자가 되는 러시아 사회를 예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체홉이 사망하고 13년 뒤인 1917년 러시아는 최초의 사회주의 혁명인 ‘볼셰비키 혁명’을 성공하여 소비에트 연방 국가 ‘소련’체제를 70년 넘는 시간동안 유지하게 됩니다.



*작가의 삶과 시대 배경을 다루고 있는 영화 2편을 추천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사랑을 다룬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

몰리에르와 루이14세의 관계를 다룬 영화 <왕의 춤(2000)>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Shakespeare In Love>와 <왕의 춤(Le Roi Danse)>



*희곡분석 점검 Quiz

1.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과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희곡을 읽고 작가의 삶과 비교해보세요


2. 베르톨트 브레히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당시 독일을 지배한 ‘나치’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되었습니다. 희곡을 읽고 당시 독일 사회와 비교해보세요.


3. 유치친의 <토막>과 <소>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작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품을 분석해보세요.




희곡은 알면 알수록 재밌고 흥미로운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고

인물들의 모습에서 지금의 사람들을 만나고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를 이해하고

제목과 주제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면

희곡만큼 뛰어난 인문역사철학도서가

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희곡을 한층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함께 구준히 공부해보아요! : D


다음은

희곡분석 가이드 2편 : 등장인물 분석 / 자료조사의 중요성 입니다.


당신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당신의 운명을 개선시켜 주지 않을 것이다.

-B. 브레히트-


꾸준함은 반드시 특별함을 만듭니다.

2022년 04월 20일 (화요일) 기록 친절한예도쌤


매거진의 이전글 연극&뮤지컬 연출기획전공 합격생의 공통점은 '독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