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예술로 감탄과 감동을 선물할 수 있을까?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7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7화. 5줄 요약


✦ 브랜드 이름은 그저 스펠링의 조합일뿐, 그 자체로서 의미는 없다

✦ 영혼을 불어넣음으로써 의미가 있는 진짜 이름이 된다

✦ 어떤 제품과 서비스라도 줄 수 있는 '기능'과 상징적인 '의미'를 더할 때 비로소 브랜드의 '가치'가 생긴다.

✦ 일반경영 사례 : 요가에서 시작하는 '건강한 삶'과 세계를 잇는 '커뮤니티 허브'를 꿈꾸며 : 룰루레몬 (Lululemon)

✦ 예술경영 사례. 신진 예술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 사치 갤러리 (Saatchi Gallery)





❍ 1p 100년 전으로 돌아가서 지금의 브랜드 이름을 바라본다면?

1-2_구글.jpg 현대인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브랜드, 구글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상상해보자.


1923년의 영어를 사용하는 세계 시민들은 '구글 (Google)'이란 이름을 볼 때 어떤 브랜드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100년 뒤 지구의 후손들이 모르는 것이 있을 때 정보를 검색하는, 유능한 검색엔진이라는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단언컨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구글'은 창립자 래리 페이지가 세계의 많은 정보를 모아 체계화하자는 의미로 제시한, 10의 100제곱을 의미하는 '구골'을 바꿔서 만든 이름이다. 당시에 이미 '구골'이라는 사이트가 존재했기 때문에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애초에 세상에 존재하던 단어가 아니란 뜻이다. 없는 단어의 뜻을 어떻게 유추해낼 수 있겠는가?


우리는 지난 칼럼에서 브랜드의 이름 붙이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지만 이름 자체는 어떠한 의미도 가지지 않는 스펠링의 나열일 뿐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애플, 코카콜라, 디즈니, 맥도날드 등 어떠한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100년 전의 사람들이 보기에는 다 그저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일 뿐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구글'이라는 브랜드 이름에서 유능한 검색엔진이라는 의미를 찾아낼 수 있고 아예 '구글링'이란 단어를 만들어 '모르는 것을 검색한다'의 의미를 심었다. 구글의 검색엔진이 일상에 스며들었기 때문에 많은 이들은 '구글'이란 이름에 '검색', '탐색' 등의 이미지를 씌워 바라본다.


브랜드 이름 붙이기의 핵심은 이처럼 잘 조합된 이름에 특정한 '영혼'을 불어넣는 것이다. 브랜드를 생각했을 때 연상되는 수많은 이미지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과 일치한다면, 이는 곧 브랜드의 이름과 뗄 수 없는 '영혼'이 된다.


즉, 브랜딩은 아무런 의미 없는 단어에 영혼을 불어넣어 진짜 의미를 갖춘 실명(實名)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의마가 없이 나열된 스펠링에 영혼을 불어넣어 실명(實名)으로 만드는 과정으로서의 브랜딩





2p 기능에 의미가 더해져야 비로소 빛나는 브랜드의 가치

스크린샷_2023-01-12_오후_10.47.33.png LG의 마케팅을 대신 해주겠다며 등장한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 계정



2010년대 중반, LG전자의 이른바 '겸손 마케팅'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몇 해 동안 동급 대비 훌륭한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고도, 사회공헌활동과 협력업체과의 상생경영 사례를 여러 차례 보여주고도 홍보마케팅이 부족해 대중들이 인식하지 못했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심지어 980g이라고 홍보했던 LG전자의 대표적인 노트북, LG그램의 실제 무게가 953g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1g의 무게 차이도 크게 받아들여지는 상품이 노트북인데 무려 27g이나 낮춰 홍보한 것을 보고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겸손 마케팅'이다, '마케팅 팀이 일을 하지 않는다'며 흥미를 보였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라는 계정까지 만들어 LG의 여러 장점을 리트윗하는 등

LG전자의 뛰어난 기술력 대비 살짝 부족한 홍보는 일종의 밈으로까지 발전하며 관심을 받았다.


LG전자의 이러한 사례는 단순히 뛰어난 기술력만으로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물론 뛰어난 제품과 도덕적인 경영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LG전자는 더 좋은 이미지를 형성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었으나, 이는 화제가 되기 전에는 LG전자의 장점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닿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보일 수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LG전자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뛰어난 기술력이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한 것이다.


위에서 설명했던 브랜드의 '영혼'은 곧 브랜드가 추구하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브랜드가 갖고 있는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의미에 맞는 제품을 만들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립해가야만 브랜드는 빛나는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브랜드는 기능에 의미를 더해 가치를 만드는 것!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감탄과 감동' : 룰루레몬(Lululemon)

1-2_룰루레몬2.jpeg 룰루레몬 매장 사진




1-1칼럼_젠틀몬스터.jpeg

요가에서 시작하는 '건강한 삶'과 세계를 잇는 '커뮤니티 허브'를 꿈꾸며 : 룰루레몬 (Lululemon)


'요가복계의 샤넬'이라 불리는 브랜드가 있다.


타 브랜드에 비해 가격이 1.5배는 되고, 세일행사도 거의 하지 않지만 신제품이 나가면 불티나게 팔린다. 특히나 '레깅스'라는 애슬레저 패션의 카테고리를 미국 뿐 아니라 세계의 주류로 끌어올린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룰루레몬(Lululemon)이다.


룰루레몬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요가복' 시장에 일찍부터 진입해 현재까지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창업자 칩 윌슨은 90년대 후반 요가 수업을 듣던 중 요가복이 땀을 흡수하지 못하고 활동성이 떨어지며 비침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 년 간의 실험을 거듭하며 나일론과 라이크라를 적정 비율로 혼합한 '루온' 소재를 개발했다. 이후 좋은 품질의 요가복으로 요가 애호가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타며 룰루레몬은 아직까지도 가장 좋은 품질의 요가복을 선보이고 있다.


1-2_룰루레몬_커뮤니티.jpeg 룰루레몬 요가 커뮤니티


브랜드만의 시장을 개척해낸 룰루레몬의 이후 행보는 다른 브랜드와는 사뭇 다르다.


룰루레몬은 브랜드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유명 모델을 섭외하거나 매출을 높이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았다. 대신 지역 요가강사들에게 제품을 먼저 소개했고, 브랜드의 이름을 내세운 요가 커뮤니티를 만들어 요가 애호가들이 제품을 체험하게 했다. 또한 무료 요가클래스와 러닝, 댄스, 명상 등의 '건강(Wellness)'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룰루레몬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이어갔다.



1-2_룰루_선셋요가.jpeg 룰루레몬이 개최하는 'Sunset Yoga' 프로그램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감탄과 감동' : 사치 미술관(Saatchi )


SE-b6efb0b9-b70e-44ce-b041-d94869a54085.jpg 사치 갤러리


신진 예술가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 사치 갤러리 (Saatchi Gallery)


<패션왕>, <복학왕> 등의 작품으로 가장 성공한 웹툰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기안84는 팝아트 작가로도 활동을 시작했다. 본인의 페르소나와도 같은 캐릭터 '우기명'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의 다양한 면면을 그려낸다. 최근에는 웹툰보다는 그림에 집중하며 개인전까지 여는 등 활발히 작업하고 있다.


그런 기안84의 작품이 영국의 사치 갤러리에 전시되어서 큰 화제가 되었다.

사치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스타트 아트페어'에 주목받는 신진작가로 참여한 것.

기안84는 10여 작품을 전시하며 작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기안84 뿐 아니라 가수 헨리, 보이그룹 '위너'의 송민호와 강승윤도 이 스타트 아트페어에 참여한 적이 있다.

모두 그림작업으로 눈에 띄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엔터테이너들이다.

이들 외에도 여러 나라의 수많은 신진작가들이 스타트 아트페어에서 본인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고 있다.


이 외에도 사치 갤러리는 신진작가들, 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작가들의 현대적인 작품을 먼저 세상에 소개한다. 가장 빠르게 가장 현대적인 작품을 소개하는 사치 갤러리는 현대 미술의 중심을 다시금 미국에서 유럽으로 돌려놓았으며 '현대 미술의 성지'라고도 불리고 있다.


1-2스타트아트페어기안.jpeg 작품 앞에서 인터뷰 중인 기안84 / REUTERS/Dylan Martinez


사치 갤러리는 세계적인 컬렉터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1985년에 오픈한 갤러리다.

찰스 사치는 광고 회사를 운영하며 쌓은 부로 젊은 영국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하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컬렉터가 됐다.


당시 영국 정부는 국가 이미지를 보다 젊게 쇄신하려는 전략을 펼쳤는데 이 덕에 사치가 수집한 신진 작가의 작품은 큰 관심을 끌었다. 광고회사를 운영한 경력으로 대대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사치와 그의 갤러리는 명성을 쌓아갔다.


사치는 런던의 미술 대학 졸업전을 관람하며 청년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했는데 ‘세계 미술계의 영향력 있는 인물’ 중 1위에 오른 데미안 허스트도 그 중 하나다. 또한 yba(young britishi artist)라고 불리는 젊은 현대영국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였고, yba는 현대미술의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1-2사치_박제상어.jpeg 데미안 허스트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사치는 이 작품을 7천만원에 구매해 160억에 팔아 엄청난 차익을 챙겼고, 본인의 이름을 더 알릴 수


이처럼 사치는 신진작가와 저평가 받는 중견작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고 사치 갤러리에도 전시하며 브랜딩을 지속했다.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은 극적으로 가격이 상승한 사례라 그의 마케팅적인 능력만 부각되는데, 그는 컬렉터로서의 안목 역시 매우 뛰어난 인물이다. 트레이시 에민, 앤서니 곰리, 제니 사빌 등 여러 훌륭한 신진작가를 발굴했다. 사치는 작가들이 유명세를 얻게 하고, 작품 수집과 구매 뿐 아니라 전시에서의 공정한 개런티 분배 등을 통해 능력있는 작가들의 지속적인 창작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사치와 사치 갤러리의 철학은 '오늘날의 예술'이다.

사치 본인이 가진 어마어마한 부와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눈은 분명 갤러리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대를 대표할 수 있을만한 작품을 수집하여 선보인다는 중심철학이 없었다면

현대미술의 상징과도 같은 사치 갤러리의 브랜드 가치는 지금 없었을 것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예술경영의 기술 '컨셉'과 '체험'의 브랜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