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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브랜드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8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8화. 5줄 요약



✦ 고착개념은 브랜드의 최종목표지만, 근시안적인 고착개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 '고객은 이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 뻔한 브랜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고객의 관점에서 새로운 각도로 브랜드를 바라봐야 한다.

✦ 일반경영 사례. '조깅은 당연히 스포츠지. 에어로빅은 아니지만?', 나이키(NIKE)

✦ 예술경영 사례. 영화관을 넘어 종합공간사업자로서의 새로운 시작, 메가박스(MEGABOX)





❍ 1p 고착개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

1-3_드릴.jpg 세계 최고의 전동드릴 브랜드의 고민은?



당신이 전동드릴을 판매하는 브랜드의 대표라고 생각해보자.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동드릴하면 이 브랜드를 떠올릴 정도로 업계에서는 적수가 없는 상태,

즉 '고착개념화'가 진행이 된 탄탄한 브랜드다.


이제 구제품을 출시한지 시간이 꽤 지나서 신제품을 개발할 때가 왔다.

자만하지 않고 멋진 제품을 만들어보겠다고 결심한 당신은 기본으로 돌아가서 전동드릴의 본질을 생각한다.

본질을 정확히 지키는 희대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모든 직원과 머리를 모은다.


전동드릴은 휴대성이 중요하고, 그만큼 어디서나 쓸 수 있게끔 튼튼해야하며, 배터리도 오래 가야 하고,

어느 것이라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출력이 중요하다. 이 모든 기본을 철저히 지킨 드릴을 개발하던 중, 한 직원이 다음과 같이 질문한다.



이미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저희 전동드릴을 쓰고 있는데
굳이 큰 돈 들여 새 걸 만들어야 하나요?




당신은 고민에 빠진다.

직원의 말대로 이미 전동드릴 시장은 당신의 브랜드가 장악한 상태이고, 크게 성장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자칫하면 수지타산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

그렇다고 기존의 제품을 계속 팔기에는 경쟁사들의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새로운 제품의 개발은 필요하다.


고민과 함께 신제품 출시과정은 난항에 봉착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어떤 사고방식이 필요할까?


바로 업의 본질에 대한 '고착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2p '마케팅 미오피아(Marketing Myopia)'

1-3마케팅미오피아.jpeg 시어도어 레빗 교수의 <마케팅 미오피아>


당신의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이 정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강력한 힘을 가진 드릴? 오래가는 배터리를 가지고, 어느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버틸 수 있을만한 튼튼한 드릴? 당연히 이 모든 대답이 정답일 수 있지만, 시어도어 레빗(Theodore Levitt) 교수의 입장에서 이는

'근시안적인 고착개념'이며, 브랜드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벗어나야만 한다.


레빗 교수는 본인의 저서 <마케팅 미오피아(마케팅 근시안)>에서

"송곳을 팔면서 송곳이라는 제품 형태만 보는 것은 근시안적 고착개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그리고는 "깔끔한 구멍을 구매하고픈 고객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며 송곳을 찾는 고객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이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tim-hufner-RXT6JZv4CcY-unsplash.jpg 드릴은 결국 '깔끔한 구멍'을 뚫기 위해 구매하는 것!



위의 예시처럼 '업의 본질'에 대한 고착개념은 흔히 '기업과 제품' 입장에서 본질을 정하는 오류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가 만들고 판매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본질을 규정하고 브랜드 정체성을 구성한다면 사업의 내용이 뻔해질 가능성이 생긴다.

제품 자체의 특성과 본질만을 파고들다가 정작 소비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왜 브랜드를 찾는지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즉,



고객은 이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를 고민해야 '깔끔한 구멍'을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발견할 수 있고,

그 소비자들의 수요를 충족할만한 전동드릴 외의 제품과 경쟁할 수 있으며

결국은 수요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하여 더욱 큰 범위의 브랜드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뻔한 브랜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브랜드는 끊임없이 고객의 수요를 분석하고, 고객의 관점에서 새롭게 브랜드를 바라봐야 한다, 라고 정리할 수 있다.


- 고객이 브랜드를 찾는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고
- 고객의 관점에서 새롭게 브랜드를 바라봐야만
뻔한 브랜드에서 벗어날 수 있다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고착개념 탈피' : 나이키(NIKE)

wu-yi-zY3zIOdKXL4-unsplash.jpg 가장 가치있는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나이키(NIKE)



'조깅은 당연히 스포츠지. 에어로빅은 아니지만?', 나이키(NIKE)

나이키(NIKE)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대의 가장 가치있는 스포츠 브랜드다.

아디다스와 함께 스포츠 시장을 양분하다시피하며 20세기부터 21세기의 스포츠를 이끌어오고 있다.

여느 시작이 그렇듯 나이키 역시 매우 영세한 브랜드에서 시작했다.

1964년, 운동선수 필 나이트(Phil Knight)와 코치 빌 바워만(Bill Bowerman)은 '블루 리본 스포츠(Blue Ribbon Sports)'라는 브랜드를 런칭했다.

이들은 아식스의 오니츠카 타이거 신발의 유통권을 획득하여 신발을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판매했다.

그러던 중 아식스 측에서 일방적으로 오니츠카 타이거의 유통을 끊어버렸고

1970년, 빌 바워만은 와플 솔(Waffle sole)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고무 스파이크를 생산한다.

와플 솔은 기존 운동화에 비해 가볍지만 지면과 마찰력이 강해 잘 미끄러지지 않는 강력한 장점이 있었다.

1971년, 블루 리본 스포츠는 이를 활용하여 자사만의 신발 생산 라인을 구축하며 코르테즈(Cortez)라는 운동화를 개발하여 선보인다.

또한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영감을 얻어 브랜드 이름을 나이키(Nike)로 바꾸고

캐롤린 데이비슨(Carolyn Davidson)이 니케의 날개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스우시(Swoosh) 로고를 공개하여 우리가 아는 나이키가 탄생했다.



빌_보워만.jpeg 빌 바워만의



나이키의 목표는 나이키보다 역사가 오래되고 운동화 시장에서 단단한 영역을 구축한 아디다스(ADIDAS)를 추월하는 것이었다. 이제 막 시장에 발을 들인 브랜드가 아디다스를 따라잡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키는 포기하지 않고 브랜드만의 시장을 개척하려고 노력했다.

빌 바워만은 당시 국민소득이 증진하여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보았다.

따라서 <조깅>이라는 책을 발간하여 조깅이 건강에 매우 이로운 운동이라는 사실을 미국의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에 맞춰서 나이키는 조깅화를 적극적으로 개발하며 홍보를 시작한다.

이때 아디다스는 단순히 뛰기만 하는 조깅은 스포츠가 아니라며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않았다.

바워만의 의도대로 <조깅>은 미국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잘 팔려나갔고, 더불어 나이키의 조깅화의 매출 역시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나이키는 미국에서의 인지도와 시장점유율을 키웠고, 최고의 농구스타인 마이클 조던의 이름을 딴 '조던' 시리즈의 개발과 맞물려 나이키는 아디다스와 비견되는 최고의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

기존의 스포츠와 그에 맞는 운동화만이 스스로의 시장이라고 여기던 아디다스의 고착개념이 빈틈을 내줬고,

나이키는 '조깅'이라는 새로운 스포츠와 그 수요에 맞춘 '조깅화'라는 카테고리를 크게 개발하여 시장에 안착했다. 만약 바워만과 나이키가 아디다스의 고착개념에 맞춰서 자사의 제품을 개발했다면 아디다스의 아성에 막혔을 가능성이 크다.




alex-mccarthy-a6FHROHuQ9o-unsplash.jpg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조깅'


하지만 이렇게 타사의 고착개념의 빈틈을 효과적으로 파헤쳐 성장한 나이키 역시 같은 실수를 한 적이 있다.

1980년 미국 전역에 피트니스 열풍이 불자 '리복'이 내놓은 목 높은 에어로빅용 신발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나이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에어로빅은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고착개념에 사로잡혀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디다스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 아이러니한 일이다.

다행히도 빠르게 '아치 서포트'를 개선하고 목을 높인 에어조던 시리즈를 내놓으며 추격을 시작했고, 늦지 않게 에어로빅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

고착개념을 벗어버리고 소비자들의 수요와 시선에 맞춰 스스로의 브랜드를 점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나이키의 성공과 실수를 통해 여실히 배울 수 있다.


danielle-cerullo-3ckWUnaCxzc-unsplash.jpg 하마터면 나이키가 고착개념에 사로잡혀 놓칠뻔한 에어로빅 시장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감탄과 감동' : 사치 미술관(Saatchi )


megabox.jpeg 'MEET PLAY SHARE'라는 메가박스의 새로운 슬로건





영화관을 넘어 종합공간사업자로서의 새로운 시작, 메가박스(MEGABOX)


1998년 CJ CGV는 국내 첫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개관했다.

이후 영화관 산업은 CGV의 1강, 그리고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2중으로 구성되는 '1강 2중'의 모습을 갖게 됐다. CGV가 압도적인 인프라를 갖춘 탓에 그 밑의 '2중'을 구성하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CGV를 따라가는 형세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현재 영화관 산업이 티켓가격상승이슈와 OTT라는 새로운 경쟁플랫폼의 대두로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메가박스는 기존의 브랜드에 대한 고착개념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이 특기할만하다.


메가박스는 2022년을 맞아 단순 극장 사업자가 아닌 ‘종합공간사업자’로 변화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2021년 하반기에 발표한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MEET, PLAY, SHARE’에서 그들의 사업 계획을 엿볼 수 있다. 상영관에 국한된 공간에서 벗어나 고객의 삶을 둘러싼 다양한 경험가치를 실현시키는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의도를 천명한 것이다.


564026_483321_1833.jpeg 새로운 브랜드 계획을 발표하는 메가박스



이를 위해 메가박스는 플랫폼과 콘텐츠 사업에서 극장 상영업의 개념을 확장하고 공간 사업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접근했다.

먼저, 플랫폼 부문은 공간 사업 확장과 지역 거점 사업자로의 도약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지난 2021년 제주맥주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여 영화관의 공간적 이점을 활용해 고객 경험을 제공했고,

추후 극장 유휴 공간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관객들에게 영화를 뛰어넘는 공간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또한 전국 각 지점의 특징을 정교하게 파악 및 반영하고 지역 상권과의 교류를 강화해

지점마다 고유가치를 새롭게 창출하고 이를 고객들에게 제공한다는 목적도 설명했다.

기존의 콘텐츠 다변화 전략도 더욱 강화한다.

메가박스는 매년 큐레이션 브랜드 ‘클래식 소사이어티’를 통해 클래식 및 오페라 공연을 정기적으로 상영하고

발레, 뮤지컬, 미술 장르의 콘텐트와 힐링 트렌드를 반영하는 ‘메가릴렉스-불멍’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관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메가붊어.jpeg 31분간 불멍 콘텐츠를 상영하여 화제가 된 '메가릴렉스 - 불멍'



또한 2023년 메가박스는 'PUPPY CINEMA'를 런칭하여 반려견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까지 마련했다. 'PUPPY CINEMA'에서는 반려견의 미용, 행동교정, 놀이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있으며

강아지와 함께 볼만한 영화를 상영하며 반려견을 포함한 관객의 삶 전체를 아우르려 한다.

이처럼 메가박스는 '영화관은 영화만을 상영하는 곳'이라는 고착개념에서 벗어나서 영화관이 가지고 있는 공간의 매력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고심하고, 소비자가 그러한 공간에서 느낄 만한 수요를 계속해서 개발하며 '종합공간사업자'로서의 정체성을 새로이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영화관 3사 뿐 아니라, 공간을 기반으로 사업을 하는 모든 브랜드와 경쟁하고 사업의 크기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선택이다.

아직은 성패가 확실히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끊임없는 고민과 쇄신으로 브랜드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장하는 메가박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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