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랜드를 명확히, 색다르게 정의하기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9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9화. 5줄 요약



✦ 고착개념의 반대로 생각할 때 뻔한 브랜드에서 벗어날 여지가 생긴다

✦ 내 브랜드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고착개념을 생각해보고, 무작정 부정해보자

✦ 단순한 물건과 서비스의 관점에서 벗어나 '사업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를 담기

✦ 일반경영 사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 에이스침대 (ACE BED)

✦ 예술경영 사례. 극장과 살롱이 만난 이야기의 공간. 신촌극장 (Theatre Sinchon)





❍ 1p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think_different.png 너무도 유명한 애플의 'Think Different'


1997년, 로스앤젤레스의 광고대행사 TBWA/Chiat/Day 사무소는 마케팅의 전설에 남을 멋진 캐치프레이즈를 완성했다.


당시 경영상의 악재가 겹치며 흔들리던 애플은 스티브 잡스를 다시 불러오고 기업의 방향을 새로 잡았다.

또한 자사를 대표하는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만들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Think Different'다.

이후 TV 광고, 인쇄 광고물, 여러 애플 제품의 프로모션에도 사용되며 지금까지 애플의 혁신적인 이미지를 대표하는 문구로 꼽힌다.


애플을 상징하는 "Think Different"라는 문구는 재밌게도 문법적으로 잘못된 문장이다.

"Think"는 동사이기 때문에 형용사인 "different"가 아니라 부사인 "differently"가 뒤에 붙어야 한다.

이 문법적인 오류로 캐치프레이즈에 여러 비판이 있었다.


하지만 애플은 다음과 같은 논리로 비판에 반박했다.

'Think different'는 'Think differently'가 아니라 'Think something different'의 줄임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Think Different'는 '다르게 생각하라' 가 아니고 '다른 것을 생각하라'라고 해석하기 때문에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노자.jpeg 동양의 대표적인 사상가, '노자'


애플의 이러한 논리와 놀랍도록 비슷한 논리를 펼친 동양의 사상가가 있다.


노자는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이란 말을 통해

반(反)으로 가는 것이 곧 세상의 진리인 '도(道)'로 이르는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


반(反)으로 간다는 것은 돌아가는 것, 지금과 반대인 상태로 나아간다는 뜻으로

현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돌아가거나 반대로 향해야 도에 닿을 수 있다는 소리다.




현 상태와 반대되고 다른 것을 생각하는 데서 진리에 닿을 수 있다는 인식이 동서양에 공통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브랜딩과 마케팅 측면에서 이는 고착개념의 반대로 가서 생각할 때 진리, 즉 '좋은 브랜드'로 향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지난 칼럼에서처럼 뻔한 브랜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브랜드를 재점검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오늘 우리는 '고착개념의 반대'에 서서 좋은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함께 살펴볼 것이다.


- 동서양 모두에서 '기존의 상태에서 반대로 살펴볼 때 진리로 향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음
- 브랜딩 측면에서 이는 "고착개념의 반대로 생각할 때 '좋은 브랜드'로 향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




2p "_____"는 "________"가 아니다. "_________"이다.

츠타야.jpeg



하지만 브랜드를 반대로 본다고 해서 무작정 거꾸로 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거꾸로 생각하기 이전에 확실한 방향을 찾는 것이 먼저다.

브랜드와 업의 본질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고착개념을 생각해본 후 그것을 부정해보자. 즉



"_____"는 "________"가 아니다. "_________"이다.





의 공식을 따라서 브랜드를 재정의 해보는 것이다.


일본의 서점 브랜드 츠타야(TSUTAYA)는 이 공식에 정확히 부합하는 브랜딩을 펼침으로써

일본 최고의 서점 브랜드로 발돋움한 브랜드다.


츠타야 서점을 성공시킨 마스다 무네아키 최고경영자(CEO)는 츠타야의 브랜드 목표를

"고객의 시선에서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장르별로 책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츠타야 서점에는 책이 단순하게 진열되어 있지 않으며,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요리를 예로 들면, 요리와 관련된 책이 진열되어 있으면 주변에 요리 도구와 학습 프로그램 청강권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요리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찾아와 '요리 관련 책'만 뒤지는 것이 아니라, '요리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큐레이션받는 전략이다.


즉 츠타야는 "츠타야는 서점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장소다"라는 브랜드 정의를 정확히 내리고 발전시켜 온 것이다.


츠타야의 예에서 알 수 있듯,

단순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사업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통해 더 큰 목표를 잘 설정해야

'좋은 브랜드'로서의 명확하고 색다른 정의를 내릴 수가 있다.


- 브랜드와 업의 본질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고착개념을 생각해본 후 그것을 부정해보자
- 사업에 대한 나름의 정의로 큰 목표를 설정하면 '좋은 블내드'로서의 명확하고 색다른 정의를 내릴 수 있다.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색다른 정의 : 에이스 침대(ACE BED)

에이스.jpeg 좋은 잠과 그를 위한 좋은 침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장을 장악한 '에이스침대'


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이다 : 에이스침대(ACE BED)


에이스침대는 1963년 창립 이래 과학적인 침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기업 자체의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하여 국제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았고,

양질의 연구설비와 우수한 연구진을 통해 최적의 잠을 위한 매트리스 개발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매트리스 개발관련 특허를 여럿 획득하여 국내 1위 침대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유지하고 있다.


또한 브랜딩과 마케팅 전면에 자사만의 '좋은 침대 브랜드'로서의 정의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인식에 효과적으로 자리잡았다.



20230323_100738.png


1992년 배우 박상원씨를 내세운 광고에서 사용한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라는 문구는

당시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다음 중 가구가 아닌 것은?’이란 시험문제에 ‘침대’라고 대답하는 파급까지 일으킬 정도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졌고, 현재까지도 에이스침대를 상징하는 광고카피로 남아있다.


에이스침대의 이러한 광고가 나오기 전만 해도 침대는 가구 중 한 품목 정도로만 여겨졌다.

신혼부부가 살림을 마련하기 위해 가구점에 갔을 때 다른 가구와 함께 사오는 정도의 품목이었던 것이다.

당연히 이러한 인식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고품질의 침대를 제작하는 에이스침대가 성장하기는 어려웠다.


에이스침대는 '그저 흔한 가구 중 하나' = '침대'라는 소비자들의 고착개념을 분석하고 이와 반대로 나아가며 브랜드를 재정의했다.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침대 위에서 보내기 때문에 인생에서 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고,

잠을 얼마나 잘 자느냐가 전체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그토록 중요한 시간이 자는 시간을 책임져주는 침대는

좋은 잠을 잘 수 있게끔 과학적으로 제작되어야 한다.


따라서 침대는 그저 흔한 가구가 아니라, 과학의 집합체가 되어야 한다.



침공연구소.jpeg 에이스침대의 침대공학연구소


에이스침대는 새로운 브랜드 정의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마인드를 확실히 바꿔줄 인상적인 광고 카피를 만들기로 했다.


여러 차례 아이디어 회의를 통해 ‘침대는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침대는 가구 고르듯이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침대를 가구에 맞춰 선택해서는 안 된다→침대와 가구는 다르다→침대는 침대, 가구는 가구→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라는 흐름이 생겼고, 이 카피를 광고에 사용했다.


이후 소비자들은 침대는 일반적인 가구가 아니라 직접 경험해보고 꼼꼼하게 품질을 따져보며 골라야하는 품목이란 인식을 가지게 됐고 에이스침대는 직접 침대에 누워보고 품질을 경험해볼 수 있게 하는 상설매장을 운영하는 마케팅전략을 차용하며 시장에서의 독보적인 위치를 점유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에이스침대는 ‘침대=과학’이라는 기존의 고착개념을 벗어난 색다르고 명확한 정의를 완성했고,

오랜 기간 ‘품질’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꾸준히 해오며 시장에서의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드의 색다른 정의 : 신촌극장(Theatre Sinchon)

신촌극장.jpeg 신촌 유일의 소극장, 신촌극장 (사진 출처 : 웹진 잔치)



극장과 살롱이 만난 이야기의 공간 : 신촌극장(Sinchon Theatre)


연세대학교 앞, 수많은 인파와 깔끔하게 재정비된 도로와 가게들이 시끌벅적한 번화가를 이룬 가운데

아직 재개발이 되지 않은 조용한 골목이 있다. 골목으로 조금 들어가보면 주택가 한 가운데 4층 빌라 건물 앞에 부착된 '신촌극장'이라는 간판을 볼 수 있다.


공연 시작 전 10여명의 적은 관객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함께 계단을 올라가면 4층 옥상에 조그마한 블랙박스 극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채 20평이 되지 않는 이 극장은 매 공연마다 무대와 객석의 위치가 변하며 다양한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특수한 장소가 된다.


독특한 구조와 위치를 자랑하는 이 극장은 신촌 유일의 소극장, 신촌극장이다.


신촌극장의 전진모 대표는 연극연출가로서 활발히 활동하며 2018년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에 선정되는 등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전진모 대표는 연세대 연극동아리 '토굴' 멤버이자 공동대표 원부연 씨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동아리 멤버들과 모여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신촌에 작은 극장을 만들자는 구상을 했다고 한다.


이후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후원금을 모아 2017년 6월 3일 신촌극장을 개관했다. 전진모 대표가 직접 예술가에게 제안하여 매년 신촌극장 라인업을 구성하고, 연극 뿐 아니라 시각예술, 음악, 퍼포먼스, 전시 등 장르에 구애받지 않은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공간 안에서 여러 예술과 공연의 시도를 격려한 공로를 인정받아 신촌극장은 2023 동아연극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동아연극상.jpg 2023 동아연극상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신촌극장' (사진 출처 : 동아일보)



전진모 대표는 신촌극장을 처음 만들 때의 모토를 명확히 기억한다.

'극장+살롱'이 그것이다.


살롱은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다.

전진모 대표는 공간을 재미있어 하는 작가들, 작은 공간에 흥미를 가지고 찾는 관객들 관계를 신촌극장 내에서 형성할 수 있도록 고민했고 실제로 그런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작가와 관객 간에 형성되는 작품마다의 다른 관계를 즐겁게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신촌극장에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한 전진모 대표는

'극장'이 '연극을 상연하는 공간'이라는 고착개념에서 벗어나 더 폭넓게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신촌극장만의 브랜드 정의를 완성했다.

이후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의 폭넓은 장르의 작업을 선보임으로써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작가와 관객의 새로운 관계 형성을 북돋는 신촌극장만의 브랜드 가치를 성공적으로 형성하고 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 브랜드의 경쟁상대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