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정수(精髓)가 담긴 한 마디의 중요성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2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2화. 5줄 요약



✦ 슬로건 함축의 과정은 대상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중요한 과정

✦ 브랜드의 컨셉을 정리하고, 함축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브랜드를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 말을 멋있게 꾸미기 전에 철학과 생각, 컨셉이 명확한 게 중요

✦ 일반경영 사례. 아무것도 아닌 불가능, 아디다스 (Adidas)

✦ 예술경영 사례. 언제나 도전자의 마음으로, 돌고래유괴단 (Dolphiners Films)




❍ 1p 말하고 싶은 게 아무리 많더라도.




₩

<그대의 신> - 정선수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비판한다면 어떠한 비유나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까?

돈과 자본, 물질을 중심으로 생각해보자.


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시대,

자본주의 시스템이 공고해져 사람들의 행복의 기준이 돈이 되어버린 시대 등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정성수 시인의 <그대의 신>이라는 시는 특히나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현대를 비판한 시라고 볼 수 있다.

정성수 시인은 돈을 뜻하는 기호 '₩'만으로 '돈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 시대'에 대한 통찰과 풍자를 드러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이해하고 실소를 터뜨릴 수 있는 재치 넘치는 시다.

위의 시는 김춘수 시인의 <나의 하나님>이란 시다.

'하나님'이라는 함부로 언급하기 힘든 신성한 존재를 발칙해보이는 대상과 연결하여 독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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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신>이 수록된 시집의 이름은 <기호 여러분>이다.

제목과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는 소개 문구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

이 시집은 <그대의 신>처럼 하나의 기호만으로 서술된 시들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의 예시를 더 들어보자면,




+
<나는 너의, 너는 나의> - 정성수





서로에게 도움이 될 따뜻한 동반자에 대한 묘사를 하고 있는 듯한 시처럼 보인다. 이처럼 정성수 시인은 세상에 대한 통찰과 그에 대한 본인의 시각을 단 하나의 함축적인 기호로 나타내고 있다.


위에서 예시로 든 짧은 '기호시'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재미와 작은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유는

'함축'이 가진 힘 덕분이다. 함축된 단어나 한 문장은 줄글보다 사람들에게 더 큰 임팩트를 남길 수 있다.

함축한다는 것은 대상이 가진 핵심을 제대로 알아야만 해낼 수 있는 과정이며, 그 핵심을 명료하게 드러내야만 보는 사람들이 짧은 시간에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브랜드는 각자가 가진 핵심적인 컨셉과 가치, 역량을 함축해서 드러낸 슬로건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야만 한다. 소비자들에게 단번에 스스로를 각인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p 불순물을 걸러내고 핵심만을 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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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금(沙金)은 글자 그대로 '금모래'를 뜻한다. 하천 바닥이나 물가에 작은 알갱이 형태로 존재하는 사금은 암석 속에 섞여있던 자연금이 시간이 지나며 떨어져 나온 것이다. 1930년대 금광개발이 활발히 이뤄져 세계 수위권의 금 생산국이었던 한국도 사금을 채취할 수 있는 곳이 여러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사금을 캐러 다니는 일부 매니아들이 있어 지금도 사금채취가 이뤄지고 있다.

사금을 채취하는 과정 자체는 간단하다.

사금이 있을만한 포인트를 지형과 물줄기를 보고 찾아낸 후

패닝접시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접시에 꽃삽으로 흙을 퍼 접시에 담아 물 흐름이 잔잔한 곳에서 흔들어준다.


이 과정을 거치면 흙, 모래, 불순물 등을 물에 흘려보내고 더 무거운 사금을 남길 수가 있다.

마치 바가지로 쌀을 일어서 돌을 걸러내는 방법과 유사하다. 사금의 크기에 따라서 패닝의 섬세함의 정도에는

조율이 필요하지만, 기본은 같다. 불순물을 걸러내고 무거운 핵심을 남기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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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에서 슬로건을 만들 때 사용하는 함축은 단순히 짧게 줄이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의 진정한 핵심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그를 위해서는 핵심과 어지럽게 섞여있는 불순물들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브랜드가 진정 목표하는 것은 무엇이고 컨셉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다각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만약 사금의 채취과정 중 꽃삽으로 퍼담는 모래에 사금이 하나도 없다면 패닝접시에 담아 아무리 흔들어도

가라앉는 사금은 당연히도 없을 것이다. 슬로건을 함축하는 과정도 이와 동일하다.

슬로건에 앞서 함축할 줄글을 보통 작성하는데,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컨셉이 명확히 담겨있지 않은 채 분량만 많은 글을 쓴다면 함축 과정을 거쳐 남을 것이 없다.


정말 중요한 것은 역시나 본질, 브랜드가 추구하는 진정한 핵심적 가치와 컨셉이다.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딩에서의 메타포 : 아디다스 (Adidas)



아무것도 아닌 불가능, 아디다스 (Adi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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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삼선무늬만 봐도 현대인들은 곧바로 아디다스(Adidas)를 떠올릴 수 있다.

아디다스는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넘어, 애슬레저와 일상의 경계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트렌드를 제안하는 거대한 브랜드다. 스포츠웨어 브랜드로서는 유럽 최대, 세계에서는 나이키 다음 가는 규모를 자랑하며,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1924년, 내구성이 좋은 축구화를 만들기 위해 독일의 아돌프 다슬러와 그의 형 루돌프 다슬러는 '다슬러 형제 신발 공장'을 설립했다. 선수들에게 가장 좋은 제품을 선수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신념 하에 그들의 제품은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도 애용하게 되었다.


신발을 신은 선수들이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이자, 형제의 제품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하지만 형제는 불화로 사업을 분리하였고, 아돌프 다슬러는 '아디다스'를 창립했다. 아디다스는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한 서독 월드컵 대표팀에까지 징 박힌 축구화를 공급하여 우승에 큰 도움을 주었다.


이에 힘입어 매출은 급성장세를 보였고 이후 축구화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도 진출했다.

아디다스의 축구공은 월드컵 공인구로 채택되었고, 농구화 '슈퍼스타'는 농구 뿐 아니라 패션계의 한 획을 그은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힙합의 전설적 그룹 Run DMC는 아디다스의 의류와 신발을 신으며 활동하며 아디다스를 스트릿 패션의 아이콘으로 올려놓았다. 이후에 아디다스는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끊임없는 쇄신의 노력으로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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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디다스를 상징하는 하나의 슬로건이라면 바로 "Impossible is Nothing"일 것이다.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이 슬로건은 당시 아디다스의 주력 모델이었던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함께 홍보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간단하면서도 성공에 대한 확신에 찬 듯한 슬로건이 도전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이미지와 잘 맞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말은 전설적인 복싱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어록에서 영감을 얻은 문구이다.

아래에 전문과 그 해석을 첨부한다.





Impossible is just a big word thrown around by small men who find it easier to live in a world they've been given than to explore the power they have to change it. Impossible is not a fact. It's an opinion. Impossible is not a declaration. It's a dare. Impossible is potential. Impossible is temporary.
Impossible is nothing.

불가능은 세상을 변화시킬 힘을 탐구하기보다 주어진 세상에서 그저 살아가는 게 편하단 걸 알아버린 소인배들이 내뱉는 허풍일 뿐이다. 불가능은 사실이 아니라, 의견이다. 불가능은 선언이 아니라, 도전이다. 불가능은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불가능은 일시적일 뿐이다.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다.

무하마드 알리 / 아디다스




전설이 된 복싱스타의 세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강조한 감동적인 어록이다.

아디다스가 그의 어록 중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한 문장만 슬로건으로 사용한 이유는 앞의 문장이 필요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 한 마디가 무하마드 알리의 도전에 대한 철학과 가치의 핵심을 담아낸, 올바른 '함축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알리가 앞의 설명을 붙이지 않았다면 그가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랐을 테지만

앞의 긴 설명을 거쳐 자신의 철학의 정수를 담아냈기에 이 한 마디는 큰 울림을 담을 수 있었다.


아디다스는 도전이라는 가치가 중시되는 스포츠 분야의 브랜드로서,

아디다스 역시 알리의 도전에 대한 철학에 공감한다는 의미로서

"Impossible is Nothing"이라는 강렬하고 짧은, 잘 함축된 슬로건을 채택한 것이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슬로건 함축 사례 : 돌고래유괴단 (Dolphiners Films)



언제나 도전자의 마음으로, 돌고래유괴단(Dolphiners Films)


2022년에 가장 주목받는 여성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뉴진스'는 발매하는 곡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OMG'라는 곡의 뮤직비디오는 세계 각국 유튜브 실시간 조회수 1위에 등극하며 큰 반향을 얻고 있다.


'OMG' 뮤직비디오는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뉴진스 멤버들이 입원한 환자라는 설정 하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 소녀는 긴 나레이션 끝에 멤버 '하니'는 스스로를 '아이폰'이라고 주장하고, 그 이야기를 들어주며 노래와 춤이 선보여진다. 환자복을 입은 멤버들은 성냥팔이 소녀, 백설공주 등 다양한 캐릭터로 스스로를 꾸미기도 한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 소셜 미디어에 '뉴진스'를 향한 비판을 남기는 인물의 손을 멤버 '민지'가 잡고 다른 곳으로 이끌며 끝이 난다. 유명 유튜버 '침착맨'이 까메오 출연을 한 것도 국내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뮤직비디오의 문법과 특이한 설정 및 스토리텔링, 화제의 중심에서 살 수 밖에 없는 연예인들을 향해 쏟아지는 온갖 말과 반응이란 소재를 직접적으로 짚는 점과 언뜻 결이 맞지 않아보이는 까메오까지. 'OMG'의 뮤직비디오는 일반적인 아이돌 그룹의 뮤직비디오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다.



가자.jpeg 'OMG' 뮤비 중 소셜미디어에 비판성 글을 쓰는 인물에게 "가자"라는 말을 하는 뉴진스 멤버 민지(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_ZAgI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돌고래유괴단'의 신우석 대표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뮤직비디오란 가장 형식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는 장르인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뮤직비디오가 틀에 갇힌 것마냥 비슷한 문법을 반복 중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기존에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지 않았던 '이방인'이기에 아이돌들의 몸과 웃음을 전시하는 게 아니라,

다른 방향의 작업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마지막 씬에 대한 논란은 예상했지만

적어도 어른들로서 아이들 (아이돌 산업에 종사하는 구성원과 이들을 사랑하는 팬들 모두를 포함)을 지켜야 하며, 이들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참혹한 말들에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아래 출처 표기)


이처럼 '이방인'으로서의 새로운 시각과 참신한 시도는 다른 '돌고래유괴단'의 작업에서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들만의 작업에 대한 철학은 '돌고래유괴단'을 작은 아티스트 집단에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영상창작집단으로 발전시켰다.



돌유.jpeg 돌고래유괴단 로고



돌고래유괴단이 지속적으로 활동하여 명성을 얻은 분야는 광고다.

돌고래유괴단의 광고는 발표할 때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화제를 모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파급력의 원천은 기존의 문법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도전적인 시도이다.


2015년 돌고래유괴단의 이름을 알린 '캐논'의 광고는 돌고래유괴단의 정체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광고였다.

캐논은 최고의 바이럴 필름을 만들고 싶다는 일념 하에 여러 제작사와 접촉했으며,

'스스로 확산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찾아봐야 한다'는 바이럴 필름에의 신념을 가진 신우석 대표와 돌고래유괴단과의 작업을 결정했다.


최현석 셰프는 스스로에게 취한 채 멋지게 자신의 요리하는 장면을 셀카로 촬영하지만 레스토랑 직원들에게 들켜 민망해한다.

또 주말에 딸과 강아지와 함께 공원에 산책을 나가서 일반적으로 카메라 광고에서 예상되는 장면을 촬영한다.

하지만 열심히 달리던 강아지는 그대로 달려 시선에서 사라지고 최현석 셰프는 "털 달린 짐승은 키우는 게 아니라더니,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란

대사를 하는 등 돌고래유괴단의 캐논 광고는 모두 일반적인 광고에서의 클리셰를 깨부숴 화제를 낳았다.


또한 게임 '브롤스타즈'의 광고에서는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이병헌'이 주점 안에 들어온 카우보이를 연기하며 그동안 그가 출연했던 작품에서 인터넷에서 밈으로 활용되고 있는 장면들을 패러디한다.

이병헌의 작품과 인터넷 밈을 알고 있는 젊은 층들이라면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광고였다.

돌고래유괴단은 이후 2016년부터 국내외의 셀 수 없이 많은 상을 쓸어담으며

가장 주목받는 광고 및 영상제작집단으로 현재까지 각광을 받고 있다.




서울경제.jpeg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대표 (출처 : 서울경제)




돌고래유괴단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dolphiners.com/)의 첫 화면 소개글에는

"Same as one day several years ago, we are still challengers" (몇 해 전의 그 날처럼, 우리는 여전히 도전자입니다)란 문구가 적혀있다.


돌고래유괴단의 작품은 언제나 기존의 업계에 대한 관행과 클리셰, 문법에 의심을 품는 것에서 시작한다.

업계의 관행이란 것은 이해관계와 돈, 생존의 문제와 결부되어 있지만, 자신들의 작업물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새로운 도전을 해내려 한다고 신우석 대표는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신우석 대표와 돌고래유괴단의 신념과 행보는 업계 전체에 새바람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소개글(슬로건)의 '도전자'라는 단어에는 업계의 기성집단이 되어 작품보다 관행을 우선시하지 않겠으며, 늘 의심을 품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돌고래유괴단만의 철학과 컨셉이 담겨있는 것이다.


뚜렷한 신념으로 멋진 작품활동을 지속할 돌고래유괴단과 신우석 대표의 행보에 응원을 보낸다.

(신우석 감독 인터뷰 출처 :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101905&utm_source=naver&utm_medium=news)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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