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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포'로 사로잡는 소비자의 이목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1화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1화. 5줄 요약



✦ '은유(metaphor)'는 사물의 특성을 암시적으로 나타내는 수사법

✦ 브랜딩의 특성과 강점은 솔직한 말보다는 은유를 활용하여 전달해보자

✦ 브랜드의 별칭이나 슬로건에 은유를 비롯한 비유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일반경영 사례. 깨끗한 제주를 고스란히 담아낸 화장품. 이니스프리 (Innisfree)

✦ 예술경영 사례. '가장자리 예술인'을 위한 축제의 장.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Edinburgh Festival Fringe)




❍ 1p 은유란 무엇인가?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늙은 비애(悲哀)다.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시인(詩人) 릴케가 만난

슬라브 여자(女子)의 마음속에 갈앉은

놋쇠 항아리다.

손바닥에 못을 박아 죽일 수도 없고 죽지도 않는

사랑하는 나의 하나님, 당신은 또

대낮에도 옷을 벗는 어리디어린

순결(純潔)이다.

삼월(三月)에

젊은 느릅나무 잎새에서 이는

연둣빛 바람이다.


<나의 하나님>-김춘수




위의 시는 김춘수 시인의 <나의 하나님>이란 시다.

'하나님'이라는 함부로 언급하기 힘든 신성한 존재를 발칙해보이는 대상과 연결하여 독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한다.


비유한 대상의 면면을 보면 '늙은 비애', '푸줏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 '놋쇠 항아리',

'어리디어린 순결', '연둣빛 바람' 등 다양한 성격을 지닌 대상이다.

'늙은 비애'를 통해서는 험난한 인간세상에 대한 비애, '살점'에서는 예수와 신이 하찮게 여겨지는 세상에 대한 한탄,

하지만 뒤의 대상에서는 무거우면서도 순결하고 청아한 존재로 묘사하며 작은 반전을 준다.


<나의 하나님>의 형식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바로 '은유법'을 지속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은유법'이란 표현하는 대상을 다른 대상에 비겨서 표현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직유와 대조되는 용어로서, 암유라고도 불린다. 직유가 'A는 B와 같다'나 'B같은/처럼 A' 같은 형식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A를 다른 대상인 B에 동등하게 비유하는 것이라면, 은유는 'A는 B이다'나 'B인 A'와 같이 A를 B로 대치해버리는 비유법이다.


예술경영.jpg


은유가 처음 생길 때는 항상 사용해오던 언어와 고정관념들 속에서

여태껏 한 번도 맺어진 일이 없는 새로운 관계를 찾아 결합시킴으로써 신선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와 같은 참신한 비유는 문학작품에서 흔히 발견된다.

은유적 표현은 우리의 고정관념을 헐고 새로운 기능과 사고방식을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한 기교적인 긴축미와 참신함과 생동감을 불어넣어 우리의 언어생활을 풍요롭게 한다고 볼 수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김춘수 시인의 <나의 하나님>의 충격적이기도 한 은유가 우리의 기억에 남는 이유는

바로 여태껏 엮인 적이 없고, 감히 엮기 어려웠던 일반적이고 발칙한 대상에 고귀한 '하나님'을 대입함으로써

고정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언어의 연결을 창조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은유는 브랜딩과 마케팅에서도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2p 마케팅에서의 은유의 활용

브랜딩.jpeg 오리온 초코파이는 '정'이라는 키워드로 결부되어 기억된다


검색창에 '초코파이'를 검색하면 수많은 브랜드의 초코파이를 구매할 수 있다.

롯데제과, 해태제과, 크라운제과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저마다의 초코파이를 발매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초코파이는 오리온의 초코파이다.


애초에 오리온은 미국의 '문파이'란 과자를 벤치마킹하여 초코파이를 개발하였고, 1974년 출시 이후

초코파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과자로 자리매김하여 큰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초코파이'라는 명칭이 상표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보통명사스럽고,

미국의 '문파이'를 벤치마킹했단 점도 참고되어 상표권이 인정되지 않게 되었다.


이처럼 인기 많은 과자에 다른 브랜드들도 당연히 욕심을 냈고,

오리온은 그동안 자신들만 써 온 '초코파이'란 명칭을 타사와 나누게 되어 매출에 타격을 받게 되었다.


오리온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리온 초코파이'의 차별성을 부각할 방법을 고안했고,

그게 바로 여태껏 오리온 초코파이의 광고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정(情)'이라는 키워드다.

오리온초코파이.png 오리온 초코파이의 전면에 가장 크게 부각되는 '정(情)'



이는 한 박스에 12개가 들어 서로 나눠먹을 수 있다는 '정'을 부각하여

타사의 초코파이에는 없는, 오리온 초코파이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오리온 초코파이는 매출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오리지널 초코파이로서 시장에 공고하게 위치하고 있다.



오리온 초코파이는 정(情)이다.


이 한 문장은 바로 은유법을 활용한 것이다.


오리온 초코파이와 정을 동일시하는 은유적 표현을 통해 오리온 초코파이는 서로 정을 나눌 수 있는 과자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립하고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강하게 자리할 수 있었다.


만약 오리온 초코파이가 '오리지널', '원조' 등 뻔한 언어를 사용하여 마케팅을 진행했다면 지금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을까?


우리는 주변을 둘러볼 때 스스로를 '원조'라고 칭하는 수많은 음식점을 볼 수 있다.

모든 음식점이 자신들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탓에 '원조'라는 단어의 의미가 퇴색될 지경이다.


즉, 흔한 언어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닳고 닳아 특색을 잃어버리고 만다.

오리온은 이 점을 꿰뚫고, 자사의 초코파이가 원조이기에 찾아달라는 마케팅을 포기했다.

대신 '오리온 초코파이'와 '정'이라는 생소하지만 색다르고 말이 되는 은유를 찾아냄으로써

자사 초코파이만의 돋보이는 정체성을 확보하는 전략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


독특한 은유를 통해 브랜드와 상품을 예상치 못했던 새로운 언어와 결부시킨다면,

또한 그것이 고정관념을 헐 수 있는 신선한 방법으로 다가갈 수만 있다면,

다른 브랜드와 상품은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이미지를 구축하여 소비자들에게 각인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색다른 은유법이 가지는 힘이다.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딩에서의 메타포 : 이니스프리 (Innisfree)



깨끗한 제주를 고스란히 담아낸 화장품. 이니스프리 (Innisfree)


현대의 소비자들이 화장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아마 자극 없이 피부에 순하게 스며드는지, 건강한 피부를 만들 수 있는 성분을 포함하는지 등의 기준일 것이다. 즉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성분으로 건강한 피부를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가 화장품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


특히나 피부의 기초케어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화장품 브랜드들이 가장 강조하는 키워드는 '자연'이다.

'자연에서 비롯한', '자연주의', '자연스러운 성분' 등의 키워드는 화장품 브랜드의 광고에서 가장 강조되며,

맑고 깨끗한 자연의 이미지를 점유하기 위해 수많은 브랜드들이 경쟁을 펼쳐왔다.


2023년 현재, 자연의 이미지를 가장 잘 담아낸 브랜드 중 하나는 바로 '이니스프리 (Innisfree)'다.


예술경영 브랜딩.jpg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이니스프리는 2000년 '최초의 자연주의 브랜드'라는 슬로건과 함께 등장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로드샵 브랜드로서 출발했으나, 다른 브랜드에 밀려 오랫동안 다른 브랜드에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타 브랜드도 '자연'을 내세웠기 때문에 차별화가 되지 않은 채 입지를 다지지 못한 이니스프리는 자사만의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를 느꼈다.


이니스프리는 숱한 고민 끝에 한국인들에게 가장 가닿을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를 고민했다.

단순히 '자연주의'란 직접적인 단어를 내세우지 않고, '은유'로서 자연의 느낌을 담은 대상들을 물색했고

한국인들에게 청정한 이미지를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제주'를 발견하여 본격적으로 브랜드와 '제주'의 자연 이미지를 잇는 브랜딩을 시작한다.


이후 2008년 제주 녹차를 활용하여 지금까지도 이니스프리의 대표적인 상품으로 군림하는 '그린티 라인'을 발매한다.


청정한 제주녹차의 추출물을 통해 피부의 기초케어를 위한 '그린티 라인'을 시작으로,

이니스프리는 그린티 씨드, 화산송이, 용암해수 등 제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름의 제품을 발매한다.

또한 광고 전면에 '제주의 자연 원료를 활용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소비자들의 인식에 '이니스프리는 제주(자연주의)다'는 인식을 심었다.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png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약 11년 동안 'Benefits from Jeju'란 브랜드 슬로건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브랜드의 정체성 핵심에 '제주'를 심었다.


2013년에는 제주도에는 이니스프리만의 체험 브랜드관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를 만들어 홍보에 박차를 가했다.

이니스프리가 사용하는 제주원료를 활용하여 비누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제주체험존',

제주도산 식자재와 제주의 자연물을 활용한 여러 메뉴를 제공하는 '그린카페',

제주 에센셜 오일, 핸드크림 등 제주하우스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아이템이 있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이니스프리의 인스타그램 마케팅이 큰 화제가 된 적도 있는데,

제주 출신의 사진작가를 고용하여 제주의 이미지를 잘 담아낸 이미지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여

브랜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소비자들에게 전했다.



이니스프리는 제주(자연주의)다.




이니스프리는 타사 브랜드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자연주의'란 컨셉과

'제주'라는 독특하고 기존에 화장품 브랜드와 얽히지 않았던 대상을 성공적으로 은유로서 이어냈다.

그 은유를 확실히 뒷받침하는 브랜딩과 마케팅을 통해 이니스프리는 자사만의 '제주'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한 것이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브랜딩에서의 메타포 :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Ediburgh Festival Fringe)



'가장자리 예술인'을 위한 축제의 장.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Edinburgh Festival Fringe)


매년 8월, '북방의 아테네'라고도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도시 에든버러는 100만명도 훌쩍 넘는 전세계의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300~400년 된 고풍스러운 성과 건물로 둘러싸인 메인 스트리트의 모든 벽면에는 공연포스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으며,


시내의 모든 공간이 극장과 공연대기소가 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The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이 열리기 때문이다.

1947년에 시작된 이 페스티벌은 오페라, 연극, 무용, 클래식, 비주얼 아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예술팀을 초청하여 선보인다.


공연 분야 중에서도 클래식음악의 비중이 높으며, 모든 초청팀은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결정되는만큼 공식초청 된 팀들은 예술성과 화제성을 인정받은 팀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공연 테마에 따라 100여 개의 공연이 초청되고, 공연은 더 허브(에든버러 축제센터)를 비롯하여

어셔홀, 퀸즈홀, 에든버러 플레이하우스, 로스 극장 등 유서 깊은 극장에서 이루어진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연은 밀리터리 타투(Military Tattoo)라 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전통 남성용 치마인 킬트를 입은 수백 명의 경기병이 백파이프와 북을 연주하며 군악 퍼레이드를 벌인다. 이 공연은 1950년에 작은 규모의 부대행사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페스티벌을 대표하는 주요 행사가 되었다. 페스티벌 기간의 모든 저녁, 고색창연한 에든버러성 광장에서 멋진 퍼레이드를 관람할 수 있다.



밀리터리_타투.jpeg 2010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의 밀리터리 타투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만 관광객들은 공식초청된 공연들만 보기 위해서 에든버러를 찾지 않는다. 에든버러를 공연페스티벌의 세계적인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해준 축제는,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과 동기간에 펼쳐지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Edinburgh Festival Fringe)'이다.


1947년,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으로 피폐해진 유럽 전역을 문화예술로 통합하자는 기치 아래서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이 시작됐다. 모두가 행복하게 공연에 참가하고 즐길 수 있었지만,

당시에 공식 초청받지 못한에 8개의 극단은 그럼에도 공연을 함으로써 페스티벌의 일부에 참가하고 싶어했다.


그들은 극장이 아닌 소규모 공간을 극장으로 개조하여 축제의 가장자리(Fringe)에서 공연을 해냈고, 공식 프로그램의 일부가 아니었기에 굳이 제지받지 않았다. 이 자발적 예술활동이 바로 지금의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모태가 되었다.


해마다 점점 더 많은 공연자들이 위의 예시처럼 축제의 가장자리에서 자발적으로 공연했으며, 1958년에는 이러한 성공에 대응하여 페스티벌 프린지 소사이어티가 만들어졌다.

에든버러 국제 페스티벌 협회는 이들의 존재를 공식화했고, 프린지 프로그램을 따로 출판하고 중앙 박스 오피스를 만들어 예술가와 관객을 모았다.


에든버러_2019_.jpeg 에든버러 올드타운의 'Royal Mile'에서 공연하는 퍼포머 / 2019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출처 : Jeff J Mitchel)


지금도 에든버러 프린지에는 소정의 참가비만 내면 누구라도 공연을 할 수 있다. 물론 공연장을 잡는 것부터 공연 홍보까지 참가팀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지만, 2022년 기준 58개국 3,171개 공연팀이 255개 공연장에서 49,827회의 공연을 해내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 규모에 걸맞게 재정적인 독립성도 확보하고 있다. 시 지원 예산이 전체 수입의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프린지 페스티벌 자체의 자생력은 탄탄하다. 또한 시민 수의 몇 배나 되는 관광객으로 시 자체에서 얻는 경제적 효과도 천문학적이다.


학예회 수준의 공연부터 웰메이드 공연까지, 에든버러 시민부터 먼 타국의 예술인들까지 모두 포용할 수 있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축제의 장을 열어준다.



에든버러 비공식 페스티벌은 '프린지(가장자리) 페스티벌'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적, 자발적 공연 페스티벌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그 이름 자체가 멋진 은유적 이름이라 할 수 있다. 공식초청작 외의 작품이더라도, 예술성이 확보가 되지 않더라도 그저 공연에 대한 사랑만으로 모두가 하나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앞으로도 모두를 끌어안는 따뜻하고 활력 넘치는 페스티벌로 자리하지 않을까.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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