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3화
❍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3화. 5줄 요약
✦ 창의력 넘치는 컨셉과 브랜딩은 중요하다
✦ 하지만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바와 맞지 않은 창의성은 오히려 독!
✦ 컨셉이 창의성을 끌고 가야지, 창의성에 컨셉이 끌려다니는 브랜드는 힘을 잃는다
✦ 일반경영 사례. 'Sorry, no beige', 아이맥 (iMac)
✦ 예술경영 사례. 트렌디한 공공기관 유튜브의 모범, 충주시 유튜브 (@Chungjusi)
❍ 1p 창의성이 돋보이는 마케팅은 중요하지만,
"넌 ~할 때가 가장 예뻐."
어느 순간부터 길거리의 간판, 인터넷 광고 등지에서 많이 쓰이기 시작한 문구다.
특히 어둑한 술집의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 인테리어가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술 마실 때가 가장 예쁘다는 식의 문구가 술집의 벽에 장식되어 있는 건 드물지 않은 광경이 됐다
이처럼 마케팅이나 광고의 요소가 눈에 띄기 시작했을 때 업계에서 급격하게 유행을 타는 현상은
우리 삶 근처에서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은 장르를 벗어나서 식품업계에서의 활발할 콜라보레이션이 큰 유행을 탔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식품업계끼리도 콜라보 상품을 발매하고,
심지어 식품이 아닌 브랜드와도 콜라보하여 언뜻 황당해보이는 제품을 발매하는 등
편의점과 식음료매장에서 온갖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정책을 펼친다.
SNS와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관심사와 흥미가 빠르고 쉽게 바뀌는 현대에
매번 트렌드마다 기민하게 반응하는 마케팅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나 상식을 깨는듯한 창의적인 마케팅 방안이 등장하면
대부분의 브랜드들은 재빠르게 그것을 흡수하여 자기화하려고 노력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창의적인 마케팅을
무분별하게 시도하는 것은 독이 될 수도 있다.
❍ 2p 우리의 브랜드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
다시 "넌 ~할 때가 가장 예뻐"의 문구를 생각해보자.
분명 이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마음에 시도된 창의적인 마케팅 방안 중 하나다.
하지만 만약 예쁜 네온사인으로 제작되어 음식점이나 술집의 인테리어를 위해 사용된다면
분명 매장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데 역할을 하지만 타 매장과 큰 차별화를 두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네온사인으로 빛나는 감성적인 문구, 하면 떠오르는 고정적인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인식이 되고 있다는 점도 특정 브랜드만의 차별점으로 내세울 수만은 없는 인테리어 마케팅이 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의 대표적인 배달브랜드, '배달의민족'은 이 문구를 자기화하는 면모를 보여줬다.
'배달의민족'하면 떠오르는 특유의 배달의민족 폰트와 심플한 디자인,
일견 느끼해보일 수 있는 문구에 어울리는 배우 류승룡의 광고모델 발탁,
특유의 유쾌하고 트렌디한 브랜드 이미지를 살려 적당히 표준어 문법을 일상어투로 (제일 -> 젤) 바꾼 점 등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토대로 유행을 자기화해낸 것이다.
무엇보다도 '배달의민족'이란 브랜드가 음식배달플랫폼 브랜드라는 것이
해당 문구를 홍보에 쓸 수 있는 당위성이 되었다.
아무리 유행이더라도 전혀 관련이 없는 유행에 올라탔다면 좋은 평을 들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달의민족'이 보여주는 예시를 통해 우리는 무분별하게 창의적인 마케팅 방안을 차용한다면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지만, 브랜드의 명확한 컨셉 위에 해당 마케팅을 알맞게 자기화한다면
브랜딩의 발전을 꿈꿀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무엇을 추구하고 말하고자 하는지 컨셉을 명확히 파악한 후에 거기에 맞는 창의성을 얹는 것이다.
중심을 명확히 잡은 브랜딩만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창의성의 올바른 활용 사례 : 아이맥 (iMac)
'Sorry, no beige', 아이맥 (iMac)
애플의 창립자이자 부흥을 최전선에서 이끈 스티브 잡스는 창의적이고 과감한 경영적 역량을 자랑하던 인물이었지만, 성격과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악평을 많이 받은 인물이기도 했다.
개인용 컴퓨터 애플 1과 애플 2의 성공 이후 애플은 내외적으로 여러 위기에 봉착한다.
타 경쟁사의 추격을 받기도 했고, 애플3는 제품 자체의 결함의 문제로 크게 실패했다.
이후 스티브 잡스는 '리사', '매킨토시' 등 여러 기종의 프로젝트 팀을 동시에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본인이 시작한 '리사' 프로젝트에서 쫓겨나면서 앙심을 품었다. 이후로 두 프로젝트 팀 간의 알력다툼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갈등은 점차 심화되어 간다.
이후 연봉에 대한 불만까지 터지면서 애플 사는 거대한 내분에 시달린다.
위기를 감지한 이사회는 이 모든 사태를 불러온 잡스를 애플에서 내쫓는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나가서도 'NEXT', '픽사' 등의 회사에서 승승장구했고,
애플의 경영난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애플은 'NEXT'를 인수하며 스티브 잡스를 경영진으로 다시 참여시킨다. 11년만의 영광스러운 복귀였다.
잡스가 개인용컴퓨터의 시대를 열어젖힌 이후 수많은 컴퓨터가 사무실의 책상을 차지했고,
이는 애플의 사무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잡스는 애플 사무실에 복귀한 후
그 풍경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본체, 프린트, 키보드, 마우스 등 많은 기기가 얽혀있고 전선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으며
온톤 베이지색으로 가득한 모습을 어수선하게 느낀 잡스는 곧바로 새로운 프로젝트의 방향을 잡는다.
'전선을 없앤다'
'베이지색으로 가득한 사무실의 살풍경하고 뻔한 모습에서 벗어난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제품이 탄생했다. 아이맥 G3.
베이지색 대신 컬러풀한 반투명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본체.
코드만 꽂으면 곧바로 구동할 수 있게 모니터와 본체를 일체화한 설계.
당시 아이맥 G3는 정말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애플의 대표 디자이너인 조너선 아이브는 '진정한 산업디자인'이라며 극찬했으며
이후 애플은 24형 iMac에 흰 베젤 디자인을 도입해 G3를 오마주하며 이 디자인의 철학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반투명 플라스틱 디자인은 업계에서 큰 유행을 탔다.
너도나도 도입한 반투명 플라스틱 디자인 중, 아이맥 G3만큼의
인기와 디자인적인 전환을 불러온 제품은 없다.
사실상 그냥 모방일 뿐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디자인에 대한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아이맥 G3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삭막한 베이지색 사무실 환경을 바꾸는 것'
'전선을 없애 깔끔한 환경을 만드는 것'
이 문제의식에서 기반한 고민을 통해, 반투명 플라스틱과 일체형 컴퓨터라는 창의적인 답을 얻어냈다.
이 '컨셉에 기반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애플은 자사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나가며 모두를 놀라게 한
창의적인 디자인을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과정 없이 그저 디자인이라는 표상만 보고 모방한 타사의 제품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창의성의 올바른 브랜딩 활용 사례 : 충주시 유튜브 (@Chungjusi)
트렌디한 공공기관 유튜브의 모범. 충주시 유튜브(@Chungjusi)
2023년 2월 26일 기준으로
천만인구를 자랑하는 서울특별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는 18만 2천명이다.
한국의 제 2의 도시인 부산광역시는 3만 8천명, 인천광역시는 4만 5천명으로
100만 구독자수를 가진 유튜버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재,
공공기관의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수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 아니다.
공공기관의 유튜브나 소통채널은 흔히 개인이 운영하는 것보다 재미나 참신함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개인채널은 자유로운 소재선택과 시도가 가능하고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지만,
공공채널은 기관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소재와 표현방식에 당연히 제약이 많을 수 밖에 없고
콘텐츠를 완성해도 상부의 결재를 받기까지 소요되는 시간도 길다.
이러한 특성은 가볍게 즐기는 콘텐츠의 비중이 높고, 시시각각 변하는 트렌드를 재빠르게 쫓는 채널이 많은 유튜브에서
공공기관 채널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약 30만명의 구독자수를 끌어모으고,
독보적인 콘텐츠 경쟁력으로 국내 공공기관 유튜브 중 가장 큰 화제성을 갖춘 채널이 등장했다.
바로 충청북도 충주시의 공식 유튜브 채널, '충주시 유튜브'다.
충주시 유튜브의 기획, 편집, 촬영, 출연, 홍보는
모두 충주시의 유튜브 전문관으로 발령이 난 '김선태' 주무관이 맡고 있다.
채널 개설 당시 충주시의 시장인 '조길형' 시장이 유튜브를 활성화하기 위해
김선태 주무관에게 유튜브의 업무를 일임했다고 한다.
초기에는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자본력에도 한계가 있었으며,
김선태 주무관이 영상편집과 촬영, 홍보물 제작의 기술은 가지고 있지만 타 채널을 압도할 정도로 뛰어나진 않았고,
유튜브 제작에 배치된 인력도 김선태 주무관을 제외하면 없었다.
또한 김선태 주무관은 위에서 언급한 공공기관/지자체 유튜브의 한계 역시 여실히 알고 있었고
그 한계들을 극복하고 충주시만의 특색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고심했다.
사실 김선태 주무관은 충주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담당한 적이 있었고,
당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먼저 담당한 조남식 주무관이 제작하고, 김선태 주무관이 이어 제작한 홍보물이
인터넷에서 큰 반응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그 홍보물들은 다음과 같다.
모두 'B급 감성'을 자랑하는 유머러스한 홍보물이다.
이러한 홍보의 기틀을 잡은 조남식 주무관은 사람들이 지자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지 않기 때문에
우선 눈에 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퀄리티는 떨어지더라도 모두가 웃을 수 있는 홍보물을 제작했다.
그 뒤를 이은 김선태 주무관도 이러한 홍보를 통해 충주시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알렸고,
이 'B급 감성'을 유튜브에도 도입해 유머러스한 콘텐츠를 제작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의 아이템은 아래와 같다.
'폐수처리장에서 하이라이스 먹기'
'지자체 구독자 1위 등극 기념으로 기존의 1위였던
서울시청 찾아가 세리머니하기'
'시장실 쳐들어가기'
'실제 공무원이 얼마나 시민의 세금을 가져가나 계산해보기'
이와 같이 기존의 지자체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소재로 유튜브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은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아직도 가장 많은 조회수를 자랑하는 '관짝춤' 밈을 패러디한 영상의 조회수는 820만회를 기록하고 있으며
가파른 구독자수 상승세를 보이며 현재는 30만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아무래도 자극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콘텐츠가 상부에서 반려받을 것을 고려하여
아예 업로드를 먼저 하고 보고를 하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다행히 성과를 인정받아 채널 운영에 있어 어느정도의 재량권을 허가받으며,
이후 충주시 유튜브에는 'B급 감성', '트렌드 적극반영' 등의 성격이 완전히 자리잡으며 특색 있는 유튜브 채널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충주시 유튜브 성공의 핵심에는 이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충주시 지자체'를 홍보하는 채널의 본질을 잘 지켰다는 것이다.
충주시 유튜브의 콘텐츠는 유머러스하고 트렌디한 소재를 토대로
충주시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과 정책의 현황 등을 홍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즐거움만을 위한 콘텐츠가 없지는 않지만 애초에 유튜브 채널이 충주시를 홍보하기 위해 생겼으니만큼
대부분의 콘텐츠들에서 시정홍보의 본질을 잊지 않는다.
'하수처리장에서 하이라이스 먹기' 콘텐츠는 사실 하수처리장에서 이뤄지는 업무를 알리고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면 하수처리장에서 처리하기 곤란하니 자제해달라는 공익 목적의 선전을 하고 있다.
또한 '시장실 쳐들어가기'에서는 시장이 하는 평소의 업무 등을 알려 보다 시민들이 시정상황을 보다 잘 알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공무원들이 겪는 고충을 잘 설명해주는 것도 충주시 유튜브의 장점이다.
홍보맨이 직접 악성민원인을 연기하는 시뮬레이션 훈련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공무원들이 악성민원인들에게 겪는 피해의 실상을 알리고,
왜 공무원들이 전화를 계속 돌리는지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자체 유튜브의 명확한 목적과 본질을 잊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B급 감성'과 재미를 더한 충주시 유튜브는
충주시의 브랜드 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이는 창의성의 브랜딩 활용의 모범적인 예시라고 말할 수 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