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4화
❍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14화. 4줄 요약
✦ 창의성의 시작은 다른 것을 모방하는 것.
✦ 하지만 그 모방의 원천을 알아볼 수 없게끔 완벽하게 자기화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한다!
✦ 일반경영 사례. '허니버터'의 후발주자에서 견과류 업계를 선도하기까지, 바프 (HBAF)
✦ 예술경영 사례. 공항의 장점을 십분 살린 문화예술브랜딩, 인천공항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 1p 정용진 부회장의 경영전략은 창의적일까?
정 부회장은 이처럼 외국과 타 브랜드의 성공전략을 거침없이 모방하고 신세계(SSG)의 사업으로 들여온다. 즐거운 잡화점을 표방한 '삐에로쇼핑', '쇼핑 테마파크'를 컨셉으로 한 '스타필드' 등 여러 실패와 동시에 굵직한 성공을 거뒀다.
이런 정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자신만의 창의적인 브랜딩'이 부족하다며 비판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남의 성공사례를 들여오는 것에 집중하고 정용진 부회장만의 색깔이 드러난 경영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과연 정용진 부회장의 브랜딩 전략을 '창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 2p 적절한 취사선택과 확실한 자기화를 통한 창의적 모방
우리는 흔히 모방을 창의의 반대에 선 개념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창의, 남의 것을 베끼고 따라하는 모방.
하지만 모방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본다면 모방에 대한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모방의 심리학에서의 고전적인 정의는
‘행동이 이루어지는 것을 관찰함으로써 해당 행동을 하는 것을 배우는 것(Thorndike, 1898; Byrne, 2002에서 재인용)’이다.
모방자는 행동의 겉만 본따는 데서 학습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이뤄지는 과정과 의도에 대해 고찰해 볼 수 있다.
또한 먼저 모방대상을 관찰하고 내 것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모방자 나름의 변형과 수정을 실행할 수도 있다.
모방은 그저 남의 것을 베끼는 '복사'의 개념이 아니라,
관찰하고 분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자기화'의 과정인 것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예시로 돌아가보자.
정 부회장의 '이 세상에 카피캣이 아닌자는 없다'는 말은
단순하게 다른 기업의 성공사례를 그대로 베껴온다는 의미가 아니다.
정 부회장이 임직원을 이끌고 월마트에서 연수를 받으며 배운 월마트의 전략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특성과 정서를 고려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한국만의 유통현황과 경쟁업계, 문화와 정서를 고려하지 않은 채 들여왔다면
실패의 확률이 더 높았을 수도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타국의 유통체인 성공사례와 전략을 더 수집하여,
한국에서 성공할만한 전략을 '취사선택'하고 신세계의 브랜드에 맞게끔 '자기화'하여
이마트만의 유통전략을 만들어내어 성공한 것이다.
창의라는 말은 100% 새로운 것을 포함하기는 하겠지만, 모든 창의적 활동이 완전히 새로울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좋은 사례들을 참고하여 적절히 취사선택하고 모방의 원천을 찾아볼 수 없게
완전히 '자기화'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창의적인 활동이다.
모방은 창의의 원천이라고도 말할 수 있으며,아래에 소개될 예시 역시 브랜딩에서 훌륭한 창의를 보여준 사례이다.
❍ 3p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창의성의 올바른 브랜딩 활용 사례 : 바프(HBAF)
'허니버터'의 후발주자에서 견과류 업계를 선도하기까지, 바프 (HBAF)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출시되자 가히 1년이 넘도록 '허니버터칩 신드롬'이 시작됐다.
독특한 감자칩의 맛에 빠져든 소비자들은 허니버터칩에 폭발적으로 호응했고
전국의 편의점의 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매일 같이 허니버터칩 재고가 있는지, 언제 입고되는지 묻는 전화에 시달렸다
인터넷 중고마켓에서는 '허니버터칩 냄새를 팝니다'라며
과자를 다 먹고 남은 봉지를 파는 경우까지 생길 정도로 허니버터칩은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로 10년 가까운 기간동안 허니버터칩은 해태제과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됐다.
이러한 폭발적인 인기에 당연히 다른 기업들도 동참했다.
정말 수많은 제품들이 '허니버터'라는 이름을 달고 꿀과 버터, 적절한 짠맛을 가미해 출시됐다.
오늘 소개할 바프(HBAF)의 첫 상품, '허니버터아몬드'도 그 중 하나이다.
바프(HBAF)는 아몬드를 수입하여 판매하는 회사, '길림양행'이 출시한 브랜드이다.
80년대 아몬드의 수입을 독점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아몬드 수입규제가 풀리며 경쟁력을 잃었고
당시 대표이사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는 악재가 겹쳤다.
그의 아들이자 현재의 대표이사인 윤문현 대표는 100억의 빚과 함께 길림양행을 상속받았고,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다. 당시 견과류 가공제품 시장이 지금만큼 치열하지 않았던터라
가능성을 보았고, 아몬드에 시즈닝을 입혀도 눅눅해지지 않는 기술을 개발한다.
마침 GS25에서 아몬드에 허니버터 맛을 입힌 아몬드를 출시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길림양행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당시 시장에는 이미 허니버터칩이 등장하여 그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기에,
편의점과 마트에 들렀다가 허니버터칩을 사지 못한 소비자들은 그 대체재로
길림양행의 신제품 '허니버터아몬드'를 선택한다. 그 여파에 힘입어 허니버터아몬드는 큰 인기를 얻어 승승장구했다.
당시의 매출이 첫 달 2억원어치에서 석 달 째에는 20억원으로 열배가 늘만큼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시기의 허니버터아몬드는 허니버터칩의 아류상품 정도로 인식이 되었고,
길림양행만의 제품이 아니라 해태제과의 제품인 줄 아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즉, 자기화가 되지 않은 모방상품 정도의 위치였던 것이다.
윤문현 대표는 허니버터칩의 인기에 편승해 당시의 좋은 매출이 나온다는 사실을 잘 파악하고 있었고, 이후 길림양행 아몬드만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즉 '자기화'를 해내기 위한 노력에 돌입한다.
'허니버터아몬드'는 '허니버터' 열풍을 탄 상품이니만큼 다른 맛의 개발이 필요했다.
대성공을 거둔 허니버터아몬드 덕에 시도를 할만한 재원이 마련된 상황에서
길림양행은 와사비, 카라멜, 불닭 등 다양한 맛을 가진 아몬드를 적극적으로 출시한다.
특히 와사비맛 아몬드가 국내 사무실의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외국인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을 가진 길림양행 아몬드를 한국여행 때 꼭 사야하는 기념품으로 인식하자 길림양행의 아몬드는 고유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추기 시작한다.
때를 놓치지 않고 길림양행은 바프(HBAF - 허니버터아몬드앤프렌즈)라는 자사브랜드를 새로이 만들고 '가공 아몬드'의 기획과 홍보, 판매를 맡겨 새로이 브랜딩까지 실행한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바프(HBAF)의 매출은 더 성장하고 시장에서의 고유한 자리까지 잡으며,
2019년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본격적으로 외국인 소비자들을 끌어모은다.
지금까지도 바프(HBAF)는 국내의 대표적인 가공 아몬드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
바프(HBAF)는 독자적인 아몬드 제작기술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
GS25의 제안으로 '허니버터'의 유행에 편승하여 훌륭한 성공을 거둔 뒤 (모방)
다양한 맛의 아몬드를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판매하여 시장에 뿌리내렸다. (자기화)
자사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유행을 모방하고, 그 모방을 완벽히 자기화하여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된 바프(HBAF)야말로 '창의적 모방'의 모범적인 예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4p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창의성의 올바른 브랜딩 활용 사례 : 인천국제공항(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공항의 장점을 십분 살린 문화예술브랜딩, 인천국제공항 (Incheon International Airport)
인천국제공항의 조직구성도를 보면 의아할 수 있는 팀의 이름이 포함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바로 '문화예술공항팀'이다.
공항과 문화예술은 무슨 관계가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의 문화예술부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인천국제공항은 2022년 국제공항협의회(ACI·Airport Council International World) 주관으로 열린 ‘ACI 고객경험 글로벌 써밋'에서 고객경험인증 프로그램의 최고 단계인 5단계 인증패를 수상했다.
5단계는 단계별 엄격한 심사와 평가를 거쳐 얻는 최고단계로서 마치 '5성급 호텔'과도 같이 최고등급의 공항으로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심지어 전 세계의 공항 중 인천국제공항만이 유일하게 5단계 인증을 받았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고객경험인증 프로그램이란 기존의 서비스 만족도를 중심으로 공항을 평가하던 시스템에서 벗어나 공항에서의 고객 경험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관리체계와 서비스 혁신 활동 등의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여 공항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이 최고의 평가를 받기까지 '문화예술사업'은 그 핵심에 존재했다.
인천국제공항은 2020년 문화예술공항팀을 신설했다. 2021년에는 ‘사람과 문화를 이어 미래로 나아갑니다’는 슬로건 아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특별전, 인천공항박물관 개관, 전통문화미디어 구축 등 문화사업에 힘썼다.
또한 고객이 인천공항에서의 경험과 그 여정을 순서대로 배열해 시각화한 ‘고객여정지도’를 2020년부터 제작해 오고 있으며, 또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가상의 고객 캐릭터인 페르소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고객의 행동과 성격 등의 특성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러한 문화기반 사업은 공항에서의 고객경험의 수준과 질을 끌어올렸고,
인천국제공항이 세계 최고의 공항으로 평가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문화예술팀의 고민은 지속됐다.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기획전과 문화사업을 실시하는 것은 좋으나,
그것이 인천국제공항만의 특수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타 기관에서도 실시하는 문화사업의 방향과 형식을 '모방'했으나
완전히 '인천국제공항'만의 문화사업으로 어떻게 '자기화' 할 것인지에 대한 창의적 모방에 대한 고민을 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은 인천국제공항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문화전시를 하고자 했고,
공항이 보유한 8K 화질의 27m 높이의 미디어타워를 비롯한 수많은 미디어스크린이 그 실마리가 됐다.
미디어아트는 한국의 뛰어난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음과 동시에
내외국인 모두 직관적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장르의 예술이기에,
인천국제공항은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한 전시회를 새롭게 기획했다.
2022년의 전시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 Port to the New Era>는
인천국제공항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주최 하에 (주)우옴파의 기획으로 이뤄졌다.
인천공항 제1, 2여객터미널 출국장 및 탑승동에서 '미디어·NFT아트'를 주제로
최찬숙, 양민하, 서효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현대미술·미디어 예술가 11명이 참여해 총 22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인천공항 내 대형 미디어 스크린을 통한 디지털 전시와
제2여객터미널 면세구역 내 253번 게이트 인근 전시 공간에서 오프라인 전시가 동시에 열렸다.
전시 관람뿐 아니라 참여작 대부분을 NFT로 구매할 수도 있는 전시였다.
이 전시는 무엇보다도 공항을 주요소재로 깊게 탐구했다는 점에서
문화예술사업의 '자기화'를 추구했던 인천국제공항의 취지와 부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 Port to the New Era>의 포트(Port)는 ‘전달하다’, ‘이동하다’는 의미를 가지면서 공항(Airport)과 컴퓨터 접속단자(port)라는 중의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공항이 단순히 사람이 타고 내리는 경유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며 새로운 문화가 교류하는 장소'라고 말하는 인천국제공항의 공항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신념을 잘 담아낸 이름이다.
공항에 어울리는 오프라인 전시공간이 구현된 것도 긍정적이다.
인천국제공항의 제 2여객터미널(T2)은 비교적 최근에 건설이 완료된 공간이다.
공간조성을 맡은 크리에이터 그룹 아워레이보는 이 T2의 현대적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비행기와 관제탑이 내다보이는 창가에서 격자모양으로 배치된 철골구조물에 전시된 작품들은 공항과 어울리는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관람객들에게 다가갔다.
또한 여행객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에서 큐레이터 투어를 진행했다.
이는 여행을 떠날 때만 들어갈 수 있는 공항의 시공간적 특수성을 살린 마케팅의 포인트로서
큐레이터 투어에 참여한 관람객들이 큰 호응을 보낸 주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새로운 시대로의 이동 : Port to the New Era>는
전시기간(8.26~10.30) 중 약 1만9천명이 관람하는 성과를 달성하였다.
인천국제공항은 이 전시를 통해서 단기적인 성공 뿐 아니라
향후 장기적으로 인천국제공항만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예술사업의 좋은 예시를 얻었다.
여러 기관들에서 실시하는 문화예술사업을 단순히 겉핥기로 따오지 않고
기초적인 틀을 모방한 채 인천국제공항만의 '자기화'를 이뤄내기 위한 노력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화예술사업을 지속해나갈 힘을 얻은 것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