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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을 브랜드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36화

Chapter. 예술경영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36화. 4줄 요약




✅ 좋은 디자인은 좋은 마케팅의 충분조건이지, 필요조건은 아니다.

✅ 멋진 디자인을 올바른 브랜딩의 단계를 밟아가며 현명하게 활용해야 한다.

✅ 일반경영 사례. 평범한 술, 평범하지 않은 마케팅 , '앱솔루트 (ABSOLUTE)'

✅ 예술경영 사례. 현대의 '메멘토 모리' 예술프로젝트, 'Before I die 프로젝트'





Chapter.1 플레이스테이션X, 디자인은 좋았으나


psx.jpg 전 가정의 안방을 장악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출시했으나



✅ 플레이스테이션X, 디자인은 좋았으나

소니의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은 발매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게이머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아온 게임콘솔이다.


플레이스테이션1은 컴퓨터에서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3D 렌더링을

게임콘솔에서 가능하게 한 훌륭한 하드웨어 성능, 개발자 친화적인 개발환경 등으로

게임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그 후속작인 플레이스테이션2는 무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역사적인 기기이다.


연이은 성공에 취한 소니의 경영진은 곧이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게임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지만 시장 자체의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기에

게임만 할 수 있는 기기에서 벗어난 가정용 전자기기로의 확장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플레이스테이션2는 DVD 재생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기기이기도 했다.


당시 일본의 가정에는 비디오레코더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비디오를 녹화해주는 기기인 비디오레코더는 게임기보다 훨씬 더 많은 가정이

필요로 하고 선호하는 기기였다는 판단 하에,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과 이 비디오레코더를

합친 기기를 선보이기로 결정한다. 그것이 바로 PSX이다.


PSX는 2003년경 출시했지만 지금 봐도 매우 세련되고 훌륭한 디자인을 가진 기기였다.

비디오레코드 기능과 멀티미디어 기능, 거기다 모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실행할 수 있는 기기라니.

멋진 디자인과 기능은 PSX의 성공가도를 만들어줄 것 같았지만,

PSX는 큰 실패를 겪은 기기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다.


우선 기기로서의 성능이 좋지 않았다. 발열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출시하여

게임을 플레이하는 도중 계속 기기가 멈췄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미 고가였던 비디오레코더를 보유하고 있는 가정이

게임 기능이 추가됐다는 이유로 100만원이나 하는 PSX를 구매하지 않았던 게 컸다.

소비자들의 소비성향과 제품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출시한 게 독이 됐던 것이다.




Chapter.2 좋은 브랜딩과 마케팅이 먼저!


✅ 좋은 브랜딩과 마케팅이 먼저!

홍성태 교수는 본인의 저서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이란 책에서

'디자인을 통한 포지셔닝' 개념과 단계를 소개한다.

전략을 수립한 후, 매력적인 디자인을 도입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게 한 후

소비자들의 관심까지 끌어 참여시키는 골자의 내용이다.


구체적으로는


1. 타겟팅 (Targeting) - 뮤즈 타깃을 정하기
2. 라이프스타일링 (Lifestyling) - 뮤즈 타깃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기
3. 디자이닝 (Designing) - 디자인으로 시각화하기


4. 이슈 메이킹 (Issue making) - 디자인을 활용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5. 인게이징 (Engaging) -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 참여시키기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홍성태 교수가 제시한 이 방법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디자인이나 이슈메이킹과 같은 요소는

확실한 브랜딩과 마케팅의 전략과 방향이 수립된 이후에 정해야 하는

부가적인 요소에 가깝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디자인도, 아무리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슈도

브랜딩과 마케팅 자체의 방향이 흔들리거나 전략이 잘못되었을 경우에는

제품과 서비스의 실패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PSX의 실패도 이에 빗대면 그 문제점이 더 명확해진다.

소니의 경영진은 화이트톤의 모던한 디자인을 갖춘 PSX가

전 가정의 비디오레코더를 대체해 안방을 차지하는 멀티미디어기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으며, 그 전략이 올바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품의 성능도 좋지 않았음은 물론,

고가의 비디오레코더 자체가 대부분의 가정의 안방에 비치되어있지 않고,

설사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100만원 짜리 기기를 곧바로 구매할 수는 없었다.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실책인 것이다.


좋은 디자인은 마케팅을 좋은 방향으로 더 북돋아 주는 역할을 확실히 할 수 있으나,

좋은 디자인만으로 마케팅의 성공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확실한 브랜딩과 마케팅의 전략 하에, 제품과 서비스의 성공을 이끌어낸

사례를 통해 올바르게 디자인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Chapter.3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디자인의 활용' : 앱솔루트 (ABSOLUTE)

보드카.jpeg 보드카




✅ 평범한 술, 평범하지 않은 마케팅 , '앱솔루트 (ABSOLUTE)'

보드카(VODKA)란 술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술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마시는 술이기도 하다.

감자나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기를 통해 생산된 원액을 오크통이나 저장용기에 바로 병에 담기 때문에

색이 투명한 게 특징이다. 증류된 높은 알코올 도수의 원액을 물로 희석시킨 뒤 자작나무 숯을

통과시키는 여과 과정을 거친 무색·무미·무취의 술이다.


술의 맛이나 향에 큰 특징이 없고 도수가 높아 칵테일용으로는 자주 사용되고

추운 지방에서 몸에 열을 내기 위해 애용하지만 술 자체에 매력을 느끼기는 어렵다.

이런 애매한 술을 '앱솔루트'는 교과서적인 마케팅 과정을 거쳐 세계적 히트상품으로 만들어낸다.


앱솔루트는 칵테일을 만들기 좋다는 보드카의 특징을 적극활용하여

여성을 포함한 20대가 칵테일로 소비하기 좋은 술로 만들고자 하는 '타깃팅'을 실시했다.

점심에 한 잔 걸치기도 좋고, 클럽 파티에서 즐겁게 마실 수 있지만 위스키보다는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이후 앱솔루트는 '트렌디함'을 자신들의 브랜드에 입혔다.

앤디 워홀과 제프 쿤스 등의 팝 아티스트에게 앱솔루트 병을 주제로 한 작품을 의뢰했고,

자연스레 보드카 칵테일에 대한 젊은 층의 선호도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앱솔.png



타깃팅과 라이프스타일링이 마무리되자, 앱솔루트는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집중하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보드카는 힙함과는 거리가 먼 무색, 무미, 무취의 술이니만큼 그를 담는 병의

예술성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깔끔하고 모던한 앱솔루트 특유의 병 디자인을 기본으로

앱솔루트는 다양한 포스트모던한 디자인을 병에 입히기 시작한다.


새로운 맛과 향을 첨가한 제품을 발매하고, 그에 맞는 아름다운 디자인을 입힘과 동시에

다양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 이슈를 만드는 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LGBTQ라벨을 두른 성소수자 에디션의 앱솔루트가 큰 주목을 끈 바 있다.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슈메이킹은 소비자들이 앱솔루트의 제품 뿐 아니라

브랜드의 사상과 헤리티지를 존중하게 만들고, 굳건한 팬으로서 브랜드를 지지하게 만든다.

앱솔루트는 특유의 미려한 병 디자인으로 유명하지만,

브랜딩과 마케팅의 기본을 철저히 지키면서 디자인을 영리하게 활용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Chapter.4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디자인의 활용' : 'Before I die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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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의 '메멘토 모리' 예술프로젝트, 'Before I die 프로젝트'

까만 벽에 스텐실로 인쇄되어 있는 간단한 문장 'Before I die...'.

그 밑에는 작게 인쇄된 'Before I die I want to'와 뒷말을 채울 수 있는 밑줄이 그어져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예술가 캔디 창은 분필을 함께 비치해두었고

하룻밤만에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자신만의 소원과 목표를 적으며 벽이 꽉 차는 광경을 목격했다.


캔디 창은 본인이 사랑하던 '조안'이 죽은 후 우울증에 빠졌다.

죽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사람이 갑작스럽게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맞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자 조안과 함께 했던 것에 감사할 수 있었고,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며

삶에서의 중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던 경험을 사람들과 나누고자 했다.


캔디 창은 우리 현대인들이 얼마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피하는지 깨닫게 됐다고 회고한다.

일상에 사로잡히기 쉽고,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잊어버리기 쉬운 바쁜 현대사회에서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할 수 있는' 예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뉴올리언스의 한 벽을 온통 까맣게 칠하여 죽기 전에 하고픈 것에 대해 사람들이 서로 나누길 바랐다.


벽을 설치한 다음날 사람들은 "수백만명의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고 싶다",

"딸이 졸업하는 것을 보고 싶다", "나 자신이 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다." 등

각자 가지고 있는 큰 소원들에 대해 써놓기 시작했다. 이 벽이 캔디 창과 사람들이

죽음과 정서적 건강에 대한 의미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창구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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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런 벽을 만들어 죽음을 생각하며 삶을 바라보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전세계 사람들의 요청을 받은 후 캔디 창은 세계적인 예술 프로젝트로서 'Before I die'를 재탄생시켰다.

75개국 이상의 커뮤니티에서 5000개가 넘는 벽이 만들어졌고,

웹사이트에는 누구나 직접 벽을 만들 수 있는 온라인 리소스도 무료 공개했다.


단순한 무료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겠지만 캔디 창은 이 온라인 리소스를 다운로드 받을 때

원하는만큼 기부할 수 있도록 결제창을 만들었고, 프로젝트 시작 전 본인의 연설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또 깔끔하게 인쇄할 수 있는 스텐실 키트를 구매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도 고안을 해냈다. 예술적 가치를 지니며 예술가 본인의 수익도 얻을 수 있는

예술경영 프로젝트의 모범적 예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의 덕분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프로젝트의 성공사례다.

누구나 간단히 만들 수 있는 디자인의 'Before I die' 프로젝트는

죽음의 존재를 쉽게 잊어버리고 일상에 매몰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잊고 지내는 삶의 중요한 부분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 본연의 목적을

지켜가고 있다. 그러한 전체적인 브랜딩의 틀 안에서 깔끔하고 손쉬운 디자인의 '검은 벽'이

존재하기에 전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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