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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요소

예술경영 함께 공부할까요? 35화

Chapter. 예술경영 입시 함께 공부할까요? 35화. 4줄 요약




✅ 좋은 디자인은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

✅ 이미지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큰 힘을 발휘하며 때론 브랜드의 성패까지 좌우한다.

✅ 일반경영 사례. 명품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기까지, '버버리 (Burberry)'

✅ 예술경영 사례. 대가의 손을 빌려 완성한 '여기밖에 없는 극장', 'LG아트센터 서울 (LG Arts Center Seoul)'




Chapter.1 인간의 미(美)에 대한 근원적인 추구



62e17f2f3b17364d1854af13021b1cca.jpeg 라파엘로 <아테네학당> 속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 인간의 미(美)에 대한 근원적인 추구

인간이 '아름다움', '미'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정치가, 플라톤은

"인간이 아름다움에 노출될 때 그의 영혼에 선(善)이 들어온다"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미는 그 자체로 가치 있으면서 동시에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의 사전적인 정의는


1. 모양이나 색깔, 소리 따위가 마음에 들어 만족스럽고 좋은 느낌.

2. 하는 일이나 마음씨 따위가 훌륭하고 갸륵함.


이다. 매 시대마다 무엇이 아름다운지 판단하는 척도는 달라질 수는 있어도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특정 대상의 실용적인 쓰임새뿐 아니라 외적인 요소에서 느껴지는

'좋은 느낌'을 추구해온 것에 대한 공감대는 있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아름다움의 추구가 선천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는데,

텍사스대학교의 유딧 랭글로이스 교수와 동료 연구자들은

3개월 된 아기들이 2명의 인물 사진 중 더 매력적인 얼굴을 오래 쳐다본다는 현상을 발견하고

매력적인 얼굴에 대한 선호가 성인 뿐 아니라 아기들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러한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가 성인들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미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범죄 기사를 읽게 하고

범죄자에게 합당한 복역 기간을 적게 했는데, 매력적인 범죄자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은 범죄자에게보다

더 적은 복역 기간을 적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출처: 동아 DBR)


시대를 불문하고 인간은 아름다움을 좇는다.

이러한 공통적인 경향을 파악하고 공략한다면

특히, 브랜딩과 마케팅에 있어서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Chapter.2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짓는 디자인


omar-prestwich-Fb0fHXzXyE0-unsplash.jpg '스타벅스 입장권'



✅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짓는 디자인

흔히 애플의 '맥북'을 '스타벅스 입장권'이라고 말하는 우스갯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타벅스란 브랜드가 가지는 세련된 카페의 이미지가

애플 제품이 가지는 멋지고 선도적인 디자인과 어울린다는 뜻을 품고 있다.

물론 요즘은 타사 제품도 훌륭한 디자인을 보여주지만, 이 현상은 애플이란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세련된 디자인을 보이는 회사'라는, 대체가 어려운 정체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여 세계의 스마트폰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후

아직도 성장을 거듭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애플을 선택하는 이유는 제품끼리의 호환성, 우수한 기능 등도 주요하겠지만

아름답고 유려한 디자인도 큰 이유를 차지한다.


현대 마케팅과 브랜딩에서 브랜드의 철학을 담으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은

상식적인 고려요소가 되었다. 수많은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가운데,

품질로만 승부를 보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란 말처럼, 비슷한 기능이라면 소비자들도

더 멋진 디자인의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아름답기만 하고 제 기능을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곤란하지만,

품질을 기본적으로 갖고 있을 때 아름다운 디자인은 더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올 수 있다.

다시 한 번 애플 맥북의 예를 들어보자.


놑북.jpeg 맥북을 발표하는 스티브 잡스


2008년, 노트북이 굉장히 두꺼운 게 당연한 시기에 애플의 새로운 노트북, '맥북'의 발표는 충격적이었다.

발표회장에서 서류봉투를 들고 온 스티브 잡스가 그 안에서 맥북을 꺼내든 것이다.

멋진 발표의 힘도 컸지만 가장 두꺼운 부분조차 2cm가 넘지 않는데다가 모던한 노트북의 디자인은

소비자들이 맥북을 계속 찾게 만들었다.


이처럼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며 매출에 직접적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디자인은

브랜드의 성패를 결정짓기까지 한다. 멋진 디자인으로 브랜드의 경쟁력을 키운 사례들을

더 살펴보며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 공부해보자.




Chapter.3 일반경영 사례로 보는 '디자인'의 중요성 : 버버리 (Burberry)



스크린샷_2023-12-09_오후_8.39.42.png (출처: 스브스뉴스)




✅ 명품으로서의 명성을 되찾기까지, '버버리 (Burberry)'

학창시절 교복의 모습이 기억나는가? 교복을 상징하는 다양한 디자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검정, 하양, 베이지, 빨강으로 구성된 체크무늬는 전국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2022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버버리(Burberry)'가 국내 200여개 중고등학교에 소송을 걸었다.

교복에 사용하는 이 체크무늬가 자사의 시그니처 디자인과 유사하다며 상표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때문에 2023년 전국의 버버리 체크무늬를 사용하던 학교들이 급히 교복의 디자인을 변경했다.

관습상 사용해왔던 디자인이기 때문에 학교 측 당사자들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있는 문제였지만

이 체크무늬는 버버리를 상징하는 디자인이기 때문에 버버리 측에서는 이 권리를 당연히 주장해야했다.

무단으로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이 남용되면 매출과 정체성 자체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특히 버버리는 디자인 남용으로 브랜드의 이미지가 완전히 망가진 기억이 있기 때문에,

디자인 저작권을 더욱 엄격히 관리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불법적인 이용은 아니었지만,

영국의 불량 청소년 집단 '차브족'이 버버리의 옷과 아이템을 유행처럼 착용하면서

버버리란 브랜드의 위상이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것이다.



chav.jpeg 버버리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완전히 망가뜨린 '차브족' (출처: MEDIUM)



이들은 특히 버버리의 체크무늬가 들어간 캡모자와 옷을 유니폼처럼 입고 다녔고,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의 이미지를 지켜야만 했던 버버리는 체크무늬 캡모자를

생산중단하기까지 이른다. 하지만 차브족들 사이에서의 버버리 유행은 계속되었고

그에 따라 버버리의 이미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게다가 이 당시 버버리는 브랜드 전략에서도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라이선스를 해외로 남발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유지하지 못한 채 단기수익에만 집중했다.

트렌치코트를 상징하는 브랜드임에도 그에 힘을 싣지 않으며

지나치게 다양한 제품군을 출시한 것도 함께 문제로 지적됐다.


다행히 만 10년을 CEO로 근무한 마리 로즈 브라보가 남발한 라이선스를 정리하고

시장별 디자인과 가격 격차를 줄이는 것에 집중해 매출을 많이 회복한 상태였지만

이제 다시 버버리를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로 다시 부각하기 위해서는 한 방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이후 취임한 안젤라 아렌츠 전 CEO는 유망한 패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베일리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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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F/W 버버리 프로섬 컬렉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선보인 세련된 디자인. (출처: 디자인하우스 엠플러스)




베일리는 옷의 안감에는 체크무늬를 유지해서 브랜드를 상징하는 포인트는 지키되,

대놓고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우아함을 살렸다.

또한 디자인 자체를 트렌디하게 함으로써 젊은 층에 대한 어필도 시도했다.

트렌치코트를 강조하여 브랜드의 역사를 세우고자 하는 경영진의 의도에 맞게

21세기에 어울리도록 트렌치코트를 쇄신하기도 한 이 컬렉션은 소비자들을 버버리로 다시 불러모았다.


이후 버버리는 엄격한 브랜드의 관리와 현대에 맞는 세련된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예전의 고루하고 관리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는데 성공했다.

경영진의 브랜드 방향을 수정하려는 노력도 당연히 중요했겠지만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완성한 '현대에 맞는 버버리의 디자인'이 버버리를 다시

우아한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게 한 일등공신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Chapter.4 예술경영 사례로 보는 '디자인'의 중요성 : LG아트센터 서울 (LG Arts Center Seoul)


news_1697592032_1284031_m_1.jpeg 마곡으로 옮겨온지 1년이 지난 LG아트센터



✅ 대가의 손을 빌려 완성한 '여기밖에 없는 극장', 'LG아트센터 서울 (LG Arts Center Seoul)'

LG아트센터가 역삼에서 마곡으로 옮긴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서울 중심에 위치하면서 지하철역과 바로 이어진 역삼LG아트센터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져 공연장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마곡으로 옮긴지 1년이 된 후 매출을 분석해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LG아트센터 서울은 29만명의 관객을 모았는데, 이는 역삼LG아트센터의 연평균 관객

20만5000명 대비 40% 이상 상승한 놀라운 수치다.


LG아트센터 서울은 개관 후 1년간 대극장 LG SINATURE 홀(1365석)에서 31편의 작품을 통해 24만명,

블랙박스 공연장 U+ 스테이지(가변형 객석 120~365석)에서 19편의 작품을 통해 5만명, 총 29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공연 관람이 아닌 건축 관람, 교육 프로그램 참석, 건물 내 F&B 이용 등을 위해 방문한 인원도 25만명으로 집계돼 1년 간 누적 방문객은 총 54만명에 달한다.


LG아트센터가 주최하는 기획공연의 경우 33편 중 17편이 매진을 기록했고,

평균 매표율이 90%를 웃돌았다. 개관 후 첫 대관 공연인 뮤지컬 ‘영웅’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단순히 관객수와 매출 증가에만 의미를 두는 건 아니다. 더 중요한 건 관객 범위의 확대다.

LG아트센터는 수도권 서부 신규 관객을 대거 유입하며

관객 범위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서울, 경기, 인천을 제외한 비수도권 관객의 비중이 13%로 역삼보다 2배 이상 높아졌다.

(출처: 데일리안)


LG아트센터 서울이 훨씬 많은 관객을 불러모을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포공항과 가깝고 서울역에서 공항철도로 바로 이어진다는 접근성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지만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LG아트센터 서울을 설계했다는 사실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튜브.jpeg 튜브



안도 다다오는 LG아트센터 서울을 디자인하며 3가지 컨셉을 내세웠다.

바로 ‘튜브(Tube)’,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 ‘게이트 아크(Gate Arc)’다.


길이 80m, 높이 10m에 달하는 타원형 통로, 튜브는

15도가량 기울어지며 건물 전체를 관통하고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튜브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는 공연장, 리허설룸, 교육 공간이, 서쪽에는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이 위치하고 있다.

서울식물원과 LG사이언스파크로 연결되는 튜브는 지상의 관객들을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며 LG아트센터 서울이 예술, 과학, 자연의 융합공간임을 상징한다.


게이트아크.jpeg





‘게이트 아크(GATE ARC)’는 로비에서 마주하게 되는 길이 70m, 높이 20m에 달하는 거대한 벽면으로,

LG아트센터 서울의 아름다운 곡선 매력을 더한다.

역동적이고 통일감 있는 외관을 형성하여 각 공연장에 관객을 초대하는 상징적인 문(gate)의 역할을 한다.


‘노출 콘크리트’로 구성된 벽면이 눈에 띄는데.

노출 콘크리트는 콘크리트 구조를 자유롭게 만들어 내·외장재를 불문하고 쓸 수 있는 편리성 때문에

안도 다다오가 애용하며 그를 상징하기도 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은 지하철 마곡나루역 지하 2층부터

객석 3층까지 연결하는 100m 길이의 계단이다. 튜브가 지상 공간을 횡으로 연결한다면

스텝 아트리움은 지하부터 지상까지를 종으로 연결하여 전체 극장의 건축 디자인에 통일성을 더한다.

또한 메인 로비와 객석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실용적인 장점까지 가졌다.



로비와 아트리움, 통로 등이 각각 눈에 띄는 특징을 갖게 하여

‘여기밖에 없는 공연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각각의 공간이 개성을 가지고 상호 교차하면

여러 요소들이 충돌하면서 신선한 자극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발걸음을 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 안도 다다오 -



안도 다다오의 말처럼 LG아트센터 서울은 확실한 개성을 가진 구조물들이 얽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여기밖에 없는 공연장'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 훌륭한 건축/공간디자인은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주된 원인이 되었고

LG아트센터 서울이 기록한 높은 매출로 극장에서의 건축/공간디자인의 중요성을 다시 실감할 수 있다.


극장은 일상과는 다른 '비일상'의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물론 수준 높고 재밌는 공연의 내용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지만

공연을 보기 전부터 개성적인 공간에 마음 설렐 수 있는 극장이 있다면,

다른 극장보다 더 많은 기대를 안고 자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Teaching Artist. 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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