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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이 공연에 미치는 영향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3화


✅ Artisan : 기술자이자 예술가

✅ 예르빈 피스카토르 : 무대기술의 선구자

✅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연들



❍ Chapter.1 Artisan : 기술자이자 예술가

ⓒ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3화




최근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을 두고 공연계 관계자는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유는 극작 및 작곡 과정에서 AI기술이 활용되었기 때문인데,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라 믿어왔던 예술의 분야에까지 인공지능이 침투하면서 예술 영역에서의 인간 예술가들의 소외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에서는 예술은 늘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고 새로운 창작과 표현방법에서 늘 기술이 그것을 선도해왔다는 입장이 있다. 오늘은 예술과 기술이 어떻게 관계맺어왔고, 앞으로 미래의 예술은 어떻게 될 것인지 추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고대나 중세 유럽 사회에서 arisan(wkddls)이라는 개념은 기술자이자 예술가, 즉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 기술(techne)과 예술(ars)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시로 성당을 짓는 석공, 성화를 그리는 수도사, 가면을 만드는 장인 등은 모두 '기술자'이면서 동시에 '예술가 였다' 이 당시엔 예술은 실용성과 깊이 결합되었고, 미적 아름다움은 실용적인 기능 안에서 실현되었다.


그러나 르네상스 시기부터 '예술(art)'이 정신적인 것, 창조적인 것, 기술(technique)'이 반복적이고 기능적인 것으로분리되기 시작했다. 쉽게 말해 예술가는 '영감을 받은 창조자로', 기술자는 '기계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구분되었고, 이 구분은 근대에 들어 문화와 아름다움의 영역에서의 예술과 경제와 실용성의 영역에서의 기술로 굳어지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기술이 다시 예술을 가능케 하는 도구이자, 때로는 예술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디지털 아트, 프로젝션 맵핑, 인터랙티브 연극, VR/AR 공연 등은 기술 없이는 성립 자체가 불가능한 예술의 영역이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서사 구조, 감각 체험, 미학의 본질까지 바꾸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은 영화나 사진 같은 기술매체에 의해 재조립되는 예술을 통해 예술가는 기술적 생산 체계를 조직하는 역하을 맡게 된다고 보았으며, 발렘 플루서는 예술가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코드로 사고하고 표현하는 자라고 말하며 기술 장치는 예술가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동시에 확장시킨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전에 등장했던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그 형식이나 영향력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이 늘 새로운 이론과 예술을 탄생시켜 왔듯 인공지능에 지배되는 것이 아닌 활용 가능한 수단으로서 받아들이고 인간의 예술창작의 도구이자 공생해야 할 기술로 인식하는 시선과 그것이 가능한 방법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Chapter.2 예르빈 피스카토르 : 무대기술의 선구자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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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스카토르와 그가 창조한 무대 이미지



에르빈 피스카토르(Erwin Piscator, 1893–1966)는 20세기 초 독일에서 활동한 연출가로, 연극을 정치적 발언의 수단으로 삼은 대표적 인물이며, 특히 무대기술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혼란한 사회 현실 속에서, 연극이 단순한 오락이 아닌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고 비판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정치극(Political Theatre)’을 발전시켰다. 그의 작업은 연극을 통한 계몽과 사회변화를 목적으로 했으며, 이는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서사극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피스카토르는 연출가로서 무대기술에 혁신적인 장치들을 도입했다. 그는 기존의 사실주의 무대를 탈피하여, 무대공간을 유동적으로 활용하고 관객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다양한 장치를 실험했다. 특히 영화 프로젝션을 무대에 결합한 것이 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이다. 이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로,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병행하여 다큐멘터리 영상, 뉴스 필름, 자막, 통계자료 등을 활용함으로써 현실감을 극대화하고 관객에게 직접적인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피스카토르는 회전무대, 이동식 무대, 기계장치를 적극 활용하여 빠른 장면 전환과 시각적 충격을 구현함으로써 연극의 템포와 리듬을 새롭게 구성했다.


또한 그는 기존의 회전무대를 혁신적으로 활용한 연출가입니다. 브레히트의 연극에서의 전제라고 할 수 있는 '거리극'형태를 실현하기 위해 인물들이 걷는 움직임을 하지만 계속해서 한 자리에 머무는 것 처럼 보일 수 있도록 회전무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브레히트의 서사극을 효과적으로 연출하였습니다.


이러한 피스카토르의 연출 방식은 당시 유럽 연극계에 큰 충격과 영향을 주었다. 일부 보수적인 평론가나 관객들은 그의 연극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기계적이라며 비판했지만, 예술가들과 진보적인 관객층에게는 새로운 연극의 가능성을 열어준 도전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그의 기술적 실험은 이후 현대 연극, 퍼포먼스, 멀티미디어 극장에까지 영향을 미쳤으며, 연출가의 역할을 단순한 장면 조율자가 아니라 전체 세계관과 메시지를 조형하는 창조자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을 이루었다. 피스카토르는 단순한 무대기술의 도입을 넘어, 그것을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표현 수단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무대기술의 선구자’로 불릴 만하다.




Chapter.3 첨단기술을 활용한 공연들

ⓒ공연연출 함께 공부할까요? 23화



그림4.jpg 히라타 오리자의 연극 『사요나라(Sayonara)』의 한 장면


✅ 휴머노이드 로봇 연극 『사요나라(Sayonara)』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의 연극 『사요나라(Sayonara)』는 인간과 로봇의 경계를 탐구하는 혁신적인 작품으로, 2010년 일본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 연극은 히라타 오리자가 오사카대학교의 로봇공학자 이시구로 히로시 교수와 협력하여 제작한 작품으로, 인간 배우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함께 무대에 오르는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 연극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


연극의 줄거리는 불치병을 앓고 있는 젊은 여성과 그녀를 돌보는 여성형 안드로이드 '제미노이드 F(Geminoid F)' 사이의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제미노이드 F는 주인공에게 일본과 프랑스의 시를 낭독하며 위로를 전하고, 두 존재는 삶과 죽음, 인간성과 감정에 대해 조용히 성찰합니다


히라타 오리자는 '현대 구어체 연극 이론(Contemporary Colloquial Theatre Theory)'을 바탕으로, 일상적인 대화와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을 추구합니다 . 이러한 접근은 로봇이 인간처럼 행동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도 적용되어, 관객들이 로봇과의 감정적 교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합니다.


『사요나라』는 초연 이후 일본을 비롯하여 오스트리아, 독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 공연되었으며, 관객들에게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한 깊은 사색을 유도했습니다 . 특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는 연극의 결말에 코다(coda)를 추가하여, 주인공이 사망한 후 제미노이드 F가 방사능 오염 지역을 찾아가 시를 낭독하는 장면을 통해 재난 이후의 애도와 치유의 가능성을 탐구하였습니다 .


이 작품은 연극과 로봇공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와 감정의 본질을 탐색하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림2.jpg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



✅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


사일런트 디스코(Silent Disco)는 참가자들이 무선 헤드폰을 착용하고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독특한 형태의 파티입니다. 겉보기에는 조용하지만, 참가자들은 각자의 헤드폰을 통해 DJ가 선곡한 음악을 즐기며 자유롭게 움직입니다. 이러한 방식은 소음 공해를 줄이고, 다양한 장소에서 파티를 열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합니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1990년대 초반 유럽의 환경운동가들이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가며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였고, 한국에서는 2010년부터 '사일런트 디스코 코리아'가 주최하여 서울 한강 등에서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무선 헤드폰을 통해 DJ가 선곡한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고, 헤드폰의 채널을 바꿔가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소음 공해를 줄이고, 다양한 장소에서 파티를 열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합니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단순한 파티를 넘어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일런트 요가, 사일런트 시네마, 사일런트 퍼레이드 등 다양한 이벤트와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 체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소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참가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사일런트 디스코는 소음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참가자들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화 행사로,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여 더욱 확장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림3.jpg 로얄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템페스트(The Tempest)』



✅ 로얄 셰익스피어 극단(RSC)의 『템페스트(The Tempest)』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oyal Shakespeare Company, RSC)은 2016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여 『템페스트(The Tempest)』를 혁신적인 방식으로 무대에 올렸습니다. 이 공연은 첨단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하여 연극과 디지털 기술의 경계를 허문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기의 정령 아리엘(Ariel)을 실시간 디지털 아바타로 구현한 것입니다. 배우 마크 쿼틀리(Mark Quartley)는 모션 캡처 센서가 부착된 슈트를 입고 무대에 올라, 그의 움직임과 표정이 실시간으로 3D 아바타에 반영되어 무대 위를 자유롭게 비행하거나 형태를 변화시키는 아리엘로 표현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술은 인텔(Intel)과 이매지나리움 스튜디오(The Imaginarium Studios)의 협업으로 구현되었으며, 연극 역사상 최초로 실시간 모션 캡처를 활용한 무대 공연으로 기록되었습니다 .


무대 디자인 또한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27대의 프로젝터와 수백 개의 조명, 스피커, 금속 구조물 등이 설치된 무대는 배우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며, 아리엘의 아바타가 무대 위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변형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적인 연극 무대에서 보기 드문 기술적 도전이었으며, 연극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


연출을 맡은 그레고리 도란(Gregory Doran)은 셰익스피어가 생존했다면 최신 기술을 활용했을 것이라며, 17세기 자코비안 마스크(Jacobean masque) 전통의 현대적 계승을 목표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습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살아 있었다면 '그거 좀 더 줘봐'라고 했을 것"이라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연극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것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적인 연극 무대에서 보기 드문 기술적 도전이었으며, 연극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이 공연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이루려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제작/기획: 예술도서관 아카데미

글쓴이: YEDO Master. DUH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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