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끔 이야기를 구상해내거나 아이디어를 짤 때 큰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툭하고 던져주고 나는 그저 손만 움직이면 좋겠다. 글을 대신 써주는 자판기 같은게 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아마 이 글을 읽는 성실한 여러분들에게는 그런 생각을 하신 적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요.
어쨌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흥미를 끌만한 책을 한가지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사실 책이라기보단 게임설명서에 가깝죠. 피아스코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역할놀이를 위한 책인데요 우리가 스토리를 구성할 때 고민해야하는 인물, 관계, 욕망, 주요 물건등을 주사위를 굴려 무작위로 선정하고 즉흥적으로 역할극을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든 책입니다. 가장 놀라운점은 우리가 글을 쓰고 생각하는 그 흐름과 비슷한 과정으로 진행이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의 작가는 영화를 아주 아주 좋아하는 영화광이었으니 말이죠.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흥미가 있으시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고 게임해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게임같은 책에대해서 우리가 이야기를 써내려과는 과정과 비교하며 소개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 책을 가지고 다른사람과 역할극을 진행하고 싶다고 하면 크게 5가지의 단계로 나누어지게 됩니다. 준비, 1막, 반전, 2막, 마무리에 이르는 단계 동안 우리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는 주사위가 결정해 줄거니까요. 우리는 그 상황에 맞추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면 됩니다. 모든 것은 자유입니다. 내가 설정한 인물에 대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던지 말이죠.
준비 단계에서는 무대를 고르고 캐릭터를 만듭니다. 아마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때에도 먼저 배경이 될 장소와 시대, 그리고 인물을 설정하겠죠. 그리고 인물과의 관계와 배경을 설정할겁니다. 이 게임에서도 그 과정을 똑같이 따릅니다. 다만 머리아프게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주사위를 굴려서 인물의 운명과 성격을 결정하는 방식이죠. 반드시 게임하는 사람 사이에는 하나 이상의 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이상이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사이에는 욕망, 그리고 주요 물건등이 필요하죠. 욕망, 물건, 관계는 1막과 2막에 걸쳐서 이야기를 발전시킬 재료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을 선정하는 기준을 알려주는데, 저는 이 기준들이 우리가 이야기를 만들거나 구성할 때에도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라 특별히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욕망
관계의 핵심으로서 집착의 대상이 될만한가?
이 욕망은 좋은쪽 나쁜쪽 두가지 모두로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가?
물건
두 당사자에게 똑같이 중요한가?
이 물건은 쓸모없는 소도구가 아닌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기준에 따라서 욕망과 물건이 결정됩니다. 책에서는 게임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던져서 나올 주사위 눈금마다 욕망과 물건을 정해주었는데, 살펴보면 하나같이 그럴싸하고 상상력을 자극할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남극기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면 물건은 마약가방, 낡은 흑백사진, 조명신호탄 같은 것들일테고 욕망은 그 사고에 관한 진실을 알고싶다.(그 사고가 무엇인지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겠죠) 나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어 나를 존중하고싶다. 등등 다양하고 자극적으로 스토리라인을 구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니 그저 이야기를 하면 되는거죠. 반전과 결말또한 주사위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 게임을 학교 수업에서 진행하고 경험해 보았습니다. 이 게임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인물들의 관계가 살아 움직이고 구체화 되는 과정을 내가 글을 쓸 때가 아닌 제 3의 눈으로 생생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의 곁가지를 하나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는데 특히 스토리텔링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들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점 또한 이 책의 매력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음맞는, 같이 공부하는 친구와 함께 도전해보는건 어떨까요?
제작/글: 예술도서관TA 낙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