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분석이라는 분야에 대한 고찰
안녕하세요, 인트렌치 컨설팅 여태경입니다. 오늘은 저희 회사가 하는 일, '온라인 분석'이라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10년 전에도 디지털 마케팅은 중요했지만, 여전히 오프라인과 티비라는 채널의 위력이 컸죠. 온라인은 '고려할만한 중요한 옵션'으로 존재했었어요. 하지만 2010년대가 거의 끝나가는 요즘, 온라인은 더 이상 옵션이 아닙니다. 공중파와 케이블의 경계는 애당초 사라졌고, 이제는 티비와 온라인의 경계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어요.
10년 전에는 마케터가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면 '좋았다'라면, 이제는 온라인을 '모르면 안 되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분석의 흐름은 거의 정확하게 이 마케팅의 흐름을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좇고 있습니다. 2010년대 초만 해도 웹사이트에 구글 애널리틱스가 설치된 곳보다 아닌 곳이 더 많았지만, 지금은 웹사이트에 GA 뿐만 아니라 몇 가지 추적 스크립트가 설치된 곳이 훨씬 많을 정도죠.
※ 2018년 6월 기준 전 세계 웹사이트의 56.3%, 추적 스크립트 사용 중인 웹사이트의 86.3%에서 GA사용 중
과거에는 온라인 마케팅과 관련된 업무가 기존 마케팅의 부가 업무에 가까웠다면, 이제는 대기업들도 온라인 마케팅에 정식으로 팀과 예산을 할당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세는 매년 발표하는 온라인 광고 예산이 모바일을 필두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요.
온라인 광고비는 이미 오프라인 광고 예산 전체보다 많으며, 방송광고 예산에 육박할 만큼 큽니다. 더군다나 모든 광고 지출 성장세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모바일 광고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온라인 분석의 추세도 이 흐름을 좇아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웹기획자, BI팀, 마케터가 온라인 분석에 대해 '알고 있으면 좋은'수준으로 업무를 진행하지만, 언제까지고 이렇게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왜냐고요?
온라인 분석과 관련된 업무는 '생각보다 많고, 복잡하기' 때문이죠. 빠른 속도로 온라인 마케팅 예산이 늘어나면, 매체와 기여의 복잡도는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학습능력이 뛰어난 우수한 마케터들이 분석과 관련한 스킬과 이해도를 높여가겠지만, 업무량 자체가 부가 업무로 처리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데이터 수집과 처리에 있어서 정합성이라는,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수집된 100가지 데이터중에 1가지만 틀려도 데이터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신뢰가지 않는 데이터를 토대로 전략도 짤 수 없게 되지요. 정합성의 문제라는 것은 댐에 구멍이 난 것과 같아서, 아무리 작은 구멍이라도 치명적인 결과(불신)로 이어지게 됩니다.
저희 회사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기업들이 한정적인 예산으로 분석(주로 GA)에 접근하다가 정합성에 문제가 발생하여 데이터를 아예 불신하게 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기업들은 실패 경험을 통해 이런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데이터를 마냥 외면하고 감으로만 전략을 수립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요.
결국, 임계점을 넘어가면서부터 기업들은 과거 온라인 마케팅 분야처럼 정식으로 온라인 분석과 관련하여 인력과 예산을 책정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것은 온라인 마케팅과 분석에 대해 우리보다 앞서 나가는 해외의 추세를 보아도 너무나 명확하지요.
광고대행사가 최근 이러한 시도를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데, 이는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보입니다. 하지만 광고대행사의 이 시도는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것은 광고대행사가 딱히 경험과 역량이 부족해서가 때문이 아니라, 인센티브의 방향 문제라는 생각인데요.
첫 번째 이유는 보험설계사가 재무설계를 하는 것을 예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재무상황을 아무리 잘 분석하더라도, 보험설계사는 보험을 줄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은데요, 보험 판매가 수익의 근원이기 때문이지요. 마찬가지로, 광고판매가 수익의 근원인 대행사는 (분석을 통한 결과를 보고) 고객에게 해당 광고를 줄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지요.
결국, 광고대행사의 분석가는 '클라이언트의 성과를 개선하는 방향'보다는 '광고를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방향'으로 분석을 하도록 인센티브가 설계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그런 에이전시를 클라이언트들이 잠깐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좋아할까요? 그 이전에, 그런 분석업무를 분석가는 과연 좋아할까요?
또 다른 이유는 역량 내재화의 문제입니다. 광고 대행사가 분석 관련 전문팀을 구축한다면, 그것이 내재화 될 수 있을까요? 역량을 키우기도 쉽지 않지만, 그런 역량을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분석은 광고대행의 지원 업무가 아니에요. 광고대행이 분석 결과의 실행전략으로 존재하는데, 분석이 광고의 지원 조직이 되는 경우 업무의 선후관계상 제대로 동작하기 쉽지 않아요. 매체사나 광고대행사의 인센티브 방향이 분석을 통한 성과를 통해 수익을 만드는 구조가 되어야 전문적인 인력이 생겨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과거 제조공장은 점점 기술이 발달하면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공정을 자동화했고, 오늘날의 공장은 굉장히 높은 숙련도를 가진 자동화 공정 관리자와 연구자들이 노동자로 존재하는데요. 마케팅 업계 역시, 이러한 추세가 적용되지 않을까 싶어요. 거의 모든 고객의 여정이 추적되고, 분석되고, 자동화되어 마케팅은 시대에, 일단위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반복 업무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자동화되겠지요.
결국 마케팅 업계도 과거 제조공장이 겪었던 것처럼, 자동화 공정 관리자(마케터)와 연구자(분석가, 크리에이터)가 살아남고 과거처럼 단순작업을 하는 마케터의 숫자는 없어지진 않겠지만 많이 감소하지 않을까요? 제조공장들의 모습이 마케팅 업계에도 그대로 재현된다라면, 데이터에 대한 이해와 분석 숙련도가 높은 분석가의 몸값은 점점 높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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