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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Apr 18. 2017

지극히 주관적인 스타트업 회고록

서울프라이스와 함께한 2016년 - 3편, 가을

#낙엽

가을에 역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팀은 대부분 복학, 입대, 유학 등의 이유로 우리 3명만 남게 되었고, 외주 역시 계약이 종료되었다. 여름에는 15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했다면 이제 우리는 다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졸업을 한 이원준 군은 졸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나도 학교를 빨리 끝내버리고 싶은 마음에 2학기를 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창업론실습 수업을 수강하며 팀원을 구해오기로 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도 여름이 끝난다는 것이 쌀쌀한 느낌을 주듯, 우리 팀도 그랬다. 우리가 쌓아놓고 쳐다보기를 외면했던 문제들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났다. 사무실은 스프링캠프 2호점인 서울대입구로 이사를 했고 왠지 음산한 골목의 느낌도 들었다. 우리 셋은 일을 처리하는 각자의 방식에 익숙해졌고, 각 모듈별로 활동하였다.


#창업론실습

창업론실습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너네 정도의 팀이 왜 들어오냐는 질타를 많이 받았는데, 사실 그때만큼 답이 없고 많은 도움이 필요했던 시기가 없었다. 다들 자기 아이템으로 하고싶다면 깔끔하게 드랍할 예정이었지만, 다행히 많은 팀원들이 지원해주었다. 영역별로는 개발을 할 줄 아는 사람과 발로 뛰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사람,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머리아픈 일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개발팀, 영업팀, 마케팅팀으로 나누려고 했는데 개발자는 그렇게나 많이 필요하지 않았고, 영업은 확신이 없어진 상태였기에 다른 차원의 팀 빌딩이 필요했다. 마침 우리는 현재 모델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비즈니스모델팀, 새로운 프로덕트로서 맛집 챗봇팀, 영업 중심의 새 서비스 스누회식팀 3팀으로 분할하였다.


#HR

창업론실습 수업에서 이영민 교수님은 다른 팀에서 ‘저 팀은 학점 거저 먹는다’라는 느낌이 나면 안된다고 강조하셨다. 나도 팀이 내 욕심 때문에 학점을 못 받거나, 배워가는게 없길 바라지 않았고 우리 팀의 노력이 인정받길 원했다. 그래서 인력 관리 측면에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을 많이 썼다. 우선 온보딩 매뉴얼을 만들어 우리 팀이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해야할 것들에 대한 기본 틀을 문서화하였다. 여기에는 각 모듈에 대한 기본적 이해 뿐 아니라, 실제 사이클을 경험해보고 아이템에 애정을 가지는 과정도 포함시켰다. 다음으로 기존 팀에 묻혀가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창업론실습팀이 하는 일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줄 간트 차트를 만들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걱정이 있었기에 비즈니스모델팀 외에는 회의보다는 실행에 초점을 두었고, 불가피한 회의 시에는 결정할 것과 할 것을 분명히 하여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역할과 책임은 프로젝트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는 일이 잦아지면서 지속적으로 수정되었다. 매일 어제 한 일과 오늘 할 일을 공유하는 카톡방도 만들었는데 풀타임에는 적합하지만 파트타임은 일이 없는 날도 있어서 흐지부지 하게 되었다. 팀을 분할하니 다른 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에 따라 매주 다같이 모여 모듈별 진행 상황을 공유하기도 했다. 시스템적인 부분 외에도 모든 팀원들이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최소 9학점에서 21학점 수준의 로드를 다들 너무나도 잘 참여해주어 초기 계획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서울프라이스 수익화할 수 없을까

오슬기군과 나는 서울프라이스 확장가능성과 지속가능성, 수익화에 대해 고민하였다. 이 시점에 사용자는 월 2만 명이 넘어섰었고, 그냥 다른 아이템으로 피벗하기에는 아까웠다.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을 조사하고, 다른 o2o비즈니스의 수익모델을 지켜보며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우리는 지역 단위로 상권의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기에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자영업자 컨설팅, 배달대행 부터 재고 떨이 알림, 편의점 정보, o2o 플랫폼까지 여러 가설들을 세우고 검증하기 위해 돌아다녔다. 다른 두 팀보다 많은 시간을 고민하고 실행했지만 유의미한 돌파구는 마련하지 못했다. 이외에도 기존 사업을 조금 더 파보자는 생각으로 아이폰 앱을 개발하는 백영준 군의 수고와 명동프라이스와 숙명프라이스 데이터를 담당한 조용훈 군의 노력이 있었다.


#맛집챗봇, 밥정너 

우리가 서울프라이스에서 지향했던 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검색해서 가장 정확한 정보만을 얻을 수 있게함(pull)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언가를 추천해주길(push) 원하는 경우가 꽤나 많았다. 그래서 우리의 best7컨텐츠나 아무거나 등이 반응이 좋았었다. 그래서 아예 기존 맛집 앱처럼 추천해주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는데, 좀 더 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장소를 추천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당시 막 떠오르던 챗봇형식을 빌려 사람이 직접 운영하며 밥을 정해줘보기로 했다. 이름은 '밥은 내가 정해줄테니 너는 먹기만 하면돼'에서 착안해 밥정너로 지었다. 초기엔 이원준군과 오슬기군이 도맡아서 운영했는데 생각보다 참신하다는 반응도 많고 좋았다. 유저 수도 꾸준히 늘어 학기 말에는 별다른 홍보 없이 천 명에 가까이 도달했다. 서울프라이스에 비해 DB 수집이나 갱신이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사람이 응대한다는 점에서 비용이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덕트로서는 가치가 있을지 모르지만 수익화 모델이 없다는것은 서울프라이스와 매한가지였다. 결국 똑같이 맛집광고로 가게된다면 매력이 없다고 느끼고는 보조수단 정도로 활용하기로 했고, 운영도 옐로아이디 API 개발을 통해 랜덤하게 추천해주는 형식으로 바꾸었다.


#회식 인증하면 돌려주는 스누회식

사내 프로젝트로서 로컬서비스라는 같은 산업군 내에서 서울프라이스의 단점을 아예 처음부터 지우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서울프라이스 비즈니스모델의 문제점은 전수조사로 인한 DB 갱신 비용이 막대하고, 정확한 유저 트래킹이 안되며, 선불제 과금에 부담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스누회식은 영업점만을 노출하여 DB 갱신 비용을 줄이고, 예약과 영수증을 통해 정확히 트래킹하여, 후불제로 과금하는 서비스로 기획되었다. 이를 시도하기 위해 박연준 군이 개발을, 김호 군이 마케팅을, 박성환 군과 서광일 군이 영업을 진행하였다. 서울프라이스에서 쌓인 노하우와 함께 들어간 덕에 영업 성공률도 높았고 점주 반응도 괜찮았다. 1주 안에 최소 영업점 개수로 산정했던 5개 이상과 제휴를 이뤄냈고, 개발도 무리없이 진행하여 빠르게 스누회식 서비스를 런칭할 수 있었다. 마케팅단에선 기존 스누프라이스 유저와 페이지 등을 통해 적극 홍보하며 어느 정도의 유입을 이뤄냈고, 한정된 회식을 자주하는 고객들을 집중관리하여 초기에 매출을 어느정도 만들었다. 하지만 시장 사이즈의 한계에 대한 회의감을 떨쳐낼 수 없었고, 유저는 5%의 돈을 직접 돌려준다고 해도 아주 열성적이지는 않았다. 회식이라는 절차에 웹서비스 형태의 리워드 프로그램이 끼어들기 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고, 마케팅의 부족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작게나마 프로덕트를 만들고, 영업점과 제휴를 하고, 마케팅으로 초기 유저를 확보하고, 매출을 발생시키는 일련의 과정 등을 통해 보다 창업론실습 과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프로젝트를 키워낼 수 있었다. 그 후 프로젝트 총 책임을 맡고 있던 서광일 군에게 스누회식 프로젝트를 위임/스핀오프했고, 지금은 '더 회식'이라는 이름으로 대학가 주변에 확장하여 진행 중에 있다.


#초기멤버의 이탈

여러 프로젝트로 피벗팅을 진행하던 중, 영업 파트를 담당하던 김건영 군이 개인 사정으로 이탈하게 되었다. 기존 비즈니스모델로 영업을 하는 것 자체에 팀 내에서 소극적인 분위기로 전향했고, 창업론실습 팀 내 영업을 보조하기로 한 노광일 군도 개인 사정으로 이탈하면서, 영업에 있어서 추가적인 진척을 보이기는 힘들었고, 기존 영업점들이 불만족하여 제휴를 끊고 환불을 요청하는 일들이 잇달아 일어나면서 영업 모듈이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였던 악재와도 겹쳤다.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 같은 느낌의 공동 창업자가 팀을 나오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모두가 사업 중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던 것 같다. 


#프랜차이즈와 프랜차이지

지속가능성과 확장가능성을 위해서 DB 업데이트 이슈는 어딜 가나 항상 제기되었다. 이 이슈에 대해 보다 확장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서울프라이스 자체를 프랜차이즈화 하고 각 지역 관리자를 두어 관리자들과 수익쉐어를 하는 방식을 도모했다. 그래서 숙명프라이스 지역은 숙대생 장지영 양에게 신촌프라이스는 이대생 고윤지 양에게, 명동프라이스는 윤상윤 군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혼자서 갱신과 마케팅, 영업을 모두 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에, 주로 갱신과 마케팅을 하는 정도의 작업에 그치게 되었고 각 지역에서 영업을 통해 수익이 발생시키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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