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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Oct 07. 2019

개발자도 아닌데 개발을 할 이유

우리 팀 똑똑하고 일 잘하는 신입, 컴퓨터

나에겐 가끔 개발자가 될 것도 아닌데 코딩을 배워야겠냐는 질문들이 들어온다. 음. 비개발 직군이 코딩을 배웠을 때 개발자와 커뮤니케이션이 수월해지거나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 종합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는 것은 '자동화'라고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업무 자동화에 대해 적어본다.


*크롤링 : 내가 원하는 정보의 구독


웹이라는 개방형 생태계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져올 수 있고, 내 입맛대로 정보로 가공할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를 긁어오는 행위를 크롤링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날씨 데이터와 인스타그램 최신 ootd를 긁어와서 친절하게 오늘 어느 정도로 입어야 할지를 알려준다거나, 코인거래소의 가격 정보를 모두 긁어와서 재정거래 시 차익과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들이 전부 가능하다. 버티컬 정보 제공 서비스의 경우, 유튜브의 크리에이터들의 순위 변화나 IT 뉴스에 나오는 핵심 키워드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O2O 비즈니스의 경우 네이버 플레이스의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시간 정보나 폐업 여부를 알아차린다던지, 제휴한 사장님들의 포스기 정보를 바탕으로 각종 데이터를 우리가 필요한 것만 추려 정보화할 수 있다.


크롤링의 가능성은 정말 너무 무궁무진한데 반해 배우는 것은 정말 쉽다. 개인적으로 비개발 직군이 코드로 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높은 행위라고 본다. 내가 웹 사이트에서 루틴하게 무언가를 보고 내 나름대로 가공하고 있고, 그 과정이 짧지 않다면, 크롤링을 통해 효율화를 할 수 있을지 검토해봐야 한다.


* 모니터링 : 핵심 지표의 적극적 공유


제품의 핵심 지표들을 머리 속에 넣고 다니는 것은 중요하다. 최근 1주일 간 우리 제품의 가장 중요한 5가지 지표가 대략적으로나마 얼마인지 알고 있을 때, 외부 변수에 대한 기민한 대응과 효과적인 가설 설정/검증이 가능하다. 또한 정보 공유의 정도는 위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수평적인 조직을 표방한다면 의사결정자 뿐 아니라 모두의 머리 속에 지표가 최신화되어있는 것은 중요하다.


지표에 대한 공유를 잘 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통계 툴이나 구글 드라이브, 트렐로, 노션 한 구석에 정리해뒀고, 볼 사람은 알아서 보고 있다고 하는 것은 소극적인 정보 공유이다. 적극적인 정보 공유를 위해서는 접근성의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


가장 쉽고 기본적으로 해볼 수 있는 것은 통합 대시보드와 알람이다. 통합 대시보드는 우리의 사업 지표 및 추이에 대한 일종의 전광판을 만드는 것이다. 여력이 있다면 물리적인 장소에 모니터로 비춰둘 수도 있을 것이다. 알람은 매일 특정 시간에 UV, 매출, 신규 유입, 마케팅 비용 등의 핵심 지표를 푸시로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인데, 슬랙이 가장 효과적인 채널인 것 같다. 지표 자체 뿐 아니라, 전 날 혹은 전 주 대비 변화량/변화율/추이 등까지도 보면 더욱 좋다. 


* 운영 자동화 : 현대판 노예


컴퓨터는 논리밖에 모르는 바보이기 때문에, 우리가 좌뇌로 할 수 있는 일은 다 맡겨놓을 수 있다. 인공지능 까지 갈 필요도 없다. 일반적으로 업무의 많은 부분은 인간 수준의 직관이나 창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대부분 우리는 rule-base로 움직이고, 그 rule만 꺼내서 코드로 작성할 수 있다면, 자신의 개인 비서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이 비서는 인건비도 안들어가고, 24시간 일하고, 휴가도 내지 않는 열정 넘치는 근로자인데다가 현행법 상 불법도 아니므로, 고용주 입장에선 정말 매력적이다. 그런 점에서 컴퓨터를 잘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지능이 아주 아주 높은 현대판 노예를 두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운영 자동화를 통해 우리는 CS에 대한 자동응답 메일을 보낼 수도, 마케팅 캠페인을 집행할 수도, 분석된 수치를 그래프로 만들어 이해관계자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가끔 운영 자동화를 하다보면 나름 효율 기반의 최적화된 사고를 하는 집단인 IT업계에서도 자동화할게 많은 걸 보면서, 다른 업계에서는 정말정말 할게 많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automation anywhere라는 회사는 비즈니스 대상으로 업무 자동화 솔루션을 판다는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회사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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