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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Oct 06. 2019

신사업 리포트 #2

앱 맛집, 스노우

내가 다니고 있는 스노우라는 회사는 1년차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2년차에 채팅, 영상통화, 라이브 방송 등 소셜 요소를 도입했으나 지표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이에 3년차에는 소셜 피쳐를 전부 손절하고 팀을 쪼개 8개 가량의 신사업을 시도했다. 기존의 카메라 서비스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는 10대 팬 커뮤니티, 3D 아바타, 영어 교육, 라이브 퀴즈쇼, 미니게임과 그림 앱 등을 시도했다. 글로벌 서비스만 했다고 보기엔 잼라이브, 케이크는 로컬 서비스이고, 10대 겨냥만 했다기엔 케이크는 20대, 잼라이브는 30대, 7컬러스는 40대가 많이 사용했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관련 다각화보다는 비관련 다각화라고 보는게 맞을 정도로 기존 서비스와 타깃 고객도 업계도 달랐는데, 결과적으로 어떤 서비스들은 크게 성공하고, 어떤 서비스들은 평균적인 성과를 내고, 어떤 서비스는 정리하게되었다.

왜 되었는지 왜 안되었는지에 대해 돌이켜보면 결국은 카피캣이 아닌 오리지널한 가치를 만들어낸 팀이 살아남은 것 같다. 글로벌 레퍼런스가 있는 서비스에 로컬라이제이션을 더해 잘 먹혔던 때와 달리 이 전략이 정말 어려워진 것 같다. 예전엔 일반적으로 자국의 앱을 쓰는 것이 대세였기에 글로벌에서 잘 되는 것을 로컬에 베껴오면 되는 시장이었지만, 이제는 글로벌과 싸우려면 더 좋은 번역이나 현지화 이상의 무언가가 있어야한다. 요즘 글로벌 10대들은 글로벌 앱을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으니까.

다각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HR적인 부분이다. 기존의 기능 조직(기획, 디자인, 개발팀)으로는 의사소통의 비효율, 책임 소재 불명확, R&R의 모호함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스튜디오’라는 TF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기존의 기능별 조직을 프로덕트별로 스튜디오로 나누고, 개발/디자인/마케팅/기획을 최소 인원으로 한 팀으로 묶고 인사/재무/마케팅 등 지원 조직은 공통으로 두었다. 팀별로 명확하게 성과가 보이다보니, 일의 속도는 정말 빨라졌지만 어쩔 수 없는 사내 경쟁, 사일로 등의 문제도 발생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대부분의 기업은 다각화 내지 신사업을 시도하고 일반적으로 망한다. 스노우는 나름 다각화 성공의 타율이 높은 편이라고 보는데 스노우의 다각화 과정에서 다른 기업들과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다른 몇 가지 전략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보는 다른 기업은 신규 프로젝트를 함에 있어서 1)많은 인원으로 구성되어 2)천천히 출시하고 3)내부적으로 굉장히 많이 밀어준다. (넷플릭스 대항마 웨이브 같이..) 반면 스노우는 굉장히 스타트업스럽게 신사업이 시작되는 것 같다. 소수 인원이 빠르게 돈 한 푼 없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초기의 성장의 각도를 보고 더 투자할 지 그만 둘 지에 대해 평가받는다. 사실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마일스톤에 따라 존버와 손절을 정하는 것 만으로도 실패율은 현저히 낮아지는 것 같다. 크게 한 방을 치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IT 기업에서 한 신사업 프로젝트들을 봤을 때는 글쎄라는 생각이 든다.

다각화를 하면 얻는 이점 중에는 인사이트가 여러 측면에서 공유되며, 사업 간 인사이트가 공유되고, 내부 인사 이동이 쉬운 점들도 있지만, 가장 큰 단점은 결국 신사업이 아무리 커도 기존의 사업의 크기와 비교하면 너무 작다는 것이다. 특히 비관련 다각화일수록 더 어렵고, 보기에만 좋은 떡일 확률이 매우 높은 것 같다.


IT환경에서의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글로벌과의 경계도 무너지면서 기존 기업의 성장동력과 수익지대는 필연적으로 점점 더 빨리 줄어든다. 그래서 신사업 부서는 더 많이 생길 것 같다. 신사업의 목표점이 국내에서 경쟁업체나 스타트업의 파이를 뺏어오는 것이 아닌, 새로운 파이를 키우거나, 글로벌 파이를 뺏어오는 싸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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