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티브 마케터와 그로스해커
기업에서 하도 마케팅 공모전, 서포터즈 식으로 대학생들을 착취해서 마케터라는 직업이 진입장벽이 낮고, 학생도 쉽게 할 수 있는 직무로 과소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마케팅만큼 시작하기는 쉽지만, 잘하기는 어려운 것도 없을 것이다. 마케터로서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길에 있어 좌뇌와 이성이 작용하는 차가운 마케터와 우뇌와 감성이 작용하는 따뜻한 마케터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컨텐츠 마케터
사실 컨텐츠 마케터는 말이 마케터지, 거의 컨텐츠 공장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컨텐츠라는 것을 매주 몇 개 씩, 심하면 매일 몇 개 씩이나 찍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가가 하나의 기업을 창조하는 사람이고, 감독이 영화를 창조하는 사람이고, 요리사는 요리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면, 컨텐츠 마케터는 컨텐츠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그래도 예전에는 모든 것을 포토샵, 일러 등의 프로그램으로 홍보물을 제작하고 이를 오프라인에서 광고 또는 홍보채널을 통해 알려야 했다면, 각종 SNS와 좋은 툴들의 등장으로 진입장벽이 훨씬 낮아지긴 했다. 그래서 더더욱 새로운 좋은 툴에 능숙해지고, 지금의 트렌드와 고객이 반응하는 것에 대해 잘 알아야 하며, 디자인 센스와 카피라이팅 센스, 바이럴 전략을 구상할 센스와 정성스러운 고객응대를 할 감성도 있어야 한다.
필요 스킬셋
1) 트렌드 이해도
컨텐츠라는 것이 소비되려면 재미있거나, 유용하거나, 감동적이거나 뭐라도 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어떤 것이 유행이고, 어떤 것이 뜨거운 감자인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 지 what’s going on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나는 뉴스도 안보고, SNS는 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해~라고 하는 사람은 요즘 잘먹히는 컨텐츠를 만들기 어렵다.
2) 채널 이해도
기본적으로 어떤 채널들이 있고 어떻게 다루는 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네이버 블로그, 네이버 카페, 네이버 지식인, 카카오스토리, 브런치, 옐로아이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 매체이 무엇인지, 어떤 유형의 컨텐츠가 어떤 채널에 적합한지 정도는 판단해야 한다.
3) 아이디에이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다. 마케터는 적절히 다른 곳의 광고나 성공적인 캠페인을 모방도 하면서 자신만의 색깔을 넣어 모방창조해야 한다. 물론 때로는 순수하게 완전히 새로운 포맷의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어찌되었든 자나깨나 재미있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아! 이거 컨텐츠로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4) 카피라이팅
마케터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글의 종류는 진지한 글, 웃긴 글, 감동을 주는 글, 똑똑한 글 등 아주 종류가 다양하지만, 텍스트는 여전히 아주 중요한 전달 수단이기에 글을 잘 쓰는 것만으로도 컨텐츠의 좋아요/댓글/공유 등 바이럴 지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카피라이팅 연습을 위해 모 광고대행사에서는 신입들에게 먼저 퇴근하겠다는 말을 50가지 버전으로 쓰게 시킨다고 한다.
5) 툴 조작 능숙도
실제로 제작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대기업처럼 사람이 많고 마케팅 팀이 크면, 작게 나눠진 일만 전문적으로 해도 되겠지만, 스타트업에선 왠만하면 다 해야 한다. 디자이너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없거나 디자이너를 갈아넣을 생각이 아니라면 자주 올리는 컨텐츠 정도는 직접 만들면 좋다. 심하게는 그림판, 적당히는 피피티로도 멋진 카드뉴스 포맷 또는 화질이 중요하지 않은 온라인 홍보물을 만들 수 있다. 무언가를 제작하려면 당연히 적어도 피피티 등의 툴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까지 다룬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쓰기 간편한 편집 툴들도 많이 나와주고 있으니 환경은 점점 더 좋아지긴 하는 것 같다.
6) 디자인 센스
툴은 잘 다루고 만들 줄도 아는데 뭔가 부족하다면? 디자인 센스, 예쁜 것을 보는 눈이 없는 것이다. 시각디자인과에 다니는 한 친구의 사진첩을 본 일이 있는데 온통 예쁜 디자인들로 가득했다. 예쁜 디자인이 있으면 항상 저장해두고 모아서 보고 또 본다고 했다. 예쁜 것들을 자주 보면 예쁜 것들을 잘 만들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다. 특히 핀터레스트나 그라폴리오 등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보면 디자인 센스를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차가운 그로쓰해커
스타트업 초반에는 지표랄 것도 별로 없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마케팅(퍼포먼스 마케팅 등)이 덜 필요하지만, 빅데이터, 데이터 사이언스 등이 주목받고, 삽질을 덜하고 보다 똑똑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분석적이고 꼼꼼한 타입의 그로쓰해커가 필요하다. 컨텐츠 마케터가 발산형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로쓰해커는 수렴형 사고를 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 DAU, MAU, 퍼널, 코호트, 리텐션, ARPPU 등 용어도 용어지만, 수 많은 광고 채널들을 나누고, 분석하고, 비교하고, 최적의 광고 조합을 찾아내는 역할은 그러한 것들을 좋아하지 않으면 머리에 쥐가나도록 힘들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의 개념이기에 경력이 높은 사람들이 많지 않고, 똑똑한 주니어가 역량을 발휘할 여지가 많은 영역이다.
*필요 스킬셋
1) 비판적 사고
컨설턴트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왜(Why?)’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는 것이라고 한다. 그로쓰 해커 역시 어떠한 마케팅과 관련한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왜 갑자기 사용자가 늘어난 것일까. 왜 이번 컨텐츠는 망한 것일까. 왜 사용자에 비해 매출이 적은가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의문을 던져야 한다. 지표를 보고도 의심해야 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체류시간이 오른 것이 정말 긍정적인 이유에서가 맞는지, 이탈률이 높아진 것이 정말 부정적인 것인지, 넘겨짚지 않고, 지표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필요하다.
2) 숫자 감각/데이터 기반 사고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중요한 것이 숫자 감각이다. 이것은 수학을 잘한다는 것과는 다를 수 있는 데, 어떠한 것이든 계량화하고 수치화하여 분석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오늘 유저가 많이 들어왔어!가 아니라 몇 명이 들어왔는지, 대부분 사람들이 랜딩페이지에서 나가네 라고 하면 몇 명의 사람들 중 몇 명이, 그 비율은 얼마이며, 몇 분을 평균적으로 체류하고 이탈하는지에 대해 숫자를 떠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할 때도 숫자로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숫자를 목표에 근접하게 만들기 위해 어떤 테스트를 할 지 정하고, 그걸 사후적으로 판단하는 이터레이션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친구들이랑 이런 사람에 대해서 ‘최적화 변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3) 데이터 분석 툴 이해도
요즘, 특히 스타트업의 성지 미국에서는 수많은 데이터 분석 툴이 쏟아져 나온다. appsflyer, firebase, mixpanel, amplitude, periscope, airbridge 등 좋은 툴들이 많이 있다. 초기에 쓰면 좋은 히트맵 분석이나 영상 녹화 등을 제공하는 툴은 핫쟈와 럭키오렌지가 있다. 하지만 보통 한 명이 다 해야 하는 스타트업이고 지표가 많지 않다면 웹서비스는 구글애널리틱스로도 충분하다. 구글애널리틱스는 코호트, 리텐션, 채널 분석, 유입분석 다 가능하니 잘 배워두고 대시보드를 만들면 아주 손쉽게 지표관리라는 루틴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다.
4) 커뮤니케이션 능력
그로쓰해커가 혼자 어떠한 인사이트를 얻는다고 다가 아니므로, 이를 주요 경영진 또는 팀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일 역시 아주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두가 데이터를 깊이 들여다보기는 어려우므로 주요 인사이트를 추출하여 알기 쉽게 정리하고, 시각화까지 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결국 그로쓰해커는 팀의 주장이나 직관이 아니라 수치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가끔은 비전과 철학, 직관 등을 중시하는 팀 내부 사람들과 충돌을 할 때도 있겠지만, 이성과 객관, 논리로 팀에 균형을 잡아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