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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Dec 29. 2019

0에서 1, 1에서 2

신사업 리포트

신사업팀에서의 경험과 스타트업 대표들과 독서토론, 제로 투 원, 스프린트, 디커플링 등 경영 서적을 읽고 종합해본 0에서 1을 만드는 효과적인 방식에 대한 정리.


기획

처음 사업기회를 찾아내는 것은 사실 창의보다 분석에 가까운 것 같다. 신사업을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여기며, 분석하고 시작하면 안 된다는 오해가 있는데, 분석하는 사람들이 보통 실행을 안 하고 분석만 하니까 문제인 거지, 최소 2-3일 정도의 유저 인터뷰, 리서치, 설문 등 다차원에서의 분석은 항상 의미가 있다.


경제학에는 합리적 인간을 가정하며, 시스템은 평형 상태(equalibrium)를 가정하는 반면, 경영학에서 정의하는 기회는 불균형(arbitrage)에서 일어난다. 그래서 기회를 찾기 위해서는 불균형을 포착해야 하는데, 이러한 뭔가 이상하게 비효율적인 것 같은 부분, 뭔가 막혀있는 병목은 곳곳에 존재한다. 그걸 만드는 건 법, 레거시, 관성, 독점, 기술적 한계, 시공간 제약 등 여러 요인이 있다. 디커플링이라는 책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가치사슬을 끊어서 '디커플링'하면 가치 창출의 기회가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영역에서의 IT혁신이라는 것은 대부분 더 커다란 파이를 창출해냄과 동시에 더 느리게 움직이는 기존 기업의 수익 지대를 파괴하면서 가져온다. 타다가 택시 업계를, 토스가 은행 업계를, 에어비앤비가 호텔 업계를 잠식시키는 것처럼 전통적 산업에서의 비효율은 흐름의 병목을 읽어낸 사업가들에 의해 개선된다. 


반대로 이렇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도 분명 있다. 큰 틀에서 부분적 혁신이 아니라 완전히 뒤엎어 버려야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더 빠른 말이 아닌 자동차), 진통제가 아닌 사업(엔터테인먼트 앱 등)은 또 다른 룰이 적용이 된다


실행 

실행에 있어서는 완벽함보다는 속도를 추구하는데, 그래야 피드백을 받는 루프가 짧아지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제작보다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는 것이 보다 여러 변수에 빠르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듯이, 초반일수록 작게 만들더라도 가벼운 출시를 우선으로 한다. 특히 IT에서는 대형 기획이 망가지기 쉽다. 다만, 신뢰나 브랜드가 중요하거나, 제조업처럼 생산 사이클이 길고 결과는 빠르게 나오는 경우 린함을 추구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화면 기획에 있어서는 (참고할만한 타사 제품이나 피쳐가 있는 경우) 잘하고 있는 레퍼런스를 최대한 참고한다. 어떤 고민을 해서 이렇게 화면이 나왔는지 들여다보면 시행착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앱의 업데이트 내역을 샅샅이 읽어보거나 경쟁 앱의 별점 1점짜리 리뷰를 모아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회고

파도를 타이밍만 잘 맞추면 멀리 갈 수 있듯이, 시장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을 때, 즉 제품-시장 적합성(product market fit)을 찾았을 때, 사업은 폭발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 그 이후에는 주간 n% 성장을 목표로  A/B 테스트든, 코호트든 반복 개선을 한다(growth hacking).


Product market fit이든 growth hacking이든 정답은 당연하게도 투자자나 내부 팀원이 아니라 유저에게 있음을 늘 상기해야 하는데, 문제는 성장할수록 유저 얘기 듣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유저가 워낙 없다 보니 1:1로도 많은 피드백을 경청하지만,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신경 쓸 것이 많아지고 피드백에 소극적이거나, 방어적이거나 심지어 자만에 빠져서 무시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디폴트 또는 루틴으로 유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놓는 것이다. 어떤 회사는 돌아가면서 1주일에 한 시간씩 리뷰 보고 감상문 쓰게 한다고 한다, 매주 모두 모여 앱스토어 리뷰를 낭송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사무실 전광판에 유저 리뷰가 나오게 하거나 슬랙으로 앱 리뷰를 뽑기도 한다. 이외에도 관련 오픈 채팅에 들어가 있는다던지, 서비스 내 간단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저를 보는 객관적인 방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표를 읽는 것인데, 숫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기에 머리를 맞대고 의심해야 한다. 


이러한 기획과 실행, 회고의 사이클을 최소 단위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2주 단위의 스프린트로 가져갔을 때 가장 효과적인 것 같다. 1주 단위로 했을 때는 속도에 치여 업무의 완결성이 떨어지고, 3주 이상으로 가게 되면 지나치게 늘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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