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는 사실 IT 영화였다
*스포주의. 이 글은 사실이나 감독의 의도, 동심과는 무관합니다
겨울왕국2에 등장하는 엘사는 진정으로 4차 산업혁명이 원하는 인재다. 마법의 숲(실리콘밸리)에 대한 동경을 키워나가며 그녀는 어릴 적부터 자유자재로 아이들이 원하는 형태의 얼음 피규어를 제작(3디 프린팅)하고, 모듈형 인공지능 로봇 올라프를 맨 땅에서 혼자 설계하는 등(AI+소프트 로보틱스), 동종업계의 토니 스타크보다도 뛰어난 엔지니어 역량을 보여준다.
올라프(AI+로보틱스)
그녀가 일찍이 만들어낸 올라프야말로 첨단 기술의 집약체로 볼 수 있는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창조주인 엘사 스스로도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딥러닝 기술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마블 사의 자비스가 똑똑한 비서 역할에 머물러 있었다면, 올라프는 더욱 모방하기 힘든 감성적 측면까지 갖추고 있어 범용 지능(general intelligence)으로 한발 나아간 면모를 보인다.
또한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는 등의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로봇 올라프는 "나이가 들면 이해하게 될까?"라는 노래에서 시간에 따른 자가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있음을 암시한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신체의 모든 부분이 모듈화 되어있고, 웬만한 충격에도 끄떡없으면서도 모두가 안아주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실리콘 등의 비금속 물질로 구성되어 있는 듯하다.
바람의 정령(5G)
처음 등장하는 바람의 정령, 게일은 작중에서 인간과 정령 사이의 저지연성 통신을 담당하며 망이 깔려있는 마법의 숲에서 주로 기능하는데, 이는 5G 통신에 대한 은유이다.
5G 통신을 통해서 우리는 단순히 더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VR/AR 등 대량의 데이터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라이브하게 볼 수 있는데, 폭풍이 과거의 기억을 얼음 조각으로 형상화하는 장면에서 5G의 강력함이 다시 한번 부각된다.
물의 기억(블록체인)
그렇다면 게일은 어떻게 그 기억을 복원해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 영화는 올라프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데, 그에 의하면 물은 기억을 가지고 있으며, 최소 6 개체 이상의 생명체를 거쳐왔다고 한다. 이는 블록체인 개념에 대한 암시로 볼 수 있는데, 블록 단위의 데이터가 연결성을 가지며, 데이터가 영구 보존된다는 블록체인의 컨셉에 대한 힌트를 제공한다.
불의 정령(AR/VR)
숲을 태우지 않으면서 화려한 이펙트를 선사하는 불의 정령은 증강현실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 같은 존재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의 미스테리오나 마블 유니버스의 리얼리티 스톤을 통해서도 등장하는데 시각적으로 엄청나 보이는 것들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AR/VR 기술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
물의 정령(모빌리티)
엘사가 아토할란으로 가는 길에는 수륙양용의 스마트 모빌리티, 물의 정령이 등장하는데, 언제든 필요할 때 나타나며(on-demand), 바다, 육지를 막론하고 퍼스트 마일부터 라스트 마일까지의 이동을 혁신한다는 점에서 가히 최고의 모빌리티라 부를 만하다. 타다가 규제에 막히지 않고 특이점이 온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안나
다른 정령들과는 달리 땅의 정령은 산업혁명 시대를 성장시킨 공업을 은유하는데, 안나는 이 물리적인 힘을 빌려 댐을 부수고 아렌델의 여왕이 된다. IT기술 없이도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그녀는 전통적 산업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아렌델은 IT혁신은 유보할지라도 입헌군주제를 취하며 문화유산과 농업으로 유지되는 등 유럽 국가들의 양상을 보인다.
안나와 엘사는 happily ever after할 수 있을까? 어쩌면 안나는 할아버지의 정치 철학을 답습하며 트럼프처럼 마법의 숲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지도 모른다. 또는 엘사가 새로운 큰 파도(next big thing)를 만들어내며, 아렌델의 위기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아렌델과 마법의 숲 간의 기술 불평등은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다만 고루 퍼지지 않았을 뿐"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혈연에 의한 동맹이 기술 혁신의 비가역적 속성을 버텨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