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내일 리모트 하고 싶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가 배민, 넷플릭스에게는 기회로, 자영업/여행/모임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에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 같은 산업 측면에서의 여러 변화들도 있지만, 비상 상황으로서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들이 눈에 띈다. 재택근무라는 키워드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재택근무에 대해 강한 찬성의 입장인데, 인생의 1/3이나 일을 하면서 지루하게 같은 곳으로 출근해야 하고 상쾌해야 할 일의 시작과 끝에 지옥철을 타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출퇴근은 강남, 광화문, 여의도 중심의 중심 업무지구와 결합되어 미친듯한 집값, 출퇴근 교통혼잡, 지옥철, 인구과밀집, 대기오염 등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근로자로서 리모트 찬양론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사업자 관점에서는 리모트가 망설여지는 내로남불을 시전 하게 되는데, 내가 창업을 한다고 했을 때 과연 리모트를 할 수 있을까 확신이 서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역시 여전히 리모트에 대한 꺼림칙함과 불신이 있다. 그에 대해 리모트가 꽃필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지 생각해보았다.
1. 성과 측정에 유리한 직무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사람 중 가끔 개발자가 되면 리모트 근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얘기를 듣는다.
실제로 개발자들의 코드 저장소인 깃허브에서는 서로의 작업 이력을 볼 수 있고, 측정 가능하게 계량화해주고, 시각화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도구와 문화는 명확한 측정이라는 가치를 제공해주며, 개발자 리모트 근무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원격 근무를 하기 유리하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CS, 그로쓰 해킹, 퍼포먼스 마케팅도 다 측정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듣고 생각해보니 확실히 개발자만이 측정 가능한 일을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최근 들은 얘기로는 회계사, 펀드매니저 등의 직무도 외국에선 이미 원격 근무를 많이 한다고 한다. (하지만 유독 개발자만 원격근무가 활성화되어 있는 이유는 과수요로 인력 부족 상황이라 개발자들이 배가 불러서 뭐라도 더 미끼를 줘야 해서가 아닐까?)
2. 자율성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직군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직군보다는 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리모트에 대한 허용에 매우 주요한 요인이 되는 것 같다.
똑똑한 회사들은 좋은 인재일수록 지시나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는다. 다 맡겨버린다.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리모트 역시 신뢰가 없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자율성은 신뢰에 기반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되고, 노동자들은 신뢰를 받을 정도의 유능한 사람이 되어 디지털 노마드가 되거나, 혹은 마이크로 매니징이 필요한 모니터링의 대상이 되어가며 양극화될지도 모른다.
3. 리모트 하기 좋은 세상
기술의 발전도 한몫을 하는데, 스카이프, 줌 같은 비디오 컨퍼런스 서비스 회사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5G는 저지연성을 이야기하고, VR로 화상회의를 하는 회사 등도 나온다고 하니 이쪽 기술도 더더욱 발전할 것 같다. 업무 관리를 돕는 메신저 타입의 슬랙, 카드타입의 트렐로, 메모 타입의 노션 등 여러 협업용 툴 역시 빠르게 진화한다.
기술 이외에도 구성원들과 떨어져서 일하면 외로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해결책으로는 코워킹 스페이스, 일하기 좋은 카페 등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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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트의 장점 중 하나는 삶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은 때 갈 수 있고, 쉬고 싶은 시간에 쉴 수 있다던지, 나의 생산성이 극대화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 같이 선진적 제도와 문화에 개방적인 곳에서는 이미 다수가 복지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활용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로켓펀치, 스터디파이 같이 전 직원 100% 원격근무를 하는 회사도 나오고 있다. 라인처럼 큰 기업도 주기적으로 리모트 근무를 하기도 한다.
리모트가 고급 인재를 꼬시기 위해 회사가 양보하는 것이 아닌, 출퇴근을 아예 대체해버릴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면 세상은 정말 달라지지 않을까. 리모트를 실험하는 회사들과 자율을 허가받은 근무자들이 신뢰를 이어나가며, 우리나라에 리모트가 보다 잘 정착할 수 있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