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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t Feb 04. 2016

상업의 꽃, 무역에 대해

United States of Asia

‘미생’은 종합상사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에서 각 영업팀들은 ‘아이템'에 대한 기획서를 쓰고, 바이어와 미팅을 하고, 새로운 유통구조를 만들며 가치사슬의 한 부분을 점유한다. 대기업만의 노하우, 인맥, 자본력과 규모의 경제가 새로운 사업을 가능케 한다. 한동안은 이 드라마와 영업맨에 꽂혔었다.


무역을 알고 싶었다. 우리나라는 대 중국 수출의 비율이 25%가 넘기 때문에 무역의 기회를 중국에서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고, 누구나 가장 먼저 생각할만한 샤오미 제품을 떠올렸다. 샤오미는 타오바오(중국 최대 온라인쇼핑몰)에서도 짝퉁을 판다는 소문이 유명하다. 그러니 학교 근처의 정품매장에서 구매를 하고 한국에서 중고나라나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판매해보면 어떨까.


상해에 오자마자 샤오미 제품들의 중국 가격을 엑셀에 정리하고, 한국에서의 평균가, 최저가를 정리했다. 정리해본 결과는 암담했다. 배송비와 구매, 판매 등에 소요될 인건비를 계산해보면 거의 이윤이 없거나, 오히려 적자가 날 구조였다. (가격이 높은 제품들은 예외) 보조배터리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 오히려 더 싸게 팔기도 했다.

...

그래서 무역업에는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 큰 규모는 대기업 종합상사가 자본력과 유통 파워로 점유하고 있으며, 작은 규모는 해외직구가 유행하면서 중간 유통을 거치지 않고 싸게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전히 엄청나게x100 많은 사람들이 무역에서 수익지대를 지켜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두 달 여전쯤 작게, 또는 크게 무역으로 사업을 진행중인 유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Y군은 자전거에 미쳐있는 친구로, 아이템에 대한 애착이 유통구조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져, 자신이 직접 공장까지 찾아가며 부품을 구매하고 지금은 수 십여개의 한국 자전거샵에 부품을 납품하는 어엿한 자전거 도매상이 되었다.


그리고 Y군은 경영학 수업을 들은 적도 없지만 진입장벽이나 고객관계, 브랜드 가치와 공급자 협상력을 완벽히 이해하고 자신의 사업을 지켜나갈 줄도 아는 면모를 보였다. 그는 구매부터 시작하기를 추천했고, 나는 무역의 시작지로 유명한 이우시장을 가보기로 했다.

 

이우시는 절강성의 중심에 위치한 도시로 매장이 7만 5천개나 될만큼 많은 시장이 있으며 중국의 모든 도매시장이 모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과연 이곳에서 5시간을 쉬지않고 걸어다녔는데도 1/100도 보지 못하였다. 도매가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싸서, 헐? 이거 팔아볼까?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던 것 같다. (ex.짝퉁 애플 이어폰의 원가는 한국돈 300원 정도) 상가를 다니면서 아프리카와 아랍에서 온 무역상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다. 여기저기 수첩을 들고 다니며 재고를 대량구매하는 모습이 악어와 악어새 같았다. 재고라는 찌꺼기를 해치워주고 자신의 배를 불리는 악어새 같다.


무역을 배우려면 이우시장에 와보라고 하고 싶다. 이우(义乌)는 광저우 시장과 함께 중국 모든 물건의 도매상이 모여있는 시장이다. 점포가 7만 5천개이며, 한달에 걸쳐도 다 보기 힘들다는 말이 있다. 장난감, 전자제품, 전구, 주방용품, 공구, 가방, 보석, 수도꼭지를 돌다보면 그 카테고리의 세계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고, 도소매가, 재고비용, 배송, 구매, 진입장벽 등을 자연스레 고민하게 되고, 마진 높고 잘 팔릴 물건 찾는 보따리상들의 집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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