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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치버 Jul 16. 2022

초복 전쟁

개고기 반대를 반대하는 사람들

무더위 초복, 용산역 광장과 광화문역 인근에서 동물보호단체가 개식용 반대 집회를 열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동물보호단체가 초복에 개를 운반하는 트럭을 쫓아 식용 대상이 된 개들을 구출하는 모습이 생중계된다. 동물보호단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 속에 개식용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만, 각종 소셜미디어의 댓글을 살펴보면 개고기 반대를 반대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초복에 개식용 반대 집회를 연 동물보호단체

댓글의 논리를 살펴보면,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야만인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를 먹는 것이 돼지, 소, 양 등의 짐승을 먹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는 논리다. 개인의 기호와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지의 댓글들이 무수히 많이 달려 있다. 개고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고 혐오하는 댓글들도 다수다. 남 일에 이렇다 저렇다 참견하지 말라는 것이다.

고 이건희 회장은 개고기를 먹는 임직원 리스트를 받아, 강아지를 선물해줬다는 일화가 있다. 강아지를 키워보면 절대 개고기는 못 먹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뜻이라고 한다. 

개식용 논쟁은 법의 충돌에서 발생한 갈등 문제다. 엄밀하게 보면 개고기 판매는 불법인데, 식약처 식품공전을 보면 식품원료 분류에 소와 돼지 등은 있지만 개는 여기에 포함돼 있지 않다. 식품위생법은 식품 원료가 아닌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개고기를 팔게 되면 식약처가 영업 정지나 행정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로 개고기 판매를 단속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한다. 일종의 문화, 풍속의 영역이어서 손 대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반면, 현행 축산법에서 개는 '가축'으로 분류된다. 관련법에 따라 가축을 기르는 사육장은 일정한 조건을 갖추면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식용 개를 키우는 개 농장이 운영되는 것은 합법이다. '개고기'는 불법이지만, '식용 개 농장'은 합법인 것이다. 애초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가 결합된 국가이다. 공화주의는 일반시민들의 대승적 사랑에서 기인한다. 대승적 사랑이란 타인들에 가해지는 억압, 폭력, 불의 그리고 차별을 마치 내가 당한 것처럼 느끼는 분노다. 애견인은 강아지를 자신의 가족 구성원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뿐만 아니라 다른 강아지들이 인간의 먹잇감이 되는 과정에 고통을 느낀다. 고통을 느끼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가 설립되고 운영될 뿐만 아니라, 이에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의 후원을 받는다. 같은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이 한 목소리를 모아, 초복 무더위에 광장에 나와 개식용 반대를 외치는 것이다.


개식용을 찬성하는 것과 개식용 반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다른 부류다. 전자는 개고기를 먹는 것이 한국의 오랜 문화이며 자신의 기호임을 주장하는 것인데 반해, 후자는 동물보호단체에 속하거나 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 그 자체를 부정한다. 식용 대상이 되는 개에게 연민을 느끼고 보호하고자 하는 감정이 잘못된 감정이라고 얘기하는 논리가 된다. 타인이 느끼는 고통의 감정을 무시하는 사회. 과연 개식용 반대를 반대하는 댓글을 쓰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의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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