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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치버 Nov 18. 2022

늙어가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나이를 먹는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늙은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고, 아무리 이성적으로 바라보려 해도 무의식적인 공포를 이길 순 없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주변에 친구들도 일찍 세상을 떠나는 일이 생기지만, 그럼에도 나의 늙음과 죽음은 고찰해보기 어렵습니다.

한 달 전부터 급격히 시력이 약해졌습니다. 특히 새벽이나 밤에 온 세상이 뿌옇게 보이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기도 힘들었죠. 2008년에 라식수술을 했고, 그 뒤로 안경으로부터 해방되어 밝은 세상 속에 살았는데 이게 웬걸 세상이 다시 어두워졌습니다. 안과에 찾아가 의사 선생님께 상담을 받아보니, 나이가 들어 난시/근시를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군요. 시력에는 문제가 없고 안경을 쓰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합니다. 문제는 약하지만 충격은 강했습니다. 노화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은 시력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회사 화장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윗머리가 텅 비어 보이는 것입니다. 머리 위에 조명이 있긴 하지만, 저는 머리숱이 정말 많은 사람입니다. 급히 탈모 의원에 달려가 결국 탈모 진단을 받았습니다. 제 나이 때 남성 50%는 탈모 증세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제 서서히 늙은 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노화는 저만의 경험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모두 겪는 현상입니다. 누구에게나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죠. 늙은 나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을지, 사랑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겉모습만 달라졌지, 그 안에 있는 나는 언제나 같은 사람이니까요. 나이를 먹었다고 삶에 더 능숙해지고 노련해진다고 할 수 있을까요? 8살의 나와 30살의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니듯이, 40살의 나와 80살의 나도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이성적 사고는 달라도, 느끼는 감정은 똑같으니까요.

오늘은 늙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며, 주저리주저리 적어봤습니다. 여러분은 나이 들어감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계신가요, 잘 늙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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