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내 취향은 미정인데 우선 장미꽃 너는...

장미 메리골드

by 엔트로피




예전의 나는 꽃을 예쁘지만 비싸고, 오래 가지도 않는 것쯤으로 여겼다. 금세 사라질 걸 알면서 굳이 마음을 주는 일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아무 할 일 없는 주말이 유난히 우울해서, 충동적으로 꽃다발을 샀다. 방 한쪽을 밝히는 장식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이상하게도 정이 들었다.






시들어가는 장미를 살려보겠다고 줄기를 사선으로 다시 잘라보고, 입구가 좁은 페트병으로 옮겨보기도 했다. 별짓을 다 해봤지만 장미는 여전히 시들어 있었다.

샤워하기도 귀찮아서 한 시간씩 미적거리는 내가 이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낯설었다. 아마 이제야 효율을 벗어나, 비효율에도 마음을 쓰는 여유가 생겼다는 뜻일지 모른다. 시드는 속도를 눈으로 따라가면서도 매일 물을 갈았다. 잠깐이라도 더 버텨주길 바라면서.

그때 알았다. 금세 사라질 걸 알면서도 마음을 주게 되는 일들이 있다는 걸.

장미가 내 취향이 됐다는 건 내가 조금은 성장했다는 증거다. 이렇게 또 하나, 내 취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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