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대신 오이의 철학
야식으로 제일 좋아하는 건 피자다.
피자는 언제나 옳다.
하지만 야식으로 피자를 계속 먹다 보면, 언젠가 고지혈증으로 약을 처방받는 미래가 떠오른다.
그래서 요즘 나는 오이를 먹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이를 ‘씹는다’.
오이는 입안에서 아무 주장도 하지 않는다. 존재감이 옅고, 그래서 좋다.
나는 오이를 리코타 치즈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한다.
오이는 차갑고 아삭하고, 리코타는 부드럽고 느리다.
둘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이상하게 잘 맞는다.
입안에서는 차가운 식감이 먼저 부서지고, 그 뒤로 치즈가 천천히 감긴다.
소리와 질감의 온도가 다르다. 그 대비가 좋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조금 더 신경을 쓴다.
리코타 치즈 위에 후추를 살짝 뿌리고, 옆에는 꿀을 놓는다.
그냥 찍어 먹는 것보다 훨씬 느리게 먹게 된다.
치즈의 염도, 후추의 매운 향, 오이의 물기, 그리고 꿀의 단맛이 번갈아 입안에서 나타난다.
그 조합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예전 같으면 배달 앱을 열었을 시간인데, 지금은 오이를 썰고 있다.
취향이란 건 이렇게 조금씩 바뀌는 건지도 모르겠다.
확신은 없지만, 오이를 썰고 있는 동안만큼은 세상이 덜 복잡하다.
내 취향은 여전히 피자지만,
요즘은 오이라는 새로운 취향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