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내 머릿속 심포지엄
프롤로그
지인의 자식이 갑자기 쓰러졌다.
그 순간부터 부모의 삶은 뒤집혔다.
나는 옆에서 지켜보았을 뿐인데, 이상하게도 내 마음까지 무너져 내렸다.
상처는 내 일이 아닌데, 왜 이렇게 뼈에 새겨지듯 아팠을까.
라운드 1: 자아 선언
자율:
“이건 단순한 공감 반응이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동일시한다. 특히 부모가 자식을 위해 무너지는 장면은 본능적으로 각인된다.”
안전:
“그건 경고였다. ‘나도 언제든 저 자리에 설 수 있다’는 리스크를 깨달은 순간, 뇌는 자기 일처럼 받아들였다.”
루틴:
“의학적, 사회적 프로토콜상 환자만 환자가 아니다. 보호자도 시스템 안의 환자다. 무너짐은 가족 단위로 전염된다.”
충동:
“아오 씨… 남의 집 멜로드라마에 왜 내가 감정 과몰입을 하냐고! 넷플릭스도 아닌데, 현실극장인데 왜 내가 주연처럼 울컥해야 되냐?”
감정:
“그 얼굴…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며 터져버린 그 표정이 너무 인간적이라서. 그걸 보고 나는 숨을 고를 수가 없었다.”
라운드 2: 난투전
충동:
“야! 그냥 남 얘기야, 드라마 보듯 지나쳐라 좀!”
안전:
“네가 그렇게 쉽게 말하냐? 저건 내일 네 얘기가 될 수도 있어. 리스크를 직시 못하는 건 바보야.”
자율:
“팩트 체크 들어간다. 연구에 따르면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실제 외상을 입은 것처럼 반응한다. 이걸 ‘대리 외상(secondary trauma)’라 한다.”
루틴:
“경고. 시스템 오류 발생. ‘남 일’ 프로토콜이 작동 불가. 데이터베이스와 현실이 충돌 중.”
감정:
“닥쳐! 그게 남 얘기냐? 저 부모 눈물은 그냥 인간의 눈물이었다. 나는 그 울음소리를 지금도 귓가에서 떨쳐내지 못한다.”
[오브서버 FACT CHECK]
: 심리학적으로, 가까운 이의 무너짐을 목격하는 것은 실제 사고 현장을 겪는 것과 유사한 신경학적 충격을 준다.
라운드 3: 결론을 향해
자율:
“정리하자면, 나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감정적 공범이었다. 내 뇌는 그 장면을 내 일처럼 기록했다.”
안전:
“다만 조건이 있다. 이런 상처는 예방할 수 없다. 다만 준비할 수는 있다. 인간은 누구나 언젠가 무너진다.”
감정:
“나는 그 무너짐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절실히 깨달았다. 그게 너무 아팠다.”
충동:
“결국 결론은 이거지. 남 일 같던 게 사실은 내 그림자였다는 거. 웃기지? 현실은 늘 갑툭튀로 내 멱살 잡는다.”
루틴:
“제안: 감정의 여진을 기록하라. 언어화하는 것이 유일한 방화벽이다.”
나는 지인이 무너지는 게 싫었던 게 아니었다.
나는 그 무너짐이 곧 내 미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싫었다.
전문가 코멘트
심리학자:
“이건 전형적인 대리 외상이다. 공감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타인의 무너짐을 자신이 당한 일처럼 뇌가 처리한다.”
정신과 의사:
“거울 뉴런 시스템은 타인의 표정과 울음을 그대로 복제한다. 환자가 아닌 보호자가 더 크게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철학자:
“타인의 고통을 목격하는 것은 결국 ‘나의 취약성’을 목격하는 것이다. 무너짐의 상처는 곧 인간 존재의 근본적 조건을 드러낸다.”
“우리가 상처받는 건 남의 고통 때문이 아니다.
그 고통 속에서, 우리는 결국 나의 그림자를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