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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Oct 20. 2021

벤처캐피탈이 백악관을 찾아간 이유

디지털 자산을 향한 초석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암호화폐를 둘러싼 말말말

9월30일 의회 청문회에서 암호화폐를 금지할 의도가 없다고 말한 Jerome Powell 연준 의장의 뒤를 이어, SEC 의장 Gary Gensler도 10월 의회에서 CBDC를 위해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중국의 결정을 따를 것인지 묻는 질문에, 의회에 달려있다며 암호화폐 금지 계획이 없음을 밝혔다. 이러한 말들이 나올때마다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타며 사람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했다.


비트코인 ETF

이미 캐나다에서는 비트코인 ETF가 승인되어 거래중이며, 여러 암호화폐를 혼합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Evolve Cryptocurrencies ETF)도 9월29일 상장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에 영향을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CNBC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ProShares의 비트코인 선물 ETF의 거래가 시작되었다. 10월 15일 업데이트된 안내서에는 The 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Ticker: BITO)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Arca Exchange)에서 거래되고 0.95%의 관리수수료를 부과하며, 펀드 출시일자는 10월18일로 되어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시간이 더 걸릴지라도, 상장 대기중인 비트코인 선물 ETF 4개도 곧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득하다.



벤처캐피탈 a16z, 백악관 로비

이렇게 암호화폐가 핫한 가운데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탈 a16z암호화폐와 웹3.0에 대한 규제 접근 방안백악관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CNBC에 따르면 a16z는 신기술이 보다 안전한 디지털을 제공하고 경제적 기회를 촉진할 것이라며 정책입안자들에게 국가전략 수립 및 다양한 유형의 위험 기반의 적절한 규제를 제안하고, SEC를 넘어 다양한 규제기관과 협력할 것을 촉진하는 등의 내용을 전할 것이라고 한다.


웹3.0이 뭐야?

a16z가 인터넷의 미래라고 하는 웹3.0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았다. (자료: How to Win the Future)

인터넷 다음, 웹3.0

웹3.0은 분산형 디지털 솔루션을 말한다. 웹2.0에서는 페이스북, 틱톡과 같이 소셜미디어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웹3.0은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탈중앙화된 웹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 통제가 없고 데이터 소유권을 한 기업이 독점하지도 못한다. 


전통적인 웹구조에서는 HTTP, TCP와 같은 프로토콜에 대해 아무도 제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웹3.0에서는 저장을 위한 프로토콜을 포함하여 개방형 프로토콜로 구성되어 투명하고, 이러한 프로토콜 위에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이 있는 구조다.


웹2.0에서는 웹사이트를 호스팅하는 누군가가 콘텐츠를 변경하거나 지불하는 경우 링크가 깨져서 내용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웹3.0에서는 영구데이터(Permaweb) 저장하는 계층인 프로토콜(Arweave)가 있다. (예를 들어 싸이월드가 사라지면서 유저들이 업로드했던 사진과 글이 모두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다면 웹3.0에서는 그럴 일은 없게 되는 것이다.)


Permaweb의 특징
전통적인 웹과 웹3.0의 차이


a16z는 단순히 민간부문에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국가 전략을 수립하여 디지털 신원, 디지털 상품을 포함한 재산권 및 소유권, 금융 시스템 보안, 금융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대, 개별 데이터 주권 및 데이터 사용, 개인정보 아키텍처, 시스템 복원력 및 사이버 보안 등의 프레임워크를 제공해주기를 바란다며 제안했다.



호화폐 거래소, 로비 동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도 "디지털 자산 정책 제안" 문서를 발표했다. SEC는 주식과 채권을 주로 다루는 증권법으로 암호화자산은 근본적으로 다르며 기존 규제 프레임워크와 호환되지않기 때문에 연방 수준의 규제기관을 만들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코인베이스는 6월 가상자산을 예치하고 고수익 이자를 받는  Lend사업을 계획하였으나 SEC가 이를 유가증권으로 결론내리는 바람에 9월 이 계획을 중단했다. 코인베이스는 대신 NFT사업을 추진 중이며,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해 더 이상 SEC만 바라보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플랫폼, 중앙화된 시스템 부각

웹3.0 개념은 오래 되었는데, 이것을 제안하는 타이밍은 기가 막히다. 기술의 발달, 대중의 관심뿐만 아니라, 최근 거대 플랫폼중앙화된 시스템이 우리 사회에 불균형을 키우고, 잘못된 알고리즘으로 대중에게 막대한 재량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일련의 사례들이 조명되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내부고발

페이스북의 전 제품 매니저인 Frances Haugen이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인스타그램이 10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을 폭로하였다. 이후 CNN "60minites"에서도 페이스북은 대중과 페이스북 사이의 이해 충돌에서 페이스북의 이익을 위해 최적화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마존의 내부 정보 활용 혐의

아마존은 자체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오픈마켓의 경쟁 제품을 복제하고, 검색결과를 조작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메일, 전략문서 및 사업계획을 포함하여 아마존 내부문서를 통해 아마존이 어떻게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내부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드러나고 있다.


결국 플랫폼이 방대한 데이터를 갖게되면서,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인지하게 된 시점에, 웹3.0을 제안하는 것은 아주 절묘한 타이밍이다. 스마트하다.



디지털 자산의 등장으로 인해

블록체인 기술이 발달하면서 암호화폐뿐 아니라 디지털 자산의 한 부류인 NFT시장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으니, 웹3.0은 시대적 흐름이다. a16z는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 OpenSea에 초기부터 투자를 주도한 투자자이며, 코인베이스는 최근 NFT마켓 출시를 선언하며 시장에 뛰어들었으니, 이들의 백악관 로비는 당연한 수순이다. (참고 글: NFT의 현재와 미래)


기존 프레임워크의 한계

현재 규제 프레임워크 상에서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어쩌면 쓸모없어진 거래소나 브로커와 같은 일련의 금융 중개자들이 계속해서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또한 디지털 자산은 다시 분류하여 유가증권으로 볼 것인지, 상품으로 간주할 것인지, 계약으로 치부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정의내려야 한다. 그래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규제는 어쩌면 한없이 많은 규제당국에 맞추어 쪼개서 생각해야될 지도 모른다.

(미국의 금융 규제 구조, 출처: a16z "How to Win the Future")


아이러니한 우리나라의 현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디지털 자산 논의까지는 아직 멀었고, 카사코리아와 같은 부동산 소액투자도 예치금은 하나은행에 보관되고, 부동산 신탁사가 보유 및 관리하는 상업용 부동산을 기반으로 한다.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도록 하지만, 결국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존의 제도권 금융회사와 모든 것을 연계하여 비즈니스를 해야하는 구조로 만든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지만, 지정받고나면 블록체인 기술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자산클래스로 인정하는 순간, 기업이 주식 발행을 중단하고 코인 발행을 시작하여 기존의 규제를 피할 수 있게된다. 투자자 보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사실상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자산을 새로운 자산클래스로 인정하는 것도, 새로운 단일 규제기관을 설립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 기술을 정부가 따라갈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규제의 그레이 영역에서 디지털 자산 투자는 투자자 개인 선택의 몫이 되어버렸다. 금융회사는 규제 테두리안에 갇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내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 과세 외에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지 않다. (지금 대선이 중요하지, 뭣이 중요해;)



웹3.0으로 돌아와서

다시 웹3.0을 생각해보자면, 세상은 밸런스를 맞추며 진화해나간다고 볼때, 웹3.0도 현재 인터넷 공간에서 일어나는 부작용과 진보하는 기술 사이 밸런스를 맞추는 과정의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암호화폐와 이를 뒷받침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에 진보적인 투자자들은 앞서서 이에 베팅하고 패러다임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반면, 기존 프레임워크에서 작동하던 시스템들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할지 고민한다.


JP모건 체이스 회장이자 CEO인 Jamie Dimon가 말했듯 개인적으로는 무가치(worhtless)하다고 여기는 비트코인이지만, 시장에서는 고객들이 원하기 때문에 커스터디는 아니어도 암호화폐 펀드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플랫폼의 지배력 확대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정치적 자유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빅테크 규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가운데 벤처캐피탈 a16z의 웹3.0 제안서는 마치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 같은 느낌이다. "달러우위의 패권을 지키고 미국이 세계 경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가 중요하오니, 웹3.0을 통촉하여 주시오소서"와 같은 느낌. 어쨌든 정말 달러 우위의 패권을 지키기위해 암호화폐를 어느 수준까지 규제할 것인지, 디지털 자산은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궁극적인 웹3.0의 시대적 흐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전세계가 미국의 비트코인 ETF 승인을 바라보는 것처럼, 디지털 자산의 초석이 될 웹3.0에 대해서도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까싶다. 디지털 인프라에 대해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는 것은 결국 자금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웹3.0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 아니면 지금처럼 개인의 선택으로 남겨두는 그레이영역으로 한동안 지속될지 새삼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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