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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Oct 13. 2021

anti-BNPL캠페인의 배경

BNPL열풍, 막을 수 없다.

"Bye Now Pay Later"

최근 영국에서 파이낸셜 코칭앱 Claroanti-BNPL 캠페인을 벌였다. Claro는 시내 주요 랜드마크에 광고판을 세우고 지하철에 포스터를 붙이고 밴으로 BNPL(Buy Now Pay Later)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도록 권장하는 메세지를 전했다. 그들은 BNPL이 시장에 필요는 하지만 가끔 사용을 할 수 있는 선택 옵션일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BNPL이 알고싶다면, 뉴 노멀이 된 '소액 후불결제' 참고)

Claro@instagram_anti-BNPL캠페인


핀테크사에 의해 주도된 BNPL열풍에 모두가 동참하고 있는 가운데, Claro 혼자 BNPL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이다니, 너무 신박하다. 이성적으로는 Claro의 말이 옳지만, 우리의 쇼핑 도파민이 자극하는 한 그 이성은 사라지고 없다. 쇼핑을 앞두고 기어코 사고야 말겠다는 연한 의지 앞에 BNPL은 너무 달콤한 사탕이다. Claro의 캠페인은 재정관리 앱으로서 너무나 훌륭한 홍보전략일뿐, BNPL열풍을 막을 수는 없는 것 같다.



10대, BNPL열풍의 주역

매년 봄과 가을에 투자은행 Piper Sandler에서는 'Taking Stock with Teens'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10대의 브랜드 선호도와 소비 트렌드를 발표한다.올해 10월에도 미국 44개 주에 걸쳐 1만명의 10대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보고서를 통해 10대가 애플과 나이키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뿐만 아니라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예를 들어, 10대들은 환경과 성 평등성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 물건을 사는 의사결정에 탄소배출이 영향을 미치는지, 봇이 사람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지 등등.


내용 중에는 10대들이 사용하는 페이앱과 BNPL에 대한 내용도 있었다. 10대에게 인기있는 페이앱은 벤모, 스퀘어의 캐시앱, 그 뒤를 이어 페이팔이다. 페이팔은 2013년 P2P송금기업인 벤모를 인수했고 지금은 페이팔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물론 작년(47%)보다 올해(41%) 비중이 떨어지기는 했으나, 벤모와 페이팔을 합치면 페이팔이 10대의 절반 이상은 꽉 잡고 있다. (Venmo 관련 글, '금융 SNS, 이게 될까?' 참고)

 

10대가 사용하는 페이앱


페이팔의 BNPL서비스

BNPL서비스도 페이팔이 Afterpay보다 근소한 차이로 앞서있고, BNPL의 강자 Klarna가 그 뒤를 열심히 추격 중이다. 올해 8월 스퀘어가 호주의 BNPL기업 Afterpay를 인수했고, 같은 달 아마존도 Affirm과 제휴를 발표했다. 따라서 10대에게 BNPL서비스가 확고히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스퀘어의 Afterpay인수 관련 글, 'Super-Duper 앱 시대' 참고)


10대 대상의 BNPL서비스의 침투율


현금이 주요 결제수단일때

특히 10대는 현금이 여전히 주요 결제수단이기 때문에, BNPL서비스가 끼어들 여지가 많다. 올해 9월 페이팔이 일본의 BNPL기업 Paydy를 인수한 것도, 현금이 주요 결제수단으로 사용되는 일본에서 BNPL서비스가 널리 사용될 수 있겠다는 미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10대의 주요 결제수단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도

eMarketer에 따르면 미국 세대별 BNPL서비스 사용률을 살펴보면 구매력이 낮은 Z세대가 단연 압도적이다. 밀레니얼이 그 뒤를 따르고 있고 X세대나 베이비부머까지도 이 열풍에 가담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자, 의류, 패션 등에 제품에서 널리 쓰이고 있지만 여행, 비즈니스 서비스, 의료 서비스에도 BNPL서비스가 제공된된다면 더 많은 고령자가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래서 BNPL서비스는 MZ세대가 여전히 타겟고객이지만,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로 관심을 돌리며 제휴처를 확대하고 있다.


물론 고령 소비자들이 BNPL서비스를 이해하고 MZ세대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할지, 기존의 신용카드 사용을 고수할지 모르겠지만, BNPL 시장규모 확대는 자명하다.



BNPL 규제 움직임

BNPL이 소비자에게는 재정적 유연성과 결제의 간편성을 무기로 결제옵션에서 필수 결제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통업체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전자상거래의 매출을 올리는데 일조하는 BNPL과의 제휴를 늘리고 있다. 그런데 과연 BNPL은 좋기만 한걸까? 간과하고 있는 위험은 없는걸까?


영국, 규제 필요성 인지

올해 2월 영국 금융감독원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에서 '무담보 소비자신용 시장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보고서(Woolard Review)를 발표했다. 특히 규제에서 면제되는 BNPL시장에 대한 잠재된 재정적 위험과 이를 예방하기 위한 규제가 시급함을 드러냈다.

- 코로나바이러스 전염병 이후 약 500만명이 BNPL 사용, 규모는 거의 4배 증가한 상태

- 현재 규제에서 면제되는 BNPL은 소비자에게 무담보신용에 대한 대안을 가져다주었지만, 소비자 피해에 대한 상담한 잠재력도 함께 제공. BNPL을 사용하는 고객 10명 중 1명 이상이 이미 연체 상태

- BNPL을 규제하여 BNPL사용자를 보호하고 시장을 지속 가능하게 할 필요가 있음


그러나 법 시행까지는 갈길이 멀어보인다. 금융서비스법(Financial Services Act of 2021)에서 BNPL이 규제의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지만, 재무부 협의, 법안 상정 등 시행까지는 2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 미국, 유럽의 규제상황

BNPL열풍이 일찍 시작된 호주도 규제의 필요성을 인지했다. 2020년 11월 호주증권투자위원회(ASIC)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5명중 1명은 결제를 놓치고 연체수수료를 지불했다. 증가하는 고객 계좌수만큼 미지급 수수료 수익도 증가하고 있었다. 비즈니스모델마다 연체 수수료 외에도 고객 계좌개설비용, 계좌유지비용과 같이  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가 있어서 판매자가 아닌 고객에게 받는 수익도 꽤나 된다.


BNPL 수익모델(출처: 호주 ASIC 자료)


2018년부터 BNPL서비스를 조사해온 호주답게, 결국 3월 1일 호주 금융 산업 협회(AFIA, Australian Finance Industry Association)는 세계최초로 BNPL에 대한 실천강령을 발표했다. BNPL제공업체는 잠재고객이 구매하기 전에 적합성 평가를 해야하며,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징후를 보이면 고객이 추가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추가 확인을 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미국 역시 Credit Karma가 2020년 12월에 1,038명의 BNPL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BNPL서비스를 사용한 사람의 34%가 연체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31%는 신용점수가 크게 떨어졌다고 대답했다. 다만 잠재적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우 법이 주마다 다르기 때문에 BNPL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


유럽의 경우에는 EU의 소비자신용 지침규칙은 위원회에서 검토중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BNPL서비스는 카드발급이 어려운 사람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무담보 대출 서비스다. 따라서 나이제한이 없다면 Z세대가 가장 유력한 타겟층이며, 외국인 노동자와 같이 카드 발급이 어려운 사람들이 타겟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혁신금융서비스의 지정을 받아야만 BNPL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전자금융거래법이 개정된다면 전자금융업자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신용카드를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손쉬운 카드 무이자 할부 대신 이러한 후불결제 서비스로 갈아타기 위해서는 습관을 버릴만큼의 편의성을 제공해야하는데,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에서는 어쩌면 전세계에서 열광하는 BNPL서비스가 통하지 않는 시장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토스뱅크가 준비중이라고 하니, 기대중이다!)



재정관리도 현명하게

BNPL서비스가 혁신적인 서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분별한 구매 충동을 만족시켜주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열광하고 있다. 소비가 적극 권장되는 시대에 우리의 주머니를 불리는 것이 아닌 지급 결제 시기를 일부 연기함으로써 소비에 더 매진하게 하는 전략에 소구되고 있는게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물론 물건을 사야 누군가는 만들어 판매하고 그렇게 경제가 돌아간다고 하지만, 한없이 편리해지는 지급결제 서비스 덕분에 복잡해지는 재정관리 서비스는 누가 챙겨주는 것인지, 그만큼 편리하게 재정관리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정말 영국의 파이낸셜 코칭앱 Claro처럼 BNPL서비스 제공업체와 사용자 모두에게 BNPL 교육을 제공하고 그에 대한 의존성을 갖지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역할을 누군가는 해야하는게 아닌가싶다. 소비만큼 재정관리도 현명하게 할 수 있도록, 어쩌면 우리에게는 BNPL과 동시에 밸런스를 맞출 또다른 서비스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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