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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Oct 26. 2021

읽다보니 사고싶어졌어

콘텐츠가 쌓이면 벌어지는 일

읽다보니 사고싶어졌어

현대백화점 식품배송 앱 "현대식품관 투홈"에서 소설과 에세이를 읽고, 쇼핑몰 29cm에서 위클리 에세이를 읽는다. 쇼핑몰에서 에세이를 읽고 물건을 사는 소비자, 그게 요즘 소비자다.


현대백화점에서 문학 콘텐츠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비자들의 성향이 단순 상품 구매를 위해 방문하는 ‘목적형 소비자’에서 최근 들어 콘텐츠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사게 되는 ‘발견형 소비자’로 변화하고 있다"


나도 29cm에 할일없이 들어가서 보다보면 무언가를 구매하고 있다. 애초에 무엇을 사러 들어간게 아닌데, 구경하다보면 사고싶어진다. 최근에는 29홈터뷰(29Home+Terview)에서 공간과 사람,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하는데, 인터뷰를 읽는건지, 라이프스타일을 구경하는건지, 물건을 쇼핑하는건지 모르게끔 스며든다. 인터뷰와 사진이 한데 어우러져, '내가 원하는 느낌은 이런거였어'라고 느끼는 순간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는 마법에 걸린다.

29홈터뷰 사진(출처: 29cm)



애초부터 발견형 투자자

투자도 마찬가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투자도 목적형이 아니라 발견형이다. '삼성전자 한주 사야지'하고 결정하고 앱을 켜는 투자자보다 '어떤 주식 사지?' 고민하며 앱을 켠다는 말이다. 뉴스도 보고, 애널리스트 의견도 한번 보고, 차트도 한번 보고, 리딩방도 기웃거리고, 그렇게 정보의 홍수 속에서 떠다니다가 '마음이 동하는 순간' 투자를 결심한다.


그런데 주식투자 앱도 이러한 '발견형' 투자자를 위해 콘텐츠를 잘 제공하고 있을까? 뉴스 기사, 애널리스트 의견, 차트, 이거면 충분한가?



로빈후드 Snacks

Robinhood letter Snancks

주식 트레이딩 앱으로 핫한 로빈후드의 경우, Robinhood Snacks라는 데일리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뉴스레터 구독자를 snacker라고 지칭하며, Digestible Financial News라는 부제에 맞게 중요 이벤트나 뉴스에 대해 트위터에서 친구에게 쓰는 말투로 친근하게 알려준다. 모닝브루가 시사상식의 대표격이라면, 로빈후드 Snacks는 경제판 모닝브루다.


로빈후드, 미디어회사 인수

2019년 로빈후드가 MarketSnacks라는 미디어회사를 인수하여 금융뉴스를 제공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이들은 뉴스레터뿐아니라 15분 팟캐스트도 운영한다. 최근에는 스냅챗에서 주2회 3분 정도의 금융뉴스를 제공하려고 콘텐츠 파트너십을 맺었다.


로빈후드 뉴스레터와 팟캐스트의 구독자수는 거의 3,200만명에 달한다고 하니, 스냅챗과 같은 소셜미디어 채널까지 통한다면 얼마나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닿을까. 금융의 민주화를 주창하는 로빈후드에 금융 콘텐츠가 쌓이는 만큼, 사용자들의 관심과 자산도 쌓이게 될까.



투자습관 만들

콘텐츠로 마음을 동하게 하는 '투자의 순간'도 가능할까?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투자는 쇼핑과 다르게 공부가 필요하다. 리딩방에서 알려주는 매수/매도 타이밍에 현혹되지 않고, 자기만의 투자 레이스를 달리기 위해서는 결정에 대한 근거와 믿음이 필요하다. 


요즘 많은 이들이 외치는 "돈공부"란 정보를 계속 습득하면서 자기만의 투자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것을 말한다. 돈공부를 하다보면 투자의 순간이 오기 마련이니까.


로빈후드의 전략도 사람들을 교육할 수 있는 매력적인 콘텐츠를 만들어서 젊은이들이 투자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투자여정의 어느 위치에 있든 모든 사람들을 위한 교육콘텐츠를 만드는 일, 그래서 금융지식이 없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금융지식 리소스와 금융뉴스를 고객에게 직접 제공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 금융회사들이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만을 제공했다면, 로빈후드는 투자에 관심없는 MZ세대까지 고려하여 고객 확보를 위한 투자콘텐츠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투자가 쉬운 앱이란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쉬운 앱은 단순히 UX/UI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한다. 단순히 매매가 쉽게 이루어지도록 프로세스를 간소화하는 것 뿐만 아니라, "결정"을 내리는 투자자를 위한 정보도 쉽고 편리하게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애널리스트의 전문 리포트가 와닿지 않는 고객들에게 가독성 있는 의견과 정보를 제공하고, 금융 뉴스 및 관련 시사 상식을 눈높이에 맞추어 전달하는 것이 어쩌면 고객에게 포트폴리오 제공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투자 콘텐츠가 쌓이면

책 '돈의 심리학'에서 저자 모건하우절은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고 말한다. 투자에 있어서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에 근거해서 주어진 순간에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금융 뉴스나 콘텐츠도 자신만의 투자경험을 만들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도록 돕는 일을 하지 않을까. 투자 콘텐츠가 쌓이면 투자자의 관심도, 자산도 쌓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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