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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Nov 04. 2021

빅테크 규제, CBDC와의 관계

빅테크가 금융산업의 주도권을 쥔다면

혁신과 규제

혁신을 무기로 혜성처럼 등장해서 모든 이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것처럼 되는 순간, 시장에서는 규제라는 칼날들이밀게 된다. 혁신과 규제. 양날의 검은 과거부터 늘 그렇게 존재해왔다.


페이스북은 예전에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킬러가 되버렸고, 구글은 검색 엔진이었다가 이제는 사생활 침해자가 되버렸으며, 온라인 쇼핑으로 행복 도파민을 채워주던 아마존은 노조와 중소기업을 무너뜨리는 자가 되었다.


CFPB, 시장 모니터링 명령

10월21일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은 Amazon , Apple, Facebook , Google , PayPal, Square 등 6개의 빅테크에 "시장 모니터링 명령"을 내렸다. 빅테크가 결제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 회사의 수익창출 방법, 결제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하는지 여부 등 약 17페이지에 달하는 설문 페이지에 대하여 12월15일까지 답변을 제출하도록 하였다.


“이 회사들은 우리 거래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수익을 창출할까요? 플랫폼에서 누가 제거되는지 결정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사용합니까? 지불 시스템이 소비자 보호를 준수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거대 기술 기업이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기업의 진입을 방해할 유인을 갖게 될까요?”  - Rohit Chopra


82년생 새롭게 부임한 소비자금융보호국 국장 Rohit Chopra가 제기하는 의문은 사실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이 소비자금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와 관련있다. 자동화와 편의성 등의 기대효과에만 치중한채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은건 사실이니까.


Rohit Chopra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 시절부터 빅테크를 불신한 것을 감안할때, 이번 조치는 결제에 있어 빅테크의 잠재적인 반독점 우려를 제기한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 빅테크 규제 시작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인터넷 플랫폼 규모에 따라 초대형, 대형, 중소형 등 3등급으로 나누고 규제하기 시작했다. 데이터 보안심사와 내부통제 메커니즘을 구축하고, 데이터 이동 및 개인정보 처리는 법을 준수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플랫폼기업의 반독점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독점법 개정안 초안이 제출된 상황이다. 초안에는 벌금 상향 및 독점협의를 한 사업자의 법정 대리인과 주요 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의 내용이 담겨있다.


중국은 그동안 빅테크가 슈퍼앱이 될 때까지 규제 조치를 하지 않아 빅테크가 시장을 반독점하는 상황까지 왔다. 중국의 빅테크가 빅데이터나 AI 방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이제와서 중국정부가 데이터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규제하는 이유는 뭘까.



슈퍼앱에 대한 열망, 그리고 디지털 금융

슈퍼앱에 대한 아이디어는 중국에서 가장 처음 시작되었으며, Wechat과 같은 메세지앱은 300만개의 미니앱을 통해 거의 모든 온라인 쇼핑과 생활이 가능하게 했다. 미니앱은 小程序, 샤오청쉬라고 하는데, 일종의 앱속의 앱이다. 각종 앱을 위챗안에서 검색하면 바로 이용이 가능하므로 각종 앱을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을 필요도 없고, 스마트폰 저장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2017년에 출시한 미니앱 기능 덕분에 중국의 모바일 생태계를 바꿔놓았다는 평을 듣고 있으며, Alipay 역시 약 100만개의 미니앱이 있다. 이러한 슈퍼앱의 핵심은 하나의 결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빅테크, 디지털 금융 시대 준비

이제 미국의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중국과 같은 슈퍼앱을 열망하며 자사의 결제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암호화폐를 포함하여 디지털 금융 시대를 대비하며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 Facebook은 단일 가상화폐인 리브라 출시를 선언했다가 금융당국의 반발에 무산되어 다시 Novi라는 디지털 월렛 출시와 함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Paypal은 'Checkout with Crypto'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등 페이팔 월렛 내에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이용해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처럼 페이팔 상품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 구글은 10월11일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와 협력을 체결했고 구글페이를 통해 가상화폐 결제를 확대하겠다고 나섰다.

- 미국 암호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도 6월 자사 직불카드는 애플페이, 구글페이가 연동된다고 발표했으며, 이를 통해 암호화폐를 일상생활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중앙은행의 CBDC 도입 성큼

디지털 금융 시대를 대비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다. 스웨덴은 '17년 'e크로나'를 개발하여 내년에 공식 도입할 예정이고 중국은 내년 2월 동계 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통용할 계획이다. 이제 각국 중앙은행은 CBDC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현실을 받아들였고, 어떻게 도입을 해야 거시안정성을 통제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빅테크가 결제영역을 선두로 금융서비스에 진입하고, 암호화폐 연동은 물론 디지털 금융을 준비하것이 중앙은행으로서도 가볍게 바라볼 사안은 아닌 듯하다. 올해 6월 국제결제은행 연례 경제보고서(BIS Annual Economic Report 2021)를 보면 CBDC 도입 분석 부분에서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빅테크, DNA loop

빅테크의 비즈니스 모델의 특징은 DNA(Data-Network-Activities), 데이터 분석, 네트워크 외부성 및 결합된 활동이 각각의 요소를 강화한다는 점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분석은 사용자를 더 끌어들여서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하고, 플랫폼에 사용자가 증가할수록 다른 한 쪽의 사용자를 더 끌어들이며(예를 들어 전자상거래에서 판매자가 많아지면 구매자도 많아지는 등), 사용자가 활동할수록 더 많은 사용자가 유입된다. 즉 DNA loop를 통해, 빅테크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 DNA 피드백의 혜택을 받고 이를 더 촉진하게 된다.


중앙은행 입장에서 빅테크의 위협

그렇다면 CBDC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중앙은행으로서는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입이 그렇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독과점 친화적 속성을 지니고 있는 빅테크가 금융산업에서도 독과점 지위를 차지한다면 금융의 거시 안정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


중국의 경우 이미 두개의 빅테크, 앤트그룹과 텐센트가 모바일 결제시장의 94%를 차지하였고 이를 돌이키기는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반독점 규제를 위해 앤트그룹에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면 기존 은행권과 자본금 등에서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되므로, 사실상 '동일 기능, 동일 규제'에 가까워진다.


결국 지금까지는 금융회사가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서 규제 강화를 외쳤다면, 정부 역시 CBDC 도입을 앞두고 빅테크를 규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게되는 것이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

우리나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분사하여, 스마트스토어를 중심으로 네이버페이가 모바일 결제에서 자리잡고 있다. 또한 미래에셋캐피탈과 제휴하여 소상공인 대출도 하고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와 달리 은행, 증권, 손해보험 인가를 직접 받으며 금융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CBDC 도입을 검토중인데, 2년안에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또한 우리나라도 '디지털금융 협의회'를 만들어서 전통적인 금융회사와 빅테크간의 규제 차익 해소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빅테크를 따라갈 수 있을까.

BIS보고서를 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빅테크보다 전통적인 금융회사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금융회사에도 데이터를 공유해줄 마음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융회사는 이제 빅테크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빅테크만큼 DNA loop를 잘 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디지털 금융 시대의 빅테크

어쨌든 디지털화폐 CBDC 도입을 앞두고 각국 정부는 전통 금융회사만큼 빅테크를 규제해야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디지털 금융시대에는 거시 경제 안정성이 통제가능할지, 만약 빅테크가 금융회사만큼 통제되지않는다면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과거 리만브라더스와 같은 사태가 벌어지면 정부는 수습가능할지, 이 모든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아직은 빅테크가 위협이 아닐지라도, 빅테크의 독과점 친화적 속성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같다. 중국의 사례가 이미 보여줬고, 다른 나라에서도 중국의 빅테크 현황과 규제를 분석하면서 대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언제 칼을 빼들어야할지, 중요한 문제다.


빅테크가 만약 금융산업의 독과점을 차지한다면, 그때가서 정부는 중국처럼 빅테크도 금융지주회사라는 틀에 끼워맞추며 효율적인 규제를 외칠지, 아니면 그 전에 슬기롭게 밸런스를 맞추며 규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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