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예전처럼 할일없을 때 포털이나 기사를 훑지 않는다. 구독한 뉴스레터가 꽤나 있어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하는 짜투리 시간에는 뉴스레터 읽기가 바쁘다.
그런데 관심있는 뉴스레터를 발견할 때마다, 이제는 뉴스레터 전용 이메일을 만들어야하나 고민할 정도다. 며칠 뉴스레터를 못 읽는 날이면 읽지않은 이메일이 잔뜩 쌓여서 마음이 불편했다. 물론 딱히 들어올 이메일은 없지만, 이메일함이 꽉 차 있는 건 또 왜 이리 마음이 불편한지.
뉴스레터 정리하기
그러던 차에 알게 됬다. 사촌동생이 헤이버니를 써보라고 권했다. (아 이래서 젊은 사람과 소통해야 된다. 옛날엔 어른 말씀 들어서 나쁠게 없다고 했는데, 요즘은 젊은 친구들 이야기 들어서 나쁠게 없다. 젊은 세대의 새로운 경험과 발견을 공유할때면 희열이 느껴진다!)
헤이버니 웹사이트 캡쳐
헤이버니
헤이버니는 뉴스레터 직접 구독을 위해 맞춤형 이메일 주소를 생성해준다. (heybunny.io 도메인 사용) 그리고 앱 내에서 수백개의 뉴스레터에서 내가 원하는 뉴스레터를 선택해서 구독을 신청하면 된다. 북마크 기능이 있어서 읽다가 마음에 드는 뉴스레터는 따로 저장할 수도 있고, 구독해지도 간편하다.
헤이버니의 차별화 기능은 번역이다. 해외뉴스레터도 하단에 있는 토글 버튼 한번 클릭하면 번역이 되어 편하게 볼 수 있다. 해외 뉴스레터도 볼 때마다 시간이 좀 걸렸는데, 번역해서 보면 시간이 좀 절약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여기에서 등록했더니, 오 신기하네. 구글 번역 아닌가 했는데, 헤이버니를 만든 트위그팜은 딥러닝 기반의 자연어처리 전문기업으로 번역쪽에 특화되어 있었다. 오, 멋진데.
헤이버니 웹사이트 캡쳐
물론 이메일처럼 보이는 형식이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추가 기능 등에 대한 바램은 있지만, 어쨌든 내가 생각했던 가장 큰 pain-point, 내 이메일 계정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다.
Slick Inbox와 Meco
나만 몰랐던 사실인가! 또 급히 찾아봤다. (검색하면 끝도 없지만, 일단 난 다 찾아본다.) 몇가지 소개하자면, Slick Inbox, "Declutter your email inbox." 이 한마디가 바로 내가 원하던 바다. 아. 속이 시원하네. 나만 그런게 아니다. 이메일에 뉴스레터 꽉찬 사람이 많았고 다들 원했을거다. 수신되는 이메일과 뉴스레터가 섞이지 않고, 이 앱에서 다 볼 수 있다.
Slick Inbox 웹사이트 캡쳐
Meco는 UX/UI면에서 만족스럽다. 현재 ios에서만 가능하고 안드로이드는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UX/UI면에서, 뉴스레터를 읽는다는 느낌보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를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소한 차이인 것 같지만, 이런 느낌이 중요하다!
Meco 웹사이트 캡쳐
어쨌든 기존 이메일계정으로 된 구독을 해지하고, 하나의 앱으로 정리를 마쳤다. 마치 집안 대청소한 것 같은 느낌이다. 진작에 불편한 점을 해소하려고 찾아보면 좋았을 것을.
뉴스레터 구독의 이유
내가 이메일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이유는 내 구미에 맞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그 정보가 나에게 인사이트를 주고 내가 일하는 분야에 적용해볼 수 있을지 상상해본다. 누군가 먼저 큐레이션해놓은 정보는 더 의미있기 마련이니까.
큐레이션된 투자정보는 어디.
그렇다면 금융에서는 어떨까? 누군가 먼저 큐레이션해놓은 정보는 어디서 찾고, 투자 아이디어는 어떻게 샘솟을까. 리딩방에서 주는 종목에 투자하든지, 재테크 정보를 섭렵하다보면 투자 아이디어가 생기는 것인지, 어쨌든 자기만의 투자방법을 찾아나가는 것도 공부의 하나다. 증권회사에서 운영하는 MTS는 그러한 정보보다는 매매에 최적화되어 있다.(최적화되어있는지도 사실 의문이다;;)결국 각자 방법을 찾아야한다.
금융투자플랫폼 홍수
그래서일까. 요즘에는 투자 아이디어를 얻고, 관심 종목 뉴스를 쉽게 보고,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사후관리를 도와주는 많은 앱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증권사 계좌와 연동을 통해 내가 투자한 종목의 등락을 실시간 보여주고, 여백의 미를 선보이며 보기좋게 배치하여 보여준다. 또한 코인정보까지 포함해서 자산을 보여주니, MZ세대의 구미에맞는 투자플랫폼을 찾는건 어렵지않다. 여러 증권사에서 청약을 하고, 코인을 투자하고 이렇게 바쁘게 투자하고 있다면, 전체 투자자산을 한눈에 보는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기능일 수 있다.
콘텐츠보다는 기능에 치중
그러나 대부분 콘텐츠보다는 기능에 집중된 느낌이다. 기존 플랫폼들이 정보를 그냥 방치해두었다면, 사용자의 니즈에 맞게 오거나이즈하고, 개인 맞춤화 기능을 제공하는 정도의 느낌이다. 예를 들어 관심종목/보유종목의 뉴스만 선택해서 보여주고, 내 보유종목에 대한 수익률 등락에 대한 알림을 주는 것은 다른 플랫폼들도 마음먹자면 따라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물론 생각보다 안 따라하는것도, 문제다;;)
물론 나는 이러한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개인화서비스를 좋아한다! (앞으로도 훌륭한 기능 많이 만들어주세요! 감사히 잘 활용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플랫폼이 고객을 락인할만한 파워풀한 기능이 있을까.
MTS는 계좌가 연동되서 자신이 쓰던 MTS를 변경하는 것은 큰 마음을 먹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MTS기능이 없는 이러한 금융투자플랫폼은 언제든지 바꿔탈 수 있다.계좌 연동하는건 어렵지않고, 좋은 기능을 가진 앱들은 계속해서 쏟아지니, 사용자 입장에서 락인될 이유가 없지않을까. 그러나 만약 콘텐츠가 있다면 또 다른 이야기다.
Seeking Alpha처럼
Seeking Alpha는 Trending Analysis & Trending News에서 비전문가/전문가의 의견도 한번에 볼 수 있고, 각종 지표들을 확인할 수 있다. 무료로 보는 콘텐츠는 한정적이어서, 프로 또는 프리미엄의 유료구독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콘텐츠를 플랫폼에 모아두면 자연스럽게 매매기능이 없더라도 투자 인사이트를 찾기 위해 플랫폼에 들를 것이다.
Seeking Alpha Pro 서비스 캡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시대의 아이러니
요즘은 창작자가 자신의 콘텐츠를 자기만의 채널을 만들어 직접 제공하는게 트렌드 흐름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라고 하는데, 이에 따라 서브스택, 패트리온, 레뷰 등의 툴을 활용해 자기 콘텐츠로 수익을 직접 챙기는 창작자들이 늘고 있다.
구독자입장, 플랫폼을 다시 찾는다.
그런데 창작자의 입장에서 툴도 좋지만, 구독자 입장에서도 툴이 필요하다. 구독하는 뉴스레터가 너무 많아져서 곤란한 내가 또다른 플랫폼을 찾고 있는 것처럼. 또한 어떤 좋은 콘텐츠가 있을지 찾을 때에는 플랫폼만한 것이 없다.
기존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저항하며 플랫폼에 뿔난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이메일 뉴스레터를 시작했다. 플랫폼보다 콘텐츠가 더 가치를 인정받으며, 창작자가 플랫폼에 얽매이지않고 제공하는 것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시대의 특징인데, 참 아이러니하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다시 이러한 콘텐츠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플랫폼을 찾고 있으니 말이다.
투자플랫폼에 대한 막연한 기대
투자도 그러한 콘텐츠 홍수 시대라면 플랫폼을 찾을만한데, 금융은 여전히 미디어 기사, 애널리스트 의견, 각종 공식 자료, 또는 재테크 관련 뉴스레터 등이 전부인 것 같다.이들을 방치하지 않고 한데 모아서 큐레이션해서 구독자의 취향에 맞게 보여줄 수 있다면?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지금처럼 투자에 관심이 많았던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인플레이션이 높아 자산을 지키려면 투자에 몰두해야하는 시대가 왔으니 앞으로는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러니 씨킹알파 같은 플랫폼이 한국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