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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Nov 17. 2021

투자조언은 사양할게요.

자기주도적 투자자 급증이 의미하는 바

자기주도적 투자자 급증

월스트릿저녈에 따르면 영리치고객들은 더이상 금융 전문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 부모세대는 금융 전문가에 많이 의존했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는 스스로 알아서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해야할까. 이대로라면 향후 사라질 직업에 금융회사 PB도 포함되는게 아닐까. 금융에 대해 떠들어대는 수많은 디지털 채널과 정보만 있으면 충분한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WSJ 트윗 캡쳐


자기주도적 투자자의 정의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도 이렇게 자기주도적 투자자가 급증하는 트렌드를 파악하고 투자자에게 위험은 없는지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우선 "자기주도적 투자자"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자기주도적 투자자(Self-directed Investor): 재정적 조언을 구하기보다 스스로 투자 결정을 내리고 투자유형을 선택하고 거래하는 사람


FCA와 전략컨설팅 기업인 Britain Thinks의 공동보고서는 자기주도적 투자자는 젊고, 위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고위험성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을뿐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추구하게 된다고 자기주도적 투자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경고한다.


자기주도적 투자자 유형

흥미로운 부분은 자기주도적 투자자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눈 부분이다. Having a go, Thinking it Through, The Gambler, 굳이 한국말로 표현하자면 신규 투자자, 노련한 투자자, 도박꾼 정도가 될 것 같다.


- Having a go, 신규 투자자는 투자정보를 가장 오픈 마인드로 받아들인다(persuadability). 즉 유튜브나 틱톡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이끄는 인플루언서의 말을 금융회사 PB만큼이나 신뢰하며 사실로 받아들일 경향이 높다. 한편으로는 재정적 탄력성이 가장 낮아 손실에 취약하다.(resilence)


- Thinking it through, 노련한 투자자는 이미 투자를 경험한 사람들로 본인 스스로 생각할 때 투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그게 실제로는 아닐지라도), 그렇기 때문에 투자에 대해 자신감이 높다.(knowledge & confidence) 자신만의 투자 철학 및 습관이 있으므로 새로운 정보에 대해 잘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persuadability)


- The gambler, 도박꾼은 신규 투자자보다 자신감이 높고 좀더 감성적인 투자자로, 투자에 대한 스릴과 흥미를 느끼며 투자하는 사람들이다. 신규 투자자처럼 재정적 탄력성 역시 낮아 손실에 취약하다.

1. 신규 투자자
2. 노련한 투자자
3. 도박꾼


자기주도적 투자자의 특징

그렇다면 이러한 투자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

올해 4월 캐나다 온타리오 증권위원회에서 자기주도적 투자자의 경험에 관한 연구를 발표하였다. "Self-Directed Investors: Insights and Experiences" 자료를 보면 재정 자문가를 활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44%는 본인 스스로 즐기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비용이 비싼 이유가 그 다음 이유이기도 했지만, 그 외에도 본인 스스로 투자지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투자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 등 앞에서 언급한 Knowledge & Confidence 항목과 상당히 부합한다.


흥미로운 점은 재정 자문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18%, 그들의 자문에 가치있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12%, 나쁜 경험 등도 있었다. 이는 재정 자문가에 대한 신뢰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자기주도적 투자자들이 재정 자문가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


또한 자기주도적 투자자들은 리서치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아마도 투자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가장 관건이겠지싶다. 그 다음으로는 예산을 세우고 재무설계 하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자기주도적 투자자들이 시간을 할애하는 항목


그렇다면 재정 전문가의 잃어버린 신뢰를 대신할 수 있도록, 금융 플랫폼은 투자자가 직접 투자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도록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재무설계를 편리하게 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걸까. 지금보다 더 쉬운 가독성있는 콘텐츠와 큐레이션, 개인화 기능이 더해져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국내, 비대면 투자자 급증

국내에서는 이러한 자기주도적 투자자를 비대면 투자자라고 일컫는다. 금감원의 '증권사 대면, 비대면 계좌개설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증권 신규계좌 2,280만건 중 88.7%인 2,024만건이 비대면으로 개설되었다. 균등배분 공모주 청약, 코로나 등의 이유로 10명 중 9명이 비대면 계좌개설을 했다고 보면, 영업점 PB를 찾을 확률 또한 낮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자기주도적 투자자의 급증, 특히 신규 투자자가 많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출처: 김병욱 의원실, 디지털 데일리


콘텐츠 구독서비스 출시가 의미하는 바

금융회사도 급증하는 비대면 투자자를 위해 어떠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Having a go유형, 국내에서는 주린이라고 표현하는 '신규 투자자'를 위한 앱이나 서비스가 출시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에서 MZ세대를 타겟으로 콘텐츠 구독 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삼프로TV, 슈카 등 유명 인플루언서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하고, 순살, 부딩, 머니네버슬립 등의 다양한 금융 뉴스레터와 제휴하여 콘텐츠를 제공한다.


삼프로TV나 슈카의 콘텐츠를 즐기는 요즘 투자자들의 니즈를 수용하고, 가독성 있는 콘텐츠 제공을 위해 외부 금융 뉴스레터와 제휴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트렌드에 부합하는 결정이기에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마치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유명 인플루언서를 섭외해서 시청률을 높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랄까.(이제 어쩔수없는 현실을 인정해야지...)


PB보다 인플루언서를 신뢰하는 현실

미국 CNBC/Momentive Invest in You 설문조사에 따르면 2020년 이후 투자를 시작한 신규투자자들의 경우 재정 전문가보다 소셜미디어를 더 신뢰한다. 신규 투자자의 3분의1 이상이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여 투자 아이디어를 조사한다고 답한 반면, 2019년 또는 그 이전에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은 15%에 불과하다. 중개인이나 재정 전문가와의 대화를 통해 투자아이디어를 조사한 비율은 신규 투자자는 9%에 불과하다.

자료: CNBC


PB도 디지털 채널을 활용해야하나

이쯤되면 PB도 지금 당장이라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서 구독자수를 늘리며 사람들의 인정을 받아야되는게 아닌가싶다. 우리가 그토록 중시하는 팔로워수, 후기, 구독자수 등이 지금 시대의 신뢰의 지표라면, 그러한 인증마크를 받기 위해 디지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점차 강화되는 투자자 보호 지침으로, 금융회사 직원은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채널을 활용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또한 자기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면, 회사를 퇴사하고 이미 그러한 길에 들어섰을 수 있다. (자기 콘텐츠에 자신있다며 회사를 그만둔 친구가 떠오른다. 여전히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해외에서는...

해외에서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자기주도적 투자자 증가가 일시적인게 아니라면,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와의 접점인 디지털 채널을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


모건스탠리, 다각적 접근 방식

모건스탠리는 2020년 2월 E*Trade Financial을 인수하면서 자기 주도적인 E*트레이드 고객이 수년에 걸쳐 유료 금융자문 서비스 클라이언트로 발전할 것을 구상했다. 또한 2019년 인수한 기업 주식 계획 관리업체인 Solium Capital (인수 후 Shareworks로 사명 변경, 비상장 스타트업에 특화된 재무관리 솔루션 제공)을 통해 기업고객유입하도록 했다. 3분기 실적보고에서 CEO James Gorman은 브로커 인력에만 의존하던 시절과 달리 여러 채널에서 자산을 수집하는 "다각적" 접근 방식이 성공했음을 예고했다.


사람들을 유지하고 시장의 일부를 얻으려는 방어 및 공격 모델이 하나의 모델에서 다각적인 모델로 바뀌었습니다. 앞으로 몇 년동안 여러 성장 채널을 갖도록 설정되어 있으며 이것이 전략입니다.  - James Gorman


UBS, 디지털 채널 강화 시사

UBS 또한 미국에서 자기주도적 채널을 위한 계획을 발표하였다. 모건스탠리처럼 채널 출시를 가속화하기 위해 플랫폼을 인수하는 것도 고려하고, 영리치고객들이 궁극적으로 풀 자문서비스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결국 디지털 채널을 통한 지속적인 신규 투자자 유입과 고객들이 재정 자문가를 통한 서비스를 받도록 유인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다. 목표만 놓고 보면 국내와 별반 다르지않아 보인다. 다만 신규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다각적 접근 방식에서 쓸 수 있는 툴을 갖추기 위해 활발한 M&A를 하는 것이 국내와 해외의 차이점이다.



Core에 집중해야할 때

올해 국내 금융회사들이 메타버스로 시끌벅적할 때, 해외에서는 자기주도적 투자자들을 위해 디지털 채널 강화 및 활발한 M&A를 진행했다. 또한 자기주도적 투자자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 상당히 많은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급증하는 비대면 투자자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기울였을까.


금융시장이 호황일 때 투자를 시작한 이들에게 닥칠 위험은 없는지, 만약 시장에 큰 부침이 생긴다면 이러한 투자자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그때 금융플랫폼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금융플랫폼은 삼프로TV나 슈카월드를 대신하여 어떤 컨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투자습관 형성 및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위해 어떤 툴을 제시할 수 있을까. 자기주도적 투자자의 선호도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금융회사는 라이센스 바탕의 산업으로 진입장벽이 높아 어떠한 위협에서도 자기 분야는 확고히 지킬 수 있겠다고 지금껏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역설적으로 금융이 가장 경쟁력이 뒤쳐지는 분야가 된 점은 분명하다. 오히려 기술의 진보에 가장 동떨어져있다고 인지한 금융회사들이 기술에 집착하고 인프라 구축을 하는 동안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과했을지 모른다. 금융산업이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시 코어에 집중해야할 때가 아닌가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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