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 nudge 이넛지 Nov 23. 2021

유니버셜은 왜 가상의 NFT 밴드를 결성했을까

테일러 스위프트와 프로토콜 경제

테일러 스위프트, Game Changer

11월12일 Taylor Swift의 Red(Taylor's Version)가 발매되었다. 올해 4월 Feerless를 시작으로 그녀는 자신의 과거 앨범을 다시 녹음해서 발매하고 있다. 그 이유는 기존의 앨범을 대체하기 위해서인데, 여기에는 창작자의 권리와 기존 관행 사이 실타래같은 이해관계가 엮여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트윗 캡쳐


마스터권한 투쟁에 대한 배경

미국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악콘텐츠는 작곡/작사가의 창작물인 음악저작물(musical work)과 싱어의 가창/연주가 녹음된 녹음물(sound recording)로 나뉘고, 음악콘텐츠에 수반되는 배타적인 권리가 있다.(자세한 설명은 코트라, "미국 음악 저작권과 저작료의 이해" 참조)

출처: 코트라 "미국 음악 저작관과 저작료의 이해"

스위프트는 여기서 녹음물의 복제/배포권(masters rights), 즉 사용자가 노래 녹음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마스터권한을 주장하여 왔다. 그녀가 신인이었을 당시 독립 레이블사 Big Machine Records와 계약을 했고, 업계 관행상 앨범 마스터권한을 레이블사가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스위프트는 마스터권한을 요구하였으나 레이블사는 응하지 않았고, 2019년 Scooter Braun에게 3억달러에 매각, 또다시 2020년 11월 사모펀드 Shamrock Holdings에 매각되었다. (자세한 설명은 위키피디아 참조)


그녀는 과거 Big Machine과 투쟁 이후 강력한 "IP 포트폴리오"를 형성했는데, 앨범제목과 유명한 문구(This Sick Beat, Shake It Off)에 대해 상표권 행사 뿐만 아니라 3마리의 고양이도 상표로 등록했을 정도다. 2015년 애플뮤직과 함께 법적투쟁을 벌이고, 스포티파이에 아티스트의 공정한 보상을 요구했을 정도로 끊임없이 아티스트의 창작에 대한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스포티파이 플레이' 책을 읽다보면 스위프트의 보이콧 에피소드도 나오는데, 성공한 아티스트가 자신의 명성과 인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싶다.)


월스트릿저널도 주목한 그녀의 행보

월스트릿저널에서도 그녀의 재녹음이 음악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데, 그녀는 음악산업에서 현재 게임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통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받는 수익의 80%는 레이블사, 20%는 아티스트 몫이었는데, 마스터권한을 소유한 아티스트는 80%~95%의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된다. 스위프트의 영향으로 이제 많은 아티스트들은 마스터권한을 찾기 위한 노력할 것이고, 반대로 유니버셜 뮤직 그룹(현재 스위프트 레이블사)은 계약서를 수정하여 아티스트가 자신의 음악을 재녹음할 수 있는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레이블사의 반격

그런데 스위프트보다 더 흥미로운건 Universal Music Group(UMG)이 보여주는 행보다.


가상밴드 KINGSHIP

11월11일 보도자료를 통해 가상밴드(virtual band) Kingship의 결성을 알렸다. UMG의 레이블사 중 하나인 10:22PM은 Bored Ape Yacht Club으로 알려진 NFT컬렉션의 4가지 디지털 캐릭터(3명의 지루한 원숭이와 1명의 돌연변이 원숭이)로 구성된 밴드를 발표한 것이다. 10:22PM은 새로운 음악, NFT, 커뮤니티 기반 제품 및 메타버스를 잘 버무려 새로운 세대의 아티스트를 탄생시키고 팬들의 참여를 활성화시킬 생각이다. (올해 가장 핫한 NFT와 메타버스의 결합으로 신박해보이는데, 음악은 아직 없다.)

Kingship(출처: Universal Music Group)

ABG와의 전략적 협업

11월16일 보도자료에는 Authentic Brands Group(ABG)과 협력하여 아티스트 브랜드 관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ABG는 이미 마릴린먼로, 무하마드 알리, 엘비스 프레슬리와 같은 상징적인 유명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ABG와의 제휴를 통해 광범위한 소비자 접점에서 아티스트를 전략적으로 마케팅하고 포지셔닝 하겠다는 취지인데, 내가 볼땐 브랜딩에 힘을 쏟아 레이블사의 파워를 더욱 굳건히 하겠다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콘텐츠 없는 가상밴드를 브랜딩화하거나, 콘텐츠는 있지만 브랜딩이 필요한 아티스트를 관리하겠다는 것이나 모두 레이블사의 영역을 앞으로 더 견고히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스위프트의 앨범 재녹음에 대한 반작용으로 레이블사 또한 자신의 수익화 구조는 지킬 필요가 있을테니 말이다.



프로토콜 경제

아무튼 테일러 스위프트를 보면서 프로토콜 경제가 그리 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토콜 경제란 우리나라에서 만든 신조어로, 탈중앙화/탈독점화를 통해 여러 경제주체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제모델이다. 플랫폼 경제의 독점적 비즈니스 환경에 반대하는 모델이므로 탈중앙화(decentralised)에서 더 나아가 Distributed Economy라고 볼 수 있겠다.

출처: 위키피디아


창작자의 권리를 찾아서

스위프트가 음반제작사 위주의 음악산업에서 창작자의 권리 주장하는 것은 최근 NFT열풍이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와 같은 시대적 흐름과 동일선상에 있다고 보여진다. NFT를 통해 창작자는 콘텐츠의 유통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보상을 지속해서 분배받을 수 있다는 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는 플랫폼에 종속되지않고 콘텐츠를 직접 사용자에게 전달하고 보상을 받는다는 점, 이 모두가 창작자의 권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시대적 흐름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골드만삭스 "Digital Assets" 보고서에서도 웹3.0 시대에 아티스트가 청중에게 직접 자신의 작업물을 전달하고, NFT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수익화하는 모습을 전망한 바 있다.

기술의 진보가 이끄는 변화(출처: 골드만삭스)


관행을 깨뜨리기란 여전히 어렵다

지금 시대 또한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부상, 페이스북/유튜브/인스타와 같은 디지털 채널의 홍수에 과거와 달리 아티스트는 레이블사의 도움없이도 자신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비즈니스 수행 방식 또한 과거와 달라졌지만 관행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스위프트의 투쟁 행보를 보면 관행을 깨뜨리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사회적 합의에는 힘이 있다

물론 프로토콜 경제에 대비하여 플랫폼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마치 UMG가 가상의 밴드를 결성하여 아티스트화하거나, 아티스트의 브랜딩 관리를 이유로 더 강력하게 자신의 포지션을 공고히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지지 및 합의가 아닐까.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에 많은 이들이 지지를 표명하는 시대다. 미국의 가장 큰 라디오 네트워크 iHeartRadio에서는 과거 앨범이 아닌 재녹음 앨범 Taylor's version만 송출하겠다고 밝혔으며, 스타벅스 또한 'Taylor's latte', 'Taylor's version'을 요청하면 스위프트의 음악을 매장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스위프트의 최애음료인 '그란데 카라멜 무지방 라떼'를 받을 수 있는 콜라보 프로모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인 지지에는 힘이 있고, 그렇게 우리도 변화를 받아들이게 되는게 아닐까.

'레드' 프로모션을 알리는 스타벅스 트윗 캡쳐


플랫폼 경제에 익숙했던 우리는 어느새 프로토콜 경제도 낯설게 느끼지 않을 것 같다. 오히려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에 가까워지는게 아닐지, 그래서 그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응원하지 않을런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투자조언은 사양할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