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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 nudge 이넛지 Mar 15. 2022

암호화폐 제도권 진입

암호화폐에 대한 행정명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암호화폐, 제도권 진입 신호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암호화폐에 대한 행정명령서명했고, 3월9일 수요일에 발표되었다. 그러나 화요일밤 10시 실수로 재무부 웹사이트에  재닛 옐런 장관의 성명이 게시되었다가 삭제되는 바람에 밤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했으며, 암호화폐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널리 퍼졌다.


왜 그런 실수를?

재무부는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국가에 이익을 줄 수 있는 책임있는 혁신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내용의 재무장관의 성명만으로 비트코인은 밤사이 8% 급등했다. 정부의 행정명령에 대한 예고편과도 같았고, 암호화폐 지지자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어쨌든 현재 재무부 웹사이트에 게시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성명에는 암호화폐 행정명령이 책임있는 혁신을 장려하고, 소비자와 광범위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해결하여 올바른 균형을 이룰 것임을 이야기한다.


제도권 진입 신호인가

행정명령은 투자자 보호, 재정적 안정성, 불법활동, 글로벌 무대에서의 미국 경쟁력, 금융 포함, 책임있는 혁신 등 6가지 영역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디지털 자산이 3조달러를 넘어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고, 미국 성인의 약16%(4천만명)가 암호화폐에 투자 및 거래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으로 인한 경제 전반의 금융위험을 식별하고 정책을 내놓음으로써 미국과 글로벌 금융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말한다.


마침 3월8일 재무부 웹사이트에 Nellie Liang, 재무차관은 “적절한 보호 장치가 없으면 사적 자금의 형태가 소비자와 금융 시스템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음을 역사가 보여주었다"고 서술한 것을 보면, 디지털 자산이 실제 금융 시장을 위협할 만큼의 규모가 되어 손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CBDC 계획 불분명

이번 행정명령에서 CBDC는 미국의 발행여부에 대한 언급은 없다. CBDC의 연구와 개발을 촉구(Urgency)할 뿐, 미국이 중국처럼 직접 발행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블룸버그를 통해 이미 백악관 관리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사이의 의견차이가 보도된 바 있었다. 특히 옐런 재무장관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달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과연 암호화폐에 맞설 방법으로 CBDC가 답이 될 수 있을지, 개인정보 및 보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궁금하다.  


스테이블코인 언급 없음

또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작년에 이미 대통령산하 워킹그룹에서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네트워크 효과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그 파급효과에 대해 인지하였기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행정명령에는 그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탈중앙화 언급 없음

가장 중요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에 대한 언급도 없다. 탈중앙화를 지원하는 암호화폐를 어떻게 포섭할 것인지, 탈중개를 지향하는 시장의 방향성에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말이다.


결국 시장 규모만 더 커지는 셈

종합해보면, 암호화폐를 규제하겠다는 큰 계획있을뿐 구체적인 안은 나와바야 알겠다. 행정명령 발표 후 180일 이내 재무부를 포함한 관련 기관들은 보고서를 제출해야한다. 그때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권에서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머뭇거린 이유가 규제 불확실성 때문이었는데, 제도권 진입이 확실해지면 더욱 적극적으로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연구 및 투자상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시장 규모가 손대지 않으면 안될만큼 커져서 규제의 손길이 닿는 것이고, 규제를 들이대는 순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은 더 커질 것이고. 아이러니한 선순환의 구조라고 해야될까.



달러 패권 시대를 유지하기 위하여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은 러시아 주요 은행을 SWIFT*에서 퇴출함으로써 금융제재를 하고자 다. 해외에 자금을 송금하려면 SWIFT가 필요한데, 이를 막는다면 러시아가 궁지에 몰리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북한, 이란 등 이러한 국가를 압박할 때 쓰던 방법이다.


*SWIFT(Society for World 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 국경을 넘어 원활하고 신속한 자금 이체를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금융 동맥으로, 전세계 은행간 금융협회를 위한 것이다. 1973년에 만들어졌고 벨기에에 기반을 둔 Swift는 200개 이상의 국가에 있는 11,000개의 은행 및 기관을 연결한다.


암호화폐 시대, 금융제재 가능할까.

그런데 암호화폐 시대에 금융제재가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 되었다. 캠브리지 대학교 데이터를 보면, 미국, 카자흐스탄에 이어 러시아가 3위의 채굴국가이다. 러시아가 암호화폐로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다면 고릿적 금융제재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러나 아직은 러시아 자산 규모를 암호화폐가 모두 수용할 수 없기에, 현재로서는 금융제재가 가능하지 않겠냐는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세계 채굴국가 순위(출처: 캠브리지 대학교)

중국, 달러 패권시대에 도전

중국이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디지털 위안(CBDC)을 상용화하면서 기존의 SWIFT체제를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도 미국 달러 중심의 생태계를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으면 SWIFT체제를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중국은 현재로서는 달러 패권에 도전하고 있는 시기로 아직 그 힘이 크지는 않다.


중국과 미국의 차이

중국은 작년 비트코인 채굴 및 암호화폐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후 CBDC를 상용화하였다. 암호화폐가 기존의 제한을 우회하여 시장에서 자본유출을 촉진한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민간은행이 위안화가 뒷받침하는 디지털 토큰 혹은 위안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철저히 중앙집중화된 디지털 화폐만이 존재할 뿐이다.


반면 미국은 암호화폐를 받아들이고, 스테이블코인도 규제하면서 CBDC도 사용하는 시스템을 구상할 확률이 높다. 중국과 미국의 이러한 차이는 향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결국 승자는 누구일까.


암호화폐 시대에 승기를 잡는 자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토큰화, NFT, 스마트 계약 및 스테이블코인 등은 기존의 경제 구조와는 달리 우리에게 많은 자율성을 주고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다. 미국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설계할 것임을 암시하였다.


진화하는 시장만큼 기존의 시스템이 따라올 수 있을지, 그래서 달러시대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탈중앙 금융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 것인지. 지금은 그 과도기일뿐이다.


다극 체제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비트코인은 우리에게 화폐 재탄생을 가능케 할 실질적인 대안으로 다가서고 있다. 많은 국가가 저항할 테고 일부 중앙은행과 정치인은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비트코인을 불허하는데 성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럽의 은행 피난처에서든, 카리브해의 역외 통화센터에서든, 아니면 미국 내에서든 결국 화폐 선택의 자유 문제는 반드시 대두될 것이다.  
                                                                         - 닉 바티아, <레이어드 머니 돈이 진화한다>

■ 참고 기사

- Biden just put out an executive order on cryptocurrencies — here’s everything that’s in it

- Yellen-White House Split Slows Arrival of Crypto Strategy


■ 참고 글

- What's behind China’s cryptocurrency 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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